이탈리아의 바로크를 정리한 다음 쏟아지는 졸음을 못 견디고 달게 낮잠을 자고 일어났습니다.
역시 달콤한 잠으로 피로가 가시고 나니 갑자기 수업 내용이 선명하게 기억나면서 쓰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을 보니 낮잠이 무엇보다도 확실한 보약이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짐이 곧 국가라는 말로 요약되는 절대주의 시대, 그의 절대 권력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베르사이유 궁전이지요.
베르사이유 궁에 가본 것은 생애 첫 해외 여행에서였습니다.
그 때의 인상은 희미해졌지만 이 정도의 건축물을 지으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동원했을꼬, 자금은
도대체 어떻게 조달했을까, 유지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바로 들 정도로 압도적이면서도
뭔가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공간이란 기억은 남아 있었습니다.
오늘 마침 동영상으로 베르사이유 궁의 미술관에 관한 것을 보게 되었는데 그 안에서 설명하는 사람들이
바로 지금의 베르사이유에서 일하고 있는 시계 전문가 (그 안의 시계가 아주 많아서 매일 점검하고 수리하고
그런 작업을 하는 사람), 정원을 돌보는 사람, 그 안의 음식점 주인이자 궁중 요리 전문가가 나와서
다양한 설명을 해주어서 정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었지요.
지혜나무님의 설명으로 아하 하고 새롭게 느낀 것이 바로 그 시기가 시계와 거울의 시대라는 점
루이 14세 시대의 시계와 15세 시대의 시계가 차원이 달라서 15세 시대는 과학의 발전이 시계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훨씬 더 정교한 시계가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전기가 없었던 시대에 거울이 했던 역할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있게 들었습니다. 거울 하나가 그림 한 점의 가치와 맞먹었다는 말도 인상적이었고
거울의 방에서 연회를 했을 때 여성들의 복장에서 거울에 비치는 효과를 계산하는 옷을 선호했었다는 것도요.
루이 14세 시대만 해도 왕의 사생활이란 개념이 없이 모든 것이 공개되는 시기였다면
15세는 사생활의 공간을 필요로 해서 10년에 걸쳐서 뚜껑을 닫을 수 있는 책상을 만들었다는 설명도
인상적이었고, 16세에 이르면 그런 현상이 조금 더 심화된다고요.
프랑스의 바로크는 어떻게 보면 건축사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의 역사와 더 밀접하게 연결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서 흥미로웠습니다.제겐 낯선 분야라서 더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고요.
최근 영화 마리 앙뜨와네트를 역사적인 시각이 아니라 이렇게 문화사적으로 접근해서 다시 한 번 보면
새롭겠구나 , 건축사로 인해서 영화를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되는 것도 흥미롭고요.

복식이나 가구, 요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왜 역사 공부가 필요한 것인지 이해가 되는 날이기도 했고요.
또한 우리가 당연히 여기고 있는 개념이 사실은 아주 최근에 생겨났거나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개념이구나
그러니 지금의 우리 눈으로 오래 된 시절의 역사나 그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마음대로
판단해도 되는 것일까, 아니 오히려 우리는 지금의 우리 입장에서밖에 판단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 날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