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예술의 전당에 갔었습니다. 슈 종이란 이름의 새로운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를 만난 날
옥의 티는 뒷 자리에 앉은 두 명의 여성이었는데요 연주가 진행중인데도 계속 속삭이면서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휴대폰을 쓰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계속 이야기하는 상황이라니 극장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장면이었지요.
뒤돌아서 손짓으로 부탁을 해도 여전히 이야기를 한동안 계속하는 상황이라니 정말 당황스럽고
옆 사람들은 왜 가만히 있는 것일까 하는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주에는 토스카 표에 혹해서 진은숙의 음악을 놓치고, 이번 주에는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유혹에
(아는 분이 골드 카드로 구한 무료표가 있으니 함께 가자고 하는 바람에 이미 예약한 표는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양보하고 좋은 자리를 찾아간 것인데 이런 욕심에 침을 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수선한 환경에 )
1층에서 감상을 하다가 그런 상황에 처하고,, 기분이 찜찜해서 음반점에 갔습니다, 쉬는 시간에
그 곳에서 토스카를 고르고, 윤디 리의 실황 연주를 하나 더 구해서 윤디 리는 함께 간 사람에게 먼저 보라고
빌려주고 저는 토스카만 들고 왔는데요, 그러니 당연히 토요일 아침은 토스카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메트로 폴리탄 오페라에서 만든 영상인데요 1,2막까지 몰두해서 보다가 갑자기 3막에서 카메라를 꺼내서
찍어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더라고요.

주인공이 간수에게 부탁하는 장면입니다.

그에게 남은 유일한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반지를 주고 글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요.

당시 이탈리아는 군주제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보나파르트에게 경도된 자유주의자들로 나뉘어서
심각한 내분 양상이 벌어지던 시기, 공화파인 친구를 돕다가 결국 끌려오게 된 주인공 화가가
감옥에 갇혀서 처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토스카는 온 로마 사람들이 그 앞에서 벌벌 떤다고 하는 경찰 스카르피아에게서 얻어낸 통행증을 쥐고
스카르피아를 죽인 다음 그것이 가져다 줄 자유를 기뻐하면서 둘이서 보고 있는 장면인데요 그 장면을
보는 우리들은 그것이 사실은 기능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아는데서 오는 연민을 안고 보게 되는 장면이기도
한데 이런 것은 오이디푸스의 상황과도 참 유사하구나 ,순간 생각이 이어지네요.

통행증을 어떻게 얻게 되었을까 의심하는 주인공에게 토스카가 설명을 하는 장면이고요

자신을 위해서 그렇게 까지 한 토스카를 향한 마음을 표현하는 플라시도 도밍고의 표정이 압권이네요.

스카르피아가 죽기 전 토스카에게 어떤 식으로 처형을 위장해서 하고 살려줄 것인가 미리 약속을 했지만
사실은 그럴 마음이 없었던 것, 사형집행은 예고된 것이었지요. 그러나 여전히 스카르피아의 말을 믿고
연기를 하듯이 그렇게 총성이 울리면 일단 죽은 것처럼 쓰러져 있다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일어서서
도망치고 나면 새로운 삶이 가능하다고 믿는 토스카


그러나 그것이 실제 죽음인 것을 알고 나서의 그녀의 표정과 배경의 음울함이 겹쳐서 비극성을 더 한층
깊게 하고 있습니다.

스카르피아가 죽은 것을 알고 달려온 경찰들, 그 앞에서 부르는 토스카의 노래

마지막까지 다 보고 나니 지난 주 금요일 5% 부족하다고 느꼈던 찜찜함을 덜고 제대로 이 오페라와
만난 느낌이 드는군요.
다시 봄기운이 멀리 달아난 듯한 꾸무룩한 아침, 오페라 한 편으로 기운을 듬뿍 받고 나니
토요일 하루를 시작할 기운이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