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원래는 예술의 전당에서 진은숙의 음악을 감상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금요일 역사 모임이 끝나고 베아트리체님의 한 턱으로 (그녀의 딸이 서울대 인문학부 입학을 했는데
늦은 한 턱이 있는 날이었답니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담아 축하드려요 ) 점심을 먹는 중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선생님, 오늘 음악회 가는 날인가요? 그런데요, 그랬더니 전화기 속의 그녀가 사실은 세좀문화회관의 토스카
공연 표가 두 장이 있는데 함께 갈 수 있는가 물어보는 반가운 전화였습니다 .반갑지만 갈등을 하게 만드는 전화
그렇다면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결정해서 연락을 하겠다고요. 초록별님과 함께 토스카 공연을 보면 돌아가는 길
일산으로 가는 버스속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고 해서 고민하다가 오늘은 오페라로 하고 마음을 굳혔지요.

문제는 막상 공연장에 들어갔을 때 일어났습니다.
뭔가 2% 아니 그것보다 조금 더 부족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둘이서 공연을 보다가 중간에 쉬는 시간에 나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후회가 되더군요. 아니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예술의 전당에 갈 걸 그랬나? 이미 늦었으니 소용없는 후회, 그래서 이왕 왔으니 제대로 끝까지
보고 나중에 좋은 동영상 구해서 제대로 감상하면 그것도 그것 나름으로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겠지
그렇게 마음을 바꾸어 먹었더니 재미있게도 2,3막에서는 조금 더 몰입이 되는 희안한 경험을 하고 돌아왔지요.

아침에 일어나서 보람이의 전화를 받고, 고민상담을 한참 한 다음 ( 월요일, 화요일에 도쿄에 가면 증권거래소와
노무라 증권의 면접이 기다리고 있는데 만약 노무라 증권의 최종 면접에 붙으면 연봉인가 좋은 분위기의 직장인가 두 가지 사이에서 갈등하게 될 것 같다고요.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하나같이 연봉을 택하라고 하지만
그래도 보람이가 신뢰하는 고등학교 친구가 UCLA에 다니고 있어서 연락을 하니 그 친구만이 여러가지를 비교하고
나서 그래도 아사히 글라스가 네게 맞는 직장이 아닐까, 이래도 후회하고 저래도 후회할 요소가 있다면 이러고
저러고 비교해서 말하자면 하고 길게 답을 해주었노라고 하네요. 그렇구나 보람이에게 그렇게 좋은 친구가
있다는 것이 안심이 되었습니다.
아직 붙은 것도 아니니까 지금 걱정해도 아무 소용이 없지만 그래도 마음속의 유혹과 비교를 놓기 어렵다고
그러니 돈앞에서 엄마 내 본성을 본 것 같아서 이상해라고 말하는 아이, 그것이 어찌 보람이만의 문제일까요?

전화로 이야기를 마치고, 어제 도착한 메일을 검색해보니 중간고사 페이퍼로 쓴 한국역사에 관한 두 가지
논점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제대로 쓴 것인지 한 번 봐 달라고요. 그래서 영어 표현이 어색한 것, 관점에서
수정을 요하는 것등은 지적해서 보내고 (외국인이 하는 강의라서 영어로 페이퍼를 써야 하는 묘한 상황이네요)
나니 드디어 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처음 손이 가는 것은 역시 토스카 검색 ,제대로 들을 수 있는 동영상을 찾아보니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가
제일 먼저 눈에 띕니다. 여러 차례 돌려서 듣고 나니까 이제야 제대로 토스카에 접근하는 기분이 드는군요.

아리아 감상을 마치고 나니 드디어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