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영화를 소개받았을 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까모메 식당이라니, 까모메가 무엇이지?
알고 보니 갈매기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갈매기 식당이라거나 원래 제목으로 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왜 이렇게 이상한 제목을 붙인 것일까? 궁시렁거리면서 영화를 보았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는 같은
감독의 작품을 찾아서 다시 볼 정도로 묘한 매력을 느낀 영화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뭔가 이성적으로
잘 납득이 가지 않는 장면도 있었던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오래 전의 기억으로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고요, 마침 금요일 일어 회화시간에 아무런 사전준비없이
프리토킹은 아무래도 중구난방으로 이야기가 흐를 가능성이 있어서 가능하면 주제를 정해서 이야기해보자
그렇다면 소설보다는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면 어떤가 의견이 모아지고,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보니
까모메 식당으로 시작하자고 이야기가 되었거든요. 오래 전 본 영화의 기억으로만 이야기하기엔 조금
어설프지 않을까 싶어서 디브이디를 빌려서 다시 보는 중에 이야기의 첫 시작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대사라서
놀랍기도 하고 신선하게 보기도 했습니다.
핀란드에 와서 식당을 연 지 한달째이지만 밖에서 힐끗거리기만 하지 들어오지 않는 동네 사람들
그 와중에 토미라는 일본풍에 푹 빠져 있는 필란드 청년이 첫 손님으로 오고, 감동한 주인 사치에상은
커피를 주문한 그에게 첫 손님이라고 무료로 주고, 그 이후로 그 청년은 오로지 커피만 주문하면서 오고 가지요.
매번 새로운 티셔츠를 입고 나타나서 주인과 나중에 합류한 미도리상은 그것을 소재로 이야기나누기도 하고요.
영원히 무료라고 말하는 사치에상, 그런데 이런 캐릭터를 통해 시나리오 작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계속 드는 의문입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갓차맨의 노래를 알려달라고 하는 토미, 그러나 사치에상은 반복되는 구절밖에 기억하지
못하고 계속 머릿속에서 맴도는 노래 구절이 신경쓰여서 서점에 간 날, 혼자서 책을 읽고 있는 일본 여성
미도리상과 만나게 되는데, 초면인 사람에게 갓차맨 노래를 아느냐고 묻고, 그녀는 마지막 까지 불러가면서
노트에 가사를 적어주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토미의 역할은 이것으로도 하나의 전환점을 마련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느 날 지도에서 눈감고 찍은 여행지가 핀란드라서 이 곳에 오게 되었다는 미도리상, 그녀는 일주일 호텔
예약을 해놓은 상태이지만 무엇을 해야 할 지 난감해하는 상황에서 식당에 오게 되고, 사치에상으로부터
우리 집으로 오라는 제안에 어리둥절, 이유를 나중에 묻습니다. 그러자 사치에상의 대답, 갓차맨 노래를 끝까지
아는 사람중에 나쁜 사람은 없을 것 같다고,
식당에 손님이 들지 않자 일본에서 온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에 식당 소개글을 내자고 미도리상이
제안하지만 사치에상은 자신이 원하는 식당은 동네 사람들이 오고 가는 길에 들러서 한 끼 먹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라고 하면서 거절을 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핀란드 여성들과 식당을 연결해주는 것은 바로 이 시나몬 롤인데요, 늘 그 앞에서 서성대면서 수근거리던
세 명의 여성을 안으로 불러들인 일등공신인 셈이지요. 낯선 것은 그만큼 서로의 접근에 어려움을 주는 것일까
낯설어서 선뜻 들어가고 싶은 그런 마음은 어른에겐 아무래도 무리인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 장면을
보게 되더라고요.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밖에서 안을 바라보던 여자, 그 때만 해도 고통에 가득한 그녀가 입은 옷은 어두운
색깔의 칙칙한 옷이었지만 그녀가 술을 마시고 취해서 업혀간 날,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마사코 상과의
대화에서 치유의 기적이 일어난 뒤, 그녀는 어느 날 오니기리를 주문합니다.
미도리상이 놀라서 마사코상에게 언제 핀란드어를 배웠는가 물어보니 나는 핀란드어를 모른다고 천연덕스럽게
대답하지요. 그러자 두 사람이 묻더군요. 전문적으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인가 하고요,.아니, 그래도 부모님
두 분을 병간호하느라 20년 세월을 보내고 두 분이 나란히 연달아서 돌아가시고 나니 체인에서 풀려난 느낌이었다고
그래도 무엇을 할지 몰라서 서성거리던 어느 날 티브이 뉴스에서 에어 기타 쇼를 하는 것을 보고는 불현듯
떠나왔노라고요.
손님으로 왔던 그녀도 어느새 이 곳에 와서 함께 일을 거들면서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토미에게 묻습니다,왜 이 곳 사람들은 이렇게 느긋하게 살 수 있는가 하고요. 그러자 그는 숲이라고
대답을 하고 그녀는 숲에 가서 버섯을 땁니다. 그리곤 돌아와서 버섯을 따긴 했지만 다 흘렸다고 말을 하지만
어느 날 그녀가 찾은 짐속에서는 버섯이 가득 빛을 발하고 있더군요.
처음 볼 때는 무심하게 지나쳤던 이 장면이 이상하게 기억에 남아서 왜?를 반복하게 됩니다.
이 영화를 여럿이서 이야기의 대상으로 삼게 된다고 생각하니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되었고
덕분에 이미 본 영화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흥미를 갖고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금요일 여럿이서 대화하면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갈 지, 서로 어떻게 같고 다르게 영화를 보았는지
그것을 어떤 식으로 얼마나 표현가능할지 기대가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