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어느 금요일이라도 다양한 일로 즐거운 제겐 휴일인 날, 어제도 역시 다양한 일이 있었습니다.
오전에 악기 연습하고, 낮에 향원정에서 그리고 류가헌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다음 마지막 약속인
남산 한옥마을에서 열리는 비나리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사실 이런 공연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얼마전 걸려온 전화로 (어린 시절부터 만나서 함께 공부하다가
지금은 대학생이 된 연화가 전화를 걸었더군요. 선생님, 지금 잠깐 도서관에 가도 될까요? 전화 걸지 않고
와도 되는데 웬 격식인가 싶었는데 혼자 온 것이 아니라 여러명의 대학생과 함께 왔더군요. 알고 보니
들소리라는 사물놀이 단체의 서포터즈 역할을 하는 중이라면서 밖에다 포스터 한 장 붙이고 싶다고요)
시간을 맞추어보니 5일이 저녁 시간이 비어있는지라 당연히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요.

이런 공연을 함께 갈 파트너라면 당연히 연화의 엄마이기도 하고, 학부형으로 만났다가 함께 공부하던
멤버였다가, 지금은 너무나 탁월하게 보험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는 조인숙씨에게 전화를 했지요.
연화가 포스터 붙이러 왔던 그 공연 가려고 하는데 시간이 되는가 하고요.

제가 이제까지 살면서 만난 가장 강력한 인물이라고 할 정도로 너무나 다르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정열이
만나는 지점이 있는 사람. 에니어그램으로 말하자면 8번 유형인 그녀는 오랜 세월 알아오다보니
제가 안고 있는 어려움, 혼자서 끙끙대다가 해결이 어려운 아들과의 갈등이 생기거나 하면 전화를 걸게 되는
사람이기도 하지요.
무엇보다도 공연에서 만나면 에너지를 증폭시켜서 어제는 정말 가장 오랫동안 손바닥이 얼얼하게 박수를
치기도 하고, 앞에서 공연하는 사람들의 유도에 따라 목소리를 높이면서 안에서 나오기 어려운 소리를 끌어내면서
따라 한 날이기도 했습니다.아마 옆자리에서 흥을 돋구는 소리가 있어서 저도 모르게 소리를 끌어낸 것이
아닐까요?

폭풍같은 시간이 지나고, 마지막 앵콜까지 마무리하고도 다 식지 않은 분위기, 그러자 안에서 이럴 것이
아니라 마당에서 더 놀아보자고 무대를 떠나서 앞장서는 공연진들을 따라서 밖으로 나서는 관객들입니다.

들소리의 공연을 하는 사람들은 한 가지 악기만을 하는 것이 아니더군요.
특히 눈길을 끄는 시종 웃음으로 관객을 무대로 끌어잡아 당기던 사람이 궁금해서 물어보니
모든 타악기를 전부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요. 베네주엘라만이 아니라 여기서도 관심을 둘 사람이
생겼다고 하면서 함께 웃었습니다. 큰 북, 작은 북, 꽹가리, 거기다 빼어난 소리의 장구에다가
소리까지 , 한 사람이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서 (그것도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소리로요)
보고 또 보게 되더라고요.
그의 경우뿐이 아니라 소리로 우리를 울고 웃기던 그녀, 태평소와 생황을 불던 그녀, 그들이 보여주는
집중과 힘을 보면서 즐겁기 그지없었지만 얼마나 힘이 들까 저절로 걱정하게 될 정도로 그들의 동작은
한이 없이 이어집니다.

연화와 그녀의 엄마 덕분에 출연진들과 인사를 나누고, 제가 감탄하던 그 젊은이와는 악수도 나누고
사진 한 장 찍고 싶다고 하니 기꺼이 포즈를 취해 주더라고요.

한국에서보다는 해외에서의 공연으로 먼저 이름을 날리고 드디어 한국에서도 공연을 통해서 사람들과
만나고 있는 들소리의 멤버들, 일산의 들소리에서 오래 전 장구를 배우던 기억이 새록새록 몸속에서
나도 저 가락을 알고 있어, 더 배우고 싶어라는 소리로 새어나오네요.
사물놀이를 다시 하게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앞으로 들소리의 공연에 글을 통한 서포터즈 역할을 하고
싶다는 조그만 소망이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