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지혜가 함께 타고 있는 느낌이 들더군요. 물어보니 역시 뒷자리에 지혜가 타고 있었습니다.
유치원 생인 그 아이는 이모들이 많이 모여서 관심을 보이는 수요일, 목요일의 모임에 함께 하고 싶어서
유치원 가는 것을 살짝 미루고 가끔 동행하곤 하지요.

이제 조금 친해졌다고 모임 장소인 집에 들어가기 전 사진 한 장 찍겠다고 하니 포즈를 취해주네요.
올 수 있는 멤버가 다 모이고 나서 우선은 가정법의 구문에 관한 설명을 한 다음, 오늘 외울 분량을 함께 읽고
구문 분석을 했습니다,그 다음 서로 짝을 지어서 암기를 시작하는데, 이제는 익숙해져서 서로 누구와
호흡이 맞는지 정하고는 각자 편한 자리에 앉아서 암기를 합니다.
저는 세 사람의 담당이 되어서 그녀들이 암기하는 과정에서 모르는 것을 도와주기도 하고, 격려하기도 하면서
기다리는 도중 제가 들고 간 불어 책을 틈틈이 보곤 하는데요, 보람이가 파리의 헌 책방에서 구해서 보내준
INSTANT FRENCH라는 책을 복습중입니다. 처음에는 불어를 잘 모르니 공연히 영어 설명까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 희안한 경험을 했지만 지금은 그래도 세월이 흘러서 설명과 더불어 아하, 그 때는 이 말을 몰라서
이렇게 헤맸구나 놀라기도 하는 시간. 그러는 도중에 어느새 마무리 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오늘 요리시간에는 닭도리탕, 무생채,그리고 잔멸치 볶음 이렇게 세 가지 음식을 준비해서 함께 먹었는데요
음식 준비하는 사이에 카메라 메뉴얼을 읽고 좀 설명해달라고 부탁하니 멤버중의 한 명이 사실은
자신이 청소년들 대상으로 디지털 카메라 강의를 했던 전력이 있다는 겁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달라붙어서 사람들이 물으니 그녀는 수줍게 자신의 전공,그리고 그 이외에 무슨 일을 했는가를 이야기하네요.
그 옆의 한 멤버는 대학에서 발레를 전공했다고 해서 우리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 그래서
자세가 그렇게 다른가 하고요. 물론 전부라곤 해도 저는 그런 것을 눈치챌 정도로 센스가 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나중에야 아하 그런가 하고 살펴보았지만 덕분에 다음부터 수업하기 전 좋은 스트레칭 자세를 하나씩
알려주면 운동부터 하고 수업을 시작하면 어떤가 하는 의견이 나왔지요.

두 사람이 합동으로 메뉴얼을 읽고 도움을 준 덕분에 드디어 !! 저도 이제는 A모드를 설정하는 법을 배웠고
오래 전 지난 번 카메라로 F값 조절하면서 사진 찍던 시절에 들었던 말들이 조금씩 떠오르네요.
한없이 이어지는 즐거운 이야기, 이대로라면 집에 가는 것이 더 늦어질 것 같다고 벌떡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니 아파트 화단에 아직도 피어 있는 이 꽃이 주변의 초록과 대조를 이루어 그냥 갈 수 없습니다.

수요일마다 아무래도 과식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왕이면 걸어서 집까지 가면서 새로 배운
모드로 사진도 찍어볼 겸 걸어가는 도중에 만난 나무입니다.

빛에 대한 관심이 생기니 오늘은 걸어가면서도 자꾸 어디서 빛이 오고 있는가를 뚤레 뚤레 바라보면서
걷게 되더라고요.


아파트 화단에 마지막까지 빛을 발하고 있는 이 꽃들, 늘 지나다니면서 다시 한 번 눈길을 주게 되네요.
수요일, 필요에 의해서 만든 수업이 자체적으로 진화해서 점점 새롭고 재미있는 ,가끔은 생각지도 못 한
방향으로 나가는 시간이 우연한 마주침을 이야기하는 철학의 살아있는 예가 여기 있구나 ,걸어오는 길
갑자기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번뜩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