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진부터 마음을 빼앗겨 류가헌에 연락을 했더니 월요일에는 휴관이라고요.
월요일이 아니면 언제 갈 수 있을까 꼽아보니 금요일 아네모 모임 끝나고 가면 시간절약도 되고
딱 맞을 것 같더라고요.
향원정에서 나와 호수님과 둘이서 찾아간 류가헌, 두 번째 인데도 길치인 저는 역시 한 번에 찾기 어려워서
전화로 물어보고 찾아갔지요.

입장료는 없는가 물어보니 무료라고 하네요. 고마운 마음을 안고 안으로 들어가서 사진을 보는데
사진에 제목이 없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목으로 인해 우리가 갖는 선입견이 그림아니 사진을 보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 그냥 바라보라는 의미였겠지요?
그 공간의 주인장인 인상이 선한 여자분이 들어와서 잠깐 전시 소개를 하겠다고 하네요.
아시아나의 기내에서 만난 사람이란 꼭지의 글이 있다고요. 상당한 분량의 글에 딱 한 장의 사진으로
그 인물을 표현해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사진작가 박정훈이고, 그가 기내에서 만난 사람을
위해 찍은 사진들을 골라서 전시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해서 작은 공간에서 제 마음을 강하게 끈 인물사진들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호수님과 둘이서 이 사람은 누굴까 서로 궁금해하기도 하고 맞추기도 하면서 사진을 보았습니다.
얼굴만이 아니라 주변을 어떻게 표현했는가, 어느 인물의 경우는 얼굴의 반을 잘라내거나 묘한 배치로
그 인물의 느낌을 살린 점등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사진을 보다보니 역시 전 시간에 만난 사진 모임의
여파가 느껴져서 웃음이 나오더군요.


무료 전시가 고마워서 못난이 매실차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차를 두 잔 시켜서 마당에 나가서 마셨습니다.
옛날의 툇마루를 살려서 만들어놓은 공간, 거기에 담요가 잘 개켜져 놓여있는 것이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눈길을 끌었거든요. 주인장의 배려가 느껴지는 공간이라서 조금 쌀쌀한 날씨이지만 그 곳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싶었습니다.

차를 주문하면서 내부 공간을 카메라에 담았지요.

차를 들고 밖으로 나오면서 담은 내부 풍광인데요, 아주 작은 공간인데도 볼 거리도 많고, 정갈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차를 마시고 있는 중 주인장이 다가와서 우리에게 전해준 다음 전시소식은 한지 만들기에 평생을 보낸
두 사람의 한지를 선보이고 몇 번의 시연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연락할 주소를 남기고 온 이유는 그 공간의 전시소식을 계속 듣고 싶다는 마음과
도심 한 가운데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것이 고맙다는 이유이기도 했지요.
밖에서 한 번 만나자고 은유씨와 이야기하다가 그녀가 소개한 공간이 류가헌, 그리고 그 날 수유 위클리의
편집회의가 다른 장소에서 열리는 바람에 그 곳으로 오라는 연락으로 처음 찾아가게 된 곳이 길담서원
그래서 그 인연으로 프랑스어문 교실에 참가하게 되었으니 사람의 인연은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아무도
모른다,그런 인연이 올 때 우리가 어떻게 손을 뻣는가에 따라서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오늘 아침 그녀의 블로그에 들어가서 심보선 시인과의 인터뷰가 실려 있더군요.
그 이전에 시만 읽었을 때는 전혀 다른 시인상을 상상했는데 완전히 빗나가서 혼자 막 웃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