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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추억의 곡을 듣다

| 조회수 : 1,895 | 추천수 : 67
작성일 : 2010-08-17 07:40:29
  화요일 새벽, 오래된 추억의 곡을 듣고 있는 중입니다.

(운동을 하러 가야 하지만 화요일 정독 도서관 철학모임이 있는 날이라 두 가지를 동시에는 어렵다

싶어서 쌓여있는 설겆이 마무리하고, 오랫만에 듣는 곡을 걸어놓고 귀기울여 듣고 있는 중)

고등학교 시절, 시골에서 공부하던 제겐 조금 더 알고 싶은 갈증이 심했었지요.

부모님을 졸라서 방학동안에는 서울에 있는 친척집에 신세를 지면서 단과반 강의를 들으러 다녔는데

당시 종로를 왔다 갔다 하던 중 우연히 길거리 음반점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홀려 그 곳으로 무작정

들어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특별히 음악에 대한 취향이 있다던가 그런 시절이 아니었는데, 왜 그 때 그 소리가 그렇게도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것이었을까 지금도 가끔 생각하곤 하는데요, 아마 처음 집을 떠나 멀리 있으면서

아무리 편하게 대해주어도 뭔가 마음속의 불편이 있었던 것 아니었을까요?

그렇게 쌓이던 감정을 건드린 소리, 그것이 바로 클래식 음악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제겐



소리에 끌렸다 해도 그냥 지나칠 수 있었으련만 음반점 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그러고 보면 음반점에 들어간 것이 그 때가 처음 이었지요. 서점에는 어린 날부터 수도 없이 들랑 날랑

했지만 음반을 사 본 적은 없었으니까요.

다짜고짜 물었습니다. 지금 나오는 곡이 무엇인가 하고요.

그렇게 만난 것이 바로 베토벤의 월광,비창, 열정 이렇게 세 곡이 수록된 LP판인데, 당시 집에 전축도

없던 상황에서 무슨 맘으로 그 음반을 산 것인지 ,그런 충동이 계기가 되어 클래식 음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집으로 전화를 걸어 아버지에게 우리집에도 전축이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마 멀리

가 있는 딸의 부탁에 마음이 움직였을 아버지가 마음을 써주신 덕분에 방학이 끝나고 집에 내려가자

정말 전축이 마련되어 있더군요. 그 때의 마음이란, 전축이란 물건을 통해서 아버지의 사랑이 말없이

전달되던 그 느낌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오로지 한 장인 음반이라 마르고 닳도록 들었지만 그 이후로 점점 음반이 늘어나고

듣고 싶은 음악도 늘어나서 처음처럼 그렇게 여러번 자주 반복적으로 듣게 되지는 않게 되네요.

그래도 문득 그 세 곡이 들어있는 음반에 손이 가는 날이 있지요. 그러면 영락없이 추억 여행이 되는

그래서 다른 음악을 듣는 것과는 사뭇 다른 기분에 빠져버리고 말게 됩니다.



오늘은 러시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연주로 이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얼마나 많은 연주자들의 연주로 이 곡을 들었는지 모릅니다.같은 곡이지만 터치가 달라서

어떤 때는 더욱 격렬하고, 어떤 때는 좀 더 이성적이고, 어떤 때는 조금 더 서정적이고

이런 식의 변화 무쌍한 월광,비창, 열정을 들으면서 어느새 인생의 반 이상을 살아왔군요.



언젠가 이 곡들을 연습해서 스스로 연주해볼 수 있는 날이 올꺼나, 갑자기 묘한 자극을 받아서

생각은 엉뚱한 곳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언젠가가 정말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요?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미실란
    '10.8.17 9:48 AM

    청소년기에 무엇인가에 몰입하면 그것은 장년이 되어도 깊게
    남은 것 같습니다.
    전축을 사주신 아버지 큰 투자 하신거구요.
    저는 최근에 참 존경하는 분이 만날때마다 책과 클래식 CD를 선물해 주십니다.
    그리고 나이 어린 저를 소중한 친구로 삶아 주셨구요.
    그분 덕에 요즘 싫지 않았지만 클래식의 매력에 빠져 보곤 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섬진강가 농부가...

  • 2. 카루소
    '10.8.18 1:14 AM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1악장 Grave-Allegro di molto e con brio2악장 Adagio Cantabile3악장 Rondo Allegro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1악장 Grave-Allegro di molto e con b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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