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가 없는 금요일, 로뎅의 작품을 보려고 했지만 역시 방해하는 일이 생겨버렸습니다.
제가 마음속에 깊이 품고 있는 베네주엘라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엘 시스테마가 개봉이 되었더라고요.
로뎅은 여러 번 본 적이 있으니 그렇다면 하고 이대 아트 하우스 모모를 찾아갔습니다.


옆관에서는 크랙를 하고 있네요. 이 영화도 신문에서 기사를 읽고 관심을 갖고 있었던 작품인데
그렇다면 시간 여유가 있는 날, 두 편을 다 볼까?
그래도 먼저 보는 것은 역시 엘 시스테마였지요.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려는 아이들이 폭증해서 악기를 다 구할 수 없자 종이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더군요.
유치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합주를 위한 기본적인 준비를 하는 시기인데요 그렇게 몇 개월 연습을 한 다음
부모를 초대해서 음악회를 합니다. 아이들도 즐겁게 연주하고 어른들도 자신의 아이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울려 그야말로 동네 축제가 되는 그런 시간이 부러웠습니다.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경우 동영상으로도 여러 번 만나서 그런지 영화속의 인물들중 눈에 익어서
마치 오래 알고 지낸 기분의 단원들이 여럿이어서 재미있기도 했지요.
바로 이 분이 75년 다른 한 사람과 더불어 이 일을 시작하고 그 이후 총대신 악기를 이란 슬로건으로
계속 일해오고 있는 사람입니다. 제 마음속의 영웅이기도 하고요.
내용은 더 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무슨 사연인지 곰 플레이어로 영화 상영을 하더군요. 중간 중간에 화면이
멈추기도 하고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아서 그 안의 사람들이 짜증이 나기도 했지요.
끝나고 나가서 이미 항의하는 사람들. 영화관 측에서 환불을 하거나 아니면 초대권을 받아서
다음에 오라고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저는 초대권을 받는 쪽으로 정했는데 두 매나 주는 바람에
크랙을 무료로 보게 되었네요.

영화와 영화의 틈 사이에 카메라를 들고 학교 교정으로 나갔습니다.

오랫만에 온 학교, 역시 추억을 자극하는 것들이 곳곳에 있네요. 연극을 알리는 팻말에도 눈길이..

옛날에 비해서 남학생의 발길이 자주 보인다는 느낌이기도 했고요.

계단에 앉아서 이야기 꽃이 만발한 젊음을 눈여겨보기도 하고.


크랙을 보려고 다시 들어와서 알게 된 영화 소라닌,일본 영화인데요 제가 좋아하는 여배우가 나오는 영화라
혹시나 해서 한 컷 찍기도 했지요.
앞 시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영화, 그런데 영상미와 연기가 대단한 영화였습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딸이 영화 감독이 되어서 만든 작품이라고 해서 화제가 되었고 아버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영화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그녀의 작품에 아버지도 프로듀서로 참가한 것도 이채롭더군요.
갇힌 공간에 사는 소녀들의 선망, 질투,빗나간 욕망,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의 문제등에 대해서
생각해볼 거리를 많이 제공하는 영화라서 소설 원작을 어떻게 영화로 각색했는가 궁금해지기도.
무더운 여름, 멀리 피서가기 어렵다고 느낄 때 시원한 영화관에서 좋은 영화를 보는 나들이도
휴가로서 좋은 선택중의 하나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