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의 특강 중 네 번째, 벌써 삼분의 이가 끝나는 날, 특별히 오늘은 비잔틴 문명의 건축사에 관한
수업이라 잠이 모자람에도 불구하고 전혀 졸리지 않고 눈이 말똥말똥한 날이었습니다.
지금의 이스탄불에 있는 하기아 소피아, 그리고 이탈리아의 라벤나와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이렇게 비잔틴 건축사를 살펴볼 수 있는 세 가지 큰 줄기중에서 이미 하기아 소피아엔 다녀왔고
라벤나와 베네치아는 이번 겨울에 보러 갈 것이니 예습과 복습이 어우러진 절묘한 날이었습니다.

펜던티브, 늘 읽어도 명확하지 않던 건축용어가 드디어 이해가 된 날, 비잔틴 건축에 대해서
눈이 떠진 날이라고 할까요? 그 장소에 갔다 해도 그 곳을 잘 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은
여행을 다녀본 사람들이 실감하는 것이 아닐까요?
건축사를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날이기도 했는데요, 강사의 설명에서 모자이크 기법에 대한
것도 명료하고 간단한 설명으로 이해가 조금 더 진전이 되었고, 동영상으로 비잔틴 제국사 초기에서 멸망까지
제대로 줄기를 따라가면서 듣다보니 아하, 그래서 하면서 오래 전 여행의 기억을 새롭게 한 측면도
있었습니다.그 수조가 바로 그런 역할을 했구나, 성벽을 쌓은 방식, 성벽이 한 역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스만 투르크에게 자리를 내줄 수 밖에 없었던 사연, 불가리아와 얽힌 비잔틴의 역사에 대한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하기아 소피아가 박물관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듣고 그 안에 들어갔으나 박물관의 기능이 없었습니다.
아니,어디 박물관이 있는 것이야? 알고 보니 그 건물 자체가 바로 박물관의 기능을 하는 것이었지요.
모자이크에서 뿜어져 나오는 색, 색으로 위계를 정해서 표현했다는 강사의 말이 인상적인 날이었는데요
베네치아와 라벤나에 가면 그녀를 위해서 자료 삼을 수 있게 좋은 사진을 많이 찍어와서 공유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강의를 듣고 온 날이라서 그런지 이런 드로잉에도 눈길이 가네요. 참 신기한 일입니다.

공부하러 가는 날, 수업자체도 재미있지만 역시 더 즐거운 것은 after입니다. 밥을 먹으면서 서로 나누는 이야기
그것으로도 아쉬워서 커피 한 잔 마시자면서 더 이어지는 이야기, 오늘은 바이칼 호수를 다녀온 줌마나님
이야기를 들었던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그녀가 커피를 사겠다고 해서 식사하는 곳에서 소개받고 간
커피하우스가 독특해서 오래 기억할 것 같네요. 구겐이란 이름의 그 커피 하우스는 현직 화가의 집 자체를
커피 하우스로 개방한 곳인데, 콜렉션도 그렇지만 제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스피커였습니다.
이층에서는 목요일마다 음악감상회도 열리고 있더군요. 소리가 흘러나오는 순간, 귀가 확 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가지 못한 것이 아쉬워서 다음 목요일 다시 한 번 가보려고 하는데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도 우리가 모르는 곳들이 얼마나 많이 숨어있을 것인가 생각하니 공연히 호기심이 더 생기는
느낌이었습니다. 평소라면 두 시 정도에는 집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제 헤어져야지 하는 순간 벌써
3시, 얼마나 그 공간과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에 심취했었는지요 !!

아방가르드에 이어 사진의 역사를 함께 공부하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가 마무리 화제였는데요
역시 after는 무엇인가 생산적인 이야기가 마구 오가는 자리가 되고, 그것에서 새로운 것들이 탄생하는
산실역할을 톡톡히 하는구나 즐거운 마음으로 귀기울일 수 있는 재미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