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평생을 새벽이란 존재하지 않는 시간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나는 절대로 ... 이런 식의 단언을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요즘 느끼고 있어요.
언젠가부터 갑자기 새벽에 잠이 저절로 깨거나 ,혹은 피지 못할 사정으로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일이
생기면서 요즘은 새벽을 살고 있다고 할까요?

지난 일주일은 새벽에 운동을 하러 나가기도 했는데요, 그것이 주는 놀라운 효과를 경험하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엄마,원래 움직이는 것 싫어하더니 요즘 변했네 라고 보람이가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러게, 요즘은 이상하게 자꾸 움직이게 되더라, 그렇게 말하곤 어제 밤에도 다시 운동을 하러 가기도.
사실은 목요일 일찍 수업이 시작되는데 새벽에 운동을 하고 쪽잠도 못 자고 나가니 수업중에
졸리는 묘한 상황이 벌어져서 어제 밤 미리 운동을 하고, 오늘 아침은 시간의 여유가 생겨서 그림을
찾아서 볼 여유가 있군요. 이 이른 시간에
집에 나를 묶어 놓는 매듭이라도 있는듯이 이상하게 집에만 들어오면 밖에 나가기 싫어하던 시절이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아마 집에 있을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적어서 생긴 반동 현상인지도 모르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들이
많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네요. 상황은 똑같은데도 변화가 생긴 것은 운동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력하고 따끔하게, 그것도 자신의 실제 경험에 비추어서 말해준 바이올린 선생님때문인데요, 그런 변화를
통해서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이 쪽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충고란 것, 그런데 그것이 묘하게 자신의 깊은 곳을 건드려서 바로 에너지로 변할 수 있는 그런 충고도
있다는 것을 요즘 마음과 몸으로 동시에 느끼고 있다고 할까요?

건축사 수업이 있는 날이라서 그럴까요? 원래 보려던 그림이 아니라 저절로 고딕 성당의 내부를 보여주는
그림에 손이 갑니다.
그래도 원래 보려던 그림들, 17세기 네덜란드 그림들인데 조금이라도 보고 일어서야 할 것 같네요.

아무리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했다고 해도 새벽 6시에 일어나서 9시정도까지 잘 보내고 나면
벌써 졸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아직 완전하 변신은 먼 이야기인 것 같기는 하지만
그렇게 변하는 몸에 걸맞는 생활에 대해서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