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에 일년에 두 차례씩 다닌지 한참 되었습니다. 올해는 2010년 경술국치이후 100년이 되는 해
이번 전시는 그래서 구한말 화단에서 활동하면서 나라잃은 상황을 살아간 사람들의 그림을 모아서 전시했다고
합니다.

어떤 전시보다도 다양한 연령층이 전시장에 오기 때문에 늘 생각하게 되더군요. 이런 인구가 왜 다른 전시장에는
오지 않는 것일까 하고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아무튼 간송미술관에 올 때마다 7살 정도의 아이부터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표정의 사람들을 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되는 참 색다른
시간을 보내게 되네요.

물론 이 곳도 촬영 금지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안중식의 다양한 시기의 그림을 만났습니다. 어라, 한 사람이 이렇게 다양한 표정의 그림을
그릴 수 있구나 싶어서 고개 갸웃거리면서 제가 알던 안중식과는 사뭇 다른 그림들을 바라보았지요.
그는 나라를 잃은 상황속에서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던 것일까 ? 처음으로 그림 그 자체가 아니라
그림을 그리면서 살던 화가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던 날이기도 했습니다.

민영익의 난 그림이 일층과 이층에 전시되었는데 일층에서 만난 규모가 큰 그림에서 뻗어나온 기운과
이층에서 만난 난 그림의 표정이 달라서 그것도 눈에 띄더군요.
제가 주목했던 또 다른 사람은 조석진인데요, 그의 그림을 흥국생명 빌딩의 새로 생긴 화랑에서 만나고
궁금했었는데 오늘 또 만나고 더구나 오늘은 여러 점을 볼 수 있어서 앞으로 미술사 책에서 그를 찾아보고
싶은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자화상 그림으로만 알던 고 희동의 여러 작품을 만난 날이기도 했는데요, 특히 한 작품 앞에서는 캘리님과
둘이서 떠나지 못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나가기 전에 다시 한 번 보러 가게 발걸음을
묶는 그런 그림, 간송미술관에 갈 때마다 그런 그림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네요.


전시장을 나와서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이런 저런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구석에 놓여져 있어서
이제까지 몰랐던 것들도 눈에 들어오고 ,늘 보던 풍경이라 반가웠던 것도 물론 있고요.

간송 전형필이란 제목으로 책 한 권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만났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지금 미국에서 살고 있는 교포인데 간송의 이야기를 듣고는 매년 한 번씩은 전시회를 보러
한국에 온다고요,간송이 미술품을 모은 사연에 감동해서 그에 관한 자료를 구해서 책을 쓰게 되었다는 사연을
읽었습니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미술관의 수장품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널리 알려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인데요, 저도 내일은 이 책을 구하러 서점나들이를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