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현대 미술관 전시를 보러 갔습니다. 그런데 오늘 마침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미술관 전시를
무료로 들여보내 주네요. 궁 입장료는 그대로 받고 미술관 전시는 무료라, 갑자기 어벙벙한 기분이 되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들어갔지요.

오래 전 신문기사로 본 전시인데요 물에 관한 이미지를 모은 전시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제목이 달라서
순간 당황했습니다. 제목은 달라도 김호득의 이름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같은 전시겠지.아니어도 새롭게
만나는 작품이 있으면 그것으로 된 것이고 ,느긋한 마음으로 들어갑니다.


평일날 미술관 나들이와는 상당히 다른 기분이었습니다 .휴일이란 사람들에게 이렇게 느긋한 시간을 허용하는구
나 하고요.
미술관 안에서의 사진 촬영은 허용되지 않지만 이번에는 2층에서 스크린으로 참여 작가들의 인터뷰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더군요. 덕분에 전시를 본 다음 스크린으로 다시 보면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미술관에 간다는 것은 곧 평소엔 생각지도 못했던 세계와 마주치는 경험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가끔 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이런 전시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가지만 늘 그 곳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세계가 펼쳐지고 있고 굳어지기 쉬운 제 감각이 새롭게 요동치는 경험을 한다고 할까요?


함께 감상을 하면서 캘리님과 이야기를 했지요. 언젠가 작품을 직접 하지는 못해도 머리로 하는 것 말고
몸으로 직접 경험하는 그런 세계를 만나고 싶다고요. 작가의 작업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실제로 따라해보기도 하고 ,물론 지금은 공상 단계이지만 그런 꿈을 계속 꾸고 있다 보면 실제로 기회가
올 수도 있겠지요?

비누로 불상을 제작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조각가는 말을 하고 있더군요. 박물관이나 절에 멀리 떨어져
있는 부처를 일상의 감각으로 되살리고 싶었다고요.

그녀의 작품은 미술관 밖에도 여러 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술관 2층의 복도에 서 있는 작품과
덕수궁 경내에서 만나는 작품은 사뭇 다른 느낌이어서 신기했습니다.


전시장에서 만난 여러 화가들,그런데 이젠 화가들이란 말이 꼭 적합한 말은 아닌 느낌입니다. 각자의
작업이 다양하므로 그냥 작가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작가라고 하면 소설가같은 느낌이 들어서 적합한
말이 아닌듯하고, 갑자기 그런 명칭상의 혼란이 느껴지네요.


아직 빛이 좋은 시간, 카메라를 들고 조금 더 다니면서 찍고 싶지만 간송미술관의 전시를 보러 가야 해서
아쉽지만 그 곳을 나오면서 켈리님이 이야기를 합니다. 이 곳에 아들이 어렸을 때 자주 왔었노라고
그 때는 지금과 참 다른 덕수궁의 모습이었다고요. 서울내기가 아닌 저는 예전 덕수궁의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아서, 장소에 대한 추억이 사람마다 얼마나 다른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한 날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