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세에서 배가 고플 때까지 그림을 보다가 서로 연락하여 모였습니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점심 한 끼는 제대로 먹자고 의견이 통일되어서 미술관안에 있는
멋진 레스토랑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음식뿐만이 아니고 다른 일에서도 적극적인 캐롤님이지만 특히 음식을 고를 때 그녀의 의견을 따르면
거의 실패하지 않는다고 스페인여행에서부터 느꼈기 때문에 그녀가 음식 고르는 것을 보는 일이
여행중의 재미중 하나였는데요 역시 그 곳에서도 맛있는 점심에 특히 디저트가 입맛을 다시게 하고
이름을 기억해서 다시 먹어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시간이었지요.
그 다음 걸어서 오랑주리로 갔습니다.걸어가는 길에 만난 풍광,그 중에서도 오랑주리 앞에 쭉 늘어서 있는
연두색을 입은 의자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그래서 여러 장 사진을 찍었는데요
언젠가 이 곳에 와서 (바람이 좋은 봄이나 가을에 ) 바람을 맞으며 앉아서 무엇인가 읽을 수 있다면
하는 꿈을 꾸게 하는 그런 공간이기도 했지요.
-문제는 컴퓨터안에 저장을 하긴 했지만 이제까지 제가 쓰던 방식의 정보가 아니라 조금 다른 정보가
나와서 당황하고 있는 중이거든요.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요._
오랑주리와 인연을 처음 맺은 것은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했을 때입니다.
그 때는 전혀 그림에 관심도 없고 (아니 알지도 못하고 그러니 당연히 관심이 없던 때)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와서 무엇을 볼 수 있을지 감이 없었던 때,동생을 따라 이 곳에 왔었지요.
그 때 느낀 마음의 충격이 상당했고 특히 모네의 수련앞에 앉아서 떠날 수 없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직 여행이 많이 남아있는 상태에서도 길다란 통에 넣어주는 모네의 수련 포스터를 구해서
들고 다니다가 한국에 와서 프레임을 했고 지금까지 아침에 눈뜨면 처음 만나는 그림이 되었습니다.
제가 그림과 친해지게 해준 계기가 된 미술관이라 그 다음에 파리에 갔을 때 다시 찾아가보니
그 때는 수리중이라고 문을 닫았더라고요.아쉬웠지만 다음에 혹시 기회가 되면 꼭 다시 오리라
기약을 했는데 정말 다시 오게 되었습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아래층에서부터 그림을 보기 시작했는데 수련을 먼저 보고 나면 마음속이
가득해서 다른 작품을 보기에 적당한 상태가 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요.
생각지도 못한 그림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특히 그 곳에는 르노와르의 작품이 많이 걸려있어서 흥미롭더군요.


오르세와 오랑주리에서 시슬리의 작품을 여러 점 보았는데 사이버상에서 르노와르가 그린 부부의 초상화를
만나니 반가워서 올려놓게 됩니다.이름에서 느껴지듯이 그는 프랑스사람이 아닌데 프랑스에 와서
활동한 화가입니다.워낙 유명한 화가들이 많다보니 인상주의에서 그리 두드러진 존재는 아니지만
그래도 작품이 많아서 늘 만나게 되는 화가이기도 하지요.

개인 소장인 이 그림,언젠가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을까 꿈꾸게 만드는 그림이네요.
모네의 수련을 만나러 갔다가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만난 최고의 화가는 제겐 샤임 수틴이었습니다.
여러 점의 그림,게다가 강렬하고 고뇌에 찬 표정의 인물들이 확 마음을 끌어당겨서
그 앞에서 서성거리기도 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플레쉬만 터뜨리지 않으면 사진찍기가
허용되는 미술관이 많더군요) 다시 그 앞으로 다가가서 보기도 하고,왜 그렇게 그에게 끌렸는지
지금은 오래 전 꿈속의 일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에 있을 때의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네요.

역시 이 화가의 그림은 복사가 금지되어 있어서 도대체 어떤 그림인가 느낌이라도 나누고 싶어서
아마존 책소개로 대신합니다.
피카소 미술관이 공사로 문을 닫아서 갈 수 없었지만 피카소는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피카소 미술관에서 만나는 것만은 못해도 약방의 감초로군 하는 말이 저절로 생각날 정도로
다양한 미술관에서 피카소를 만난 덕분에 배불리 먹은 기분이라고 할까요?
역시 오랑주리에도 피카소의 작품은 넘치고 있네요.
피카소와 나란히 배치된 마티스까지,그 옆의 조지 브라크도 더불어서 이렇게 오랑주리에서
생각지도 못한 그림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이 작품은 냉장고 앞에 붙여두고 보면 좋을 마그네틱으로 만들어져서 샵에서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퐁피두에서는 이 작품을 카드로 보낼 수 있게 단순히 한 장의 그림엽서가 아니라 봉투까지 마련해서
판매하고 있더군요.

아무리 다양한 그림을 만나도 역시 오랑주리라면 모네의 마지막 작업인 수련을 만나러 가야되겠지요?
더 피로해지기 전에 온전한 몸으로 보고 싶어서 아래층을 보다가 중단하고 모네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런데 그 곳에서 그림을 보면서 눈물 흘리고 있는 여성을 보게 되었지요.
그 순간 그림을 보는 것보다 그녀를 몰래 훔쳐보는 일이 먼저라고 할 정도로 감동이 밀려오네요.
그림앞에서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저절로 눈물이 나오는 그런 마음의 상태라니
다른 어떤 방보다 사람들이 많고 조용히 그림앞에서 거닐기도 하고,앉아서 바라보기도 하고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 촬영을 하느라 바쁘기도 하고,옆사람과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기도 하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일이 즐거운 공간이기도 했지요.

그 안의 그림이 워낙 대작이라서 전부를 보여주는 그림은 찾을 수가 없네요.
대부분 일부에 포커스를 맞추어도 그 자체가 그림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만든 달력,그렇게 만든 수첩등을
담아서 팔기도 하는 모양입니다.언젠가 모네의 그림으로 일년을 지낼 수 있었던 즐거웠던 시간이 떠올라
이번에도 구할 수 있나 찾아보았지만 없어서 아쉽더군요.


처음 왔을 때보다 그림에 대한 제 경험도 늘어있는 상태이고 시간도 훨씬 많이 확보해서 온 곳
그래서 덕분에 모네이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한 덕분에 그 시간을 오래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은
그런 곳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