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도착했을 때 처음 계획은 루브르에서 오르세로 그리고 퐁피두로 시대순으로
그림을 보려고 했습니다.그러나 대개는 그렇듯 인생도 그림보기도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거꾸로 보게 되었네요.현대를 먼저보고 그 다음 19세기의 그림을 주로 소장하고 있는 오르세
그리고 오후에는 오랑주리로 가보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습니다.
보람이 집에서 오르세로 가는데는 상당히 여러번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더군요.마지막에는 RER이란 국철로
갈아타는 것까지 있어서 조금은 긴장해서 (한국에서는 지하철을 타면 한 노선을 오래 가기때문에 들고 나간
책을 보면서 유유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이 곳에서는 우선 다른 나라라는 긴장감과 워낙 짧은 거리에서
갈아타야 하니 무엇을 읽는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 그것이 타국에 있는 일이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따라가다가 오르세로 가는 길이 어딘지 몰라서 대학생처럼 보이는 여학생에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가족과 함께 있던 그녀가 자신들도 마침 오르세에 가는 길이니 따라오라고 하네요.
잘 되었다고 생각하고 뒤를 따라서 차를 타러 가는데 먼저 입구로 가던 그 가족이 돌아서 나옵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기차가 20분 연착이 된다고 그래서 시간이 없어서 자신들은 걸어서 갈 것인데
함께 갈 것인지 물어보네요.
고맙다고,그러면 함께 가자고 하면서 오르세까지 가는 길,덕분에 거리구경도 하고,그녀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부모는 앞에서 걸어가고,둘이서 뒤에서 따라가면서 이야기를 해보니 그녀는 프랑스 남부에서 살면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한다고요,연말이라 부모랑 파리에 왔는데 자신은 그림보는 것을 좋아해서 오르세에
가는 중이라고 하면서 어느 나라에서 왔는가,파리에서의 시간은 즐기고 있는가 여러가지를 물어보기도 하네요.
드디어 오르세에 도착을 했고 마침 전 날 구한 뮤지움패스덕분에 표사느라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번 오르세에서 새롭게 발견한 화가는 쿠르베입니다.
물론 쿠르베 한 명인 것은 아니지만 그 이전에 갔을 때 맹맹한 느낌으로 보았던 그의 그림인데
이상하게 눈길을 끌어서 어라 이것은 무슨 조화속인가 하면서 보게 되고,다시 보게 되는 그런 시간이었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와 아들 (그것도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둘이서 미술관에 와서
아버지가 상당히 열심히 설명을 하고 아들은 듣다가 대답을 하는지 질문을 하는지 (불어로 말하니 알 수가
없지요) 한 그림 한 그림 앞에서 진지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자주 만나기도 했습니다.

미술관에 가면 그림만 보는 것은 아니지요,물론
그 곳에 와서 그림을 보는 사람들의 표정,그들의 구성원,예를 들어 전동차에 탄 늙은 어머니를
그녀보다는 젊지만 역시 늙은 딸이 밀고 다니면서 이야기하는 모습,아들과 아버지,젊은 아들과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온 손녀,다른 나라에서 단체여행을 와서 가이드가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어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연인의 표정등 사람들이 그림을 보러와서 보여주는 다양한 표정을 살펴보는 것도
미술관에서 느끼는 즐거움중의 하나입니다.


이 곳은 모네도 역시 여러 번 소재로 삼아서 그린 곳인데 두 사람의 화풍의 차이에 주목하게 되더군요.

물론 이 초상화는 오르세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게 쿠르베란 화가를 깊이 각인시킨 그림이라
다시 바라보고 있는 중인데요 자신의 초상화입니다.
천사를 보여다오,그러면 나는 그릴 것이다,즉 존재하는 것만 그리겠다는 선언을 통해서 사실주의를
열었다는 쿠르베,그러나 사실 그의 그림을 전체적으로 보다보면 과연 그를 사실주의화가라는 카테고리로만
묶어서 소개해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다양한 그림세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들이 읽는 책들은 주로 사조를 소개하면서 대표작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한 화가의 전생애에 걸친
변화를 보기는 어렵지 않나,그러니 조금 더 깊이 알려면 한 화가의 전모를 보여주는 그런 책과 만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미술관에서 한 화가를 만나게 될 때마다.


위는 보들레르,아래는 베를리오즈의 초상입니다.베를리오즈는 어제 정독도서관 모임에서 읽은 작곡가라
반가운 마음에 골라보았고요,갑자기 이런 우연에 그렇다면 오늘은 그의 음악을 찾아서 들어볼까?
갑자기 마음이 끌리고 있습니다.

오르세에서 직접 보면 더 좋은 화가중의 한 명은 드가입니다.화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감을 보여주어서
역시 ,하고 감탄하게 되는 화가,드가,르동,보나르,뷔야르 그런 화가들이 특히 그런 느낌을 주는데요
아침에 라디오의 음악과 더불어 저절로 손이 가는 화가가 드가로군요.
사들고 온 책에서 아이들에게 소개되고 있는 화가중의 한 명이 마리 카셋인데요,그녀는 미국에서 태어난
여성으로 당시로는 드물게 프랑스에 와서 살면서 인상주의 화풍에 영향을 받고 당대에 이름을 날리기도 한
사람입니다.드가와의 친분이 있었다고요.그래서인지 드가의 모델로 남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개인소장이라고 하는데,사이버상에서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바라보고 있는 중입니다.

당대를 함께 했던 화가들,이 그림을 보니 로트렉이 떠오르고,당시 화가들의 모델을 서다가 자신이 나중에는
직접 그림을 그렸던 수잔 발라동을 이번에 직접 그림으로 만나면서 그녀가 이렇게 다양한 그림을 그렸나
놀랐던 시간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오르세에서 열린다고 미리 정보를 알고 가긴 했지만 규모면에서 놀랐던 ,그리고 작품으로도 상당히 끌렸던
전시가 있습니다.제임스 앙소르전이었는데요,도판에서 겨우 몇 점만 본 적이 있던 제임스 앙소르
그를 본격적으로 알게 된 전시,덕분에 오래 기억하면서 그에 관한 책을 구해서 보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그런 화가를 한 명 더 알게 된 날이었습니다.
그는 1949년에 죽은 화가라서 그런지 사이버상에서 그의 그림을 복사해서 볼 수 있게 허용이 되지 않네요.
마침 아마존에 올라온 타센의 책이 있어서 표지만 올려놓습니다.

자신만의 그림세계를 찾아가던 중 가면에 착안하여 가면속의 인물들을 표현하면서 자신의 그림을 확립한
화가입니다.
그가 성경을 소재로 그린 그림들도 상당히 눈길을 끌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제목이 궁금한 것들이 많아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그림을 보았는데요 특히 혼자서 그림을 감상하던 나이 지긋한 여성이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그녀는 제가 일본인인줄 알고 자신의 손자도 대학에서 일본어를 배우는데
어려워하더라,그러니 불어를 모른다고 흉이 아니라고 하면서 자신이 아는 영어로 내용을 설명해주느라
가끔은 고민하기도 하면서 오랫동안 도와주려고 애를 썼습니다.일본인이 아니라고 하자 그렇다면 어느 나라인가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묻기도 하면서 상당히 즐거워하면서 도움을 주었지요.
이런 식으로 다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언어를 몰라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배운 것도 제겐 새로운
수확이었고 덕분에 한국에 와서 다시 불어를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조금은 쉽게 접근하게 되는 느낌,단지
느낌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진입장벽이 조금은 깨진 즐거운 오해?를 하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