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구했지만 이제는 보물이 된 디브이디중에 LANG LANG -LIVE AT CARNEGIE HALL이란 제목의
디브이디가 있습니다.
피아니스트의 피아노소리도 좋지만 그가 연주할 때 보여주는 천진난만하면서도 음악속에 녹아드는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천국이 있다면 그 표정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랑랑,그래서 이 디브이디를 혼자 즐기기 아쉬워서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로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것이기도
하지요.
지난 토요일 명동성당에서 친구 딸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수업이 있어서 참석할 순 없었지만 마음으로 함께 한 자리,마침 전주와 광주에서 올라온 친구들이 있어서
둘이서 나머지 시간에 예술의 전당 카쉬전과 클림트전시에 갔다가 일산까지 왔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서울에 가면 너무 늦어지니 차라리 그 친구들이 일산으로 와서 하룻밤 자기로 했거든요.
대학교때의 여자친구들이 다 직업을 갖고 있어서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같은 나이에 대학에 간 딸들이 있었던 그 해 한 번 아이들과 함께 모이고는 한자리에 모인 것이
처음이니 참 오랫만의 만남이었길래 새벽 다섯시가 다되도록 하고 싶은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졌지요.
아침에 느지막히 일어나 함께 아침밥을 차려서 먹던 중 음악회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둘 다 음악과 그림보기를 좋아하지만 일부러 서울에 오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제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컸으니
일년에 서너번은 좋은 음악회가 있을 때 모여서 함께 보고 만나기도 할 겸 연락해서 보자는 말이 나온김에
제가 그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랑랑의 연주를 틀어주었습니다.
두 사람다 랑랑의 이름과 연주는 들어보았더군요.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로
그러나 실제 연주실황을 보자 정말 행복한 표정으로 연주하는 연주자에게 매력을 느껴서
각자의 소감을 이야기하면서 연주도 듣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실제 연주장이라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자리이니 어쩌면 이렇게 보는 것이 더
재미있는 감상이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요.
일요일 1시수업이 있어서 나가야 되는지라 마지막까지 다 함께 보지 못하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이상하게 마음이 끌려 나머지 연주를 들었지요.
그런데 앙콜곡중에 랑랑의 아버지가 나와서 해금을 연주하고 랑랑이 반주하는 곡이 한 곡 들어있었습니다.
탄둔의 horses란 곡인데요 아버지의 솜씨가 아마추어로는 보이지 않더군요.
아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연주하는 순간 그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그가 아들을 낳았을 때
카네기 홀에서 아들과 연주하는 것은 꿈에서도 가능하지 않았을 상상이었겠지만
이 순간 그 아버지는 ..공연히 제 속에서 상상이 가지를 뻗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연주가 끝나자 기립박수를 보내면서 열광하는 청중이 늘어나더군요.
마지막 앵콜곡인 리스트의 사랑의 꿈이 끝나자 그 자리에서 일어나기 아쉬워 다시 듣기를 한 다음
방문을 열어놓고 귀로 들으면서 오늘 이 소리와 더불어 보고 싶은 그림 프란츠 마르크를 골라서
보고 있는 중입니다.
축하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누군가 외롭거나 힘이 드는 일이 있을 때 이 디브이디를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음악이외에도 에너지를 담뿍 주는 그의 표정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시간이 분명
될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요.
친구들이 떠나기 전 책장을 뒤적여서 그들에게 주고 싶은 책들을 골랐습니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집에 그대로 두지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라고 부탁하면서요.
그들을 통해서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게로 떠나는 책의 여행이 기대가 됩니다.
어디로 가서 누군가에게 양식이 될 그 여행이
앞으로는 책만이 아니라 음반도 그런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월요일 아침
아무래도 랑랑이 제게 준 선물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