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신문에서 재일 한국인 강상중 교수의 고민하는 힘이란 제목의 책소개를 읽었습니다.
이상하게 마음이 끌려서 영화모임 교재를 주문하러 가는 길에 혹시 서점에 책이 있나 물어보니
아직 구입하지 않은 상태라고 하네요.
아직 읽고 있는 책이 남아있어서 주문을 망서리니 아무래도 자주 가는 책방이라 그런지
구입하지 않아도 되니까 일단 갖추어 놓겠다고 합니다.

오늘 오전 미술사시간에 오르피즘과 추상회화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동한 작품입니다.
반룬의 역사를 읽으면서 중세의 도시가 생기는 과정의 설명을 재미있게 읽다보니 이 이야기속에
경제사의 기초가 다 들어있네 하면서 웃기도 하고 이렇게 글을 재미있게 쓰다니 배가 아프다고
질투심을 느끼기도 하다가 수업이 끝났는데요
집으로 가는 길에 동네 헌책방인 집현전에 가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오랫만에 함께 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함께 갔다는 것에 있었는데요 오랫만에 가보니 눈에 띄는 책들이 얼마나 반가운지
서로 이 책 저 책 보여주면서 고르다보니 산더미처럼 쌓이는 것입니다.
아무리 헌책값이라 해도 이것은 아니다 싶은 책을 골라내고 계산대에 섰는데 함께 간 그녀가
제게 보라고 들고온 책중의 한 권이 오스트레일리아 내셔널 갤러리 도록이네요.
귀한 도록이라서 고민하다가 일하는 분에게 현금으로 내는 경우는 카드와 어떻게 다른가
그리고 이렇게 여러 권 책을 사는데 도록을 조금 덜 비싸게 살 수는 없는가 부탁하니
11권 전부해서 8만원에 사가라고 합니다.
예정에 없는 지출이지만 두고 두고 읽을 수 있는 책 몇권과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 몇 권 그렇게 구하고
배달을 부탁하고 돌아서는 길 얼마나 마음이 뿌듯하던지요.

영화교재를 구하러 간 길에 혹시나 하고 고민하는 힘을 들추어 보았습니다.
이미 산 책이 너무 많아서 이 책은 나중에 공공도서관에서 빌려서 보아야지 마음먹고 있었는데
글의 목차를 보는 순간 어라,일본의 국민소설가라는 나츠메 소세키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를 축으로 해서
저자 강상중의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니 이 책을 두고 그냥 가기엔 역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군요.
순서를 바꾸어서 이 책을 먼저 읽어보자 마음먹고 사들고 수업하러 가는 길,못말리는 이 성질을 어찌하나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합니다.

저자의 글을 간간히 신문에서 읽은 정도이지만 언젠가 그의 글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만난 이 한 권의 책으로 한 발 더 가까이 간 기분이 들었습니다.
목차서장. 지금을 살아간다는 고민
1장 나는 누구인가?
2장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3장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4장 청춘은 아름다운가?
5장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6장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7장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8장 왜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9장 늙어서 '최강'이 되라
글이 다 좋았지만 그래도 특히 제게 인상적인 장은 3,5,9장이었습니다.
꼭 한 장만 다시 읽을 기회가 있다면 역시 9장을 읽게 될 것 같고요.
지금 대학생인 딸아이,그리고 제자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고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덕분에 오늘 읽으려던 로마사에 관한 글은 손도 대지 못했지만 저자를 만났고
저자가 소개한 두 사람을 조금 더 깊이 알게 되었고,그리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노년에 대해서 비슷하지만
조금 더 강렬한 메세지를 마음에 품게 되었다는 소득이 아주 큰 날이기도 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 경비실에 들러 책을 들고 왔지만 목록 정리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천천히 한 권씩 읽으면서 소개하고 나름대로 기록하는 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고민하는 힘의 저자 강상중은 호모 페이션스를 주장했다면 새로 읽으려고 하는 이 책의 저자는 호모 디지털이
어떻게 제대로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네요.
이 책은 디지털화가 진척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사점을 던져주는 귀한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