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감독 패드로 알모도바르 / 촬영 알폰소 베아토 / 출연 페넬로페 크루즈, 세실리아 로스, 안토니아 산주앙, 마리사 파레데스 / 1999년작 / 러닝타임 101분
수작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중요 모티브로 설정되어 그 옛날 흑백의 화면을 압도하던 말론 브랜도를 생각나게 하는 영화입니다.
물론 이 연극의 작품성이나 흐름이 이 영화의 작품성이나 흐름에 끼어드는건 아닙니다.
다만 죽은 아들의 얼굴을 기억하며 그 상실감을 애써 이기려 하는 한 어머니의 삶과 그 삶에 깊이 박혀 중요한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티브가 바로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여자는 자기 정체성이 정확합니다.
또한 나름대로 자신감 있고 인생과 세상에 대해 동정도 베풀 줄 알며 어떻게든 가슴에 품고 살아가려 애씁니다.
반면에 남자들은 많이 실패한 모습으로까지 그려집니다.
어떤 영화 평론지의 말대로 일찍 죽어 버리거나 자폐 환자거나 여장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인생의 실패자로 그려지는 것입니다.
아이러니칼하게도 여장남자들은 자신이 여자이기를 갈망하며 여성의 모습으로 섰을 때 오히려 인생에 대해 애정이 생기며 그 여장 남자에게 상처를 받은 두 여인 - 한 사람의 어머니인 마뉴엘라와 에이즈로 죽은 또 한 사람의 어머니이자 수녀인 로사는 그 실패한 남자를 기를 쓰고 만나려 합니다.
인간사의 법칙이란게 과연 이런 것일까요...?
아직은 알 수 없다...기 보다, 결론 내리기 힘든, 아직은 과정중에 있는 일이겠지만 분명한 것은 사람은 누구나 자기 부모, 즉 자신의 존재의 뿌리만큼은 어떻게든 다 알려한다는 사실입니다.
아마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법한 보편적 본능이라는 전제하에 이 모든 메타포를 풀어가려는 듯 합니다.
감독 패드로 알모도바르는 "스페인의 악동"이라는, 주류 영화계에 대해서는 그리 편안하지만은 않은 별명과 독창적인 그만의 연출선을 가진 영화작가로서의 명성으로 비주류 영화계에선 거장의 반열에까지 세우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 작품에선 악동적인 기질보다는 인생에 대해 진지하고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인간 심성의 깊은 내면을 비교적 부담 없이 잘 그려내고 있는 탁월한 연출가로서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해 내고 있습니다.
영화에 있어선 세계적으로 우리 나라 만큼이나 변방인 스페인을 일약 뛰어난 영화작가의 나라로까지 단숨에 올려놓은 연출가가 바로 이 패드로 알모도바르입니다.
여인들만의 즐거운 수다는 영화 내내 관객으로 하여금 웃음을 머금게 하고 아들을 잃은 슬픔을 이겨내며 삶의 가장 절망적인 지점에서 일어서서 점점 인생을 껴안고 살아가는 어머니의 모습은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어머니의 위대함으로 카타르시스를 전달하기에 충분합니다.
또한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영화 중간중간 끼어들며 문학적 고상함까지 엿보이는 대사들로 무장한 탄탄한 시나리오 작품성까지 과연 수작입니다.
패드로 알모도바르는 이 작품으로 그 해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PS.
이 영화는 보고나면 왠지 여자들만 나온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왜냐면 중요한 역할인 남자들조차도 죄 여장남자로 나오기 때문에...;;;
이 여자들의 수다는 막 웃겨서 배꼽잡는 그런건 아니고 일상의 대화들이 서로가 사람임을 느끼게 해주는 따뜻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들으며 시종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그리고 몸은 남자지만 정신은 여자로 살아가는 그(녀)들의 당당한 세상을 향한 정체성의 외침은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