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게을러도 마음으로 하는 일은 상당히 부지런한 제게
2009년은 참 별난 출발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제주도에 가서 기운을 몽땅 다 쓰고 온 것일까요?
돌아와서 시름시름 앓다가 이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12일,그래도 올해는 조금은 느리게 가자고 마음을 다잡고
덜 놀래려고 애쓴 탓일까요?
흘러가버린 시간에 대한 미련을 접고 오랫만에 음반을
하나 걸어두고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괴롭던 시간에 비하면 갑자기
세상이 환한 느낌이네요.

에쉬몰린에서 온 피사로를 위시한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
아람누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도 못 가보고 있습니다.
원래 2009년을 여는 전시로 마음에 담고 있었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네요.
오늘 신문에서 기사를 읽고는 생각이 나서 그 곳에서 무슨
그림을 만날 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그래서 고른
오늘의 그림은 피사로입니다.
아직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라해도 컴푸터 앞에 앉아서
무엇인가 써보고 싶은 욕구를 느낀 것으로도 몸은 많이
좋아진 것 같거든요.
그럴 기운도 없는 시간을 보내면서 그동안 줄창 몇 년에
걸쳐 글을 쓴 것도 참 대단한 에너지였구나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어졌습니다.그래서 고른 꽃그림 한 점입니다.

제주도에서 올라오는 날,다양한 눈을 만났습니다.
보슬보슬 떨어지는 눈송이에서 우박에 가까운 형태에까지
거리에 따라서 눈오는 모습이 달라서 재미있게 창밖을 바라보았지만
정작 버스는 어떤 구간을 넘지 못하고 승객을 중간에서
내려주면서 버스비를 일일히 기사분이 1000원씩 돌려주는
장면을 구경했던 기억이 나네요.
제겐 두 번째이지만 첫번째 제주는 거의 기억에도 없어서
이번이 새로운 곳과의 만남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돌아와서 충분히 즐기고 싶었지만 중간에 아파버리는 바람에
사진정리도 다 끝나지 못하고 말았네요.
이런 여행이 드물어서 (보통은 돌아오는 즉시 거의 정리를
다 하고 쌩쌩하게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한 셈이라 )
마음에 꺼림찍한 기분이 남아있긴 하지만 사람이 늘
같은 코스로 살 수 없는 법이니 이런 일도 저런 일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가자 스스로 주문을 걸고 있는 셈이라고
할까요?

며칠간 날씨가 너무 추워서 저절로 몸이 움츠려드는 시간이지요?
진초록이라고 하기엔 아직 얕은 빛의 연두에서 초록으로 가는
이 색깔이 눈에 확 들어오는 시간입니다.조금은 몸도
마음도 덥혀지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제주도로 떠나기전 여행가방을 싸고 나서는 모네의 그림을
보았었지요,그 때도 정물화를 보면서 찻잔에 서린 커피를
바라보면서 차 한잔 마시고 싶은 기분이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오늘도 그림앞에서 눈길을 주다가 일어나서 뜨거운 차 한 잔
마시고,조금은 늦어버린 2009년을 드디어 시작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네요.
늦었지만 새해 인사 드리고,2009년,가능하면 즐거운 일들이
많기를,비록 즐거운 일이 덜해도 마음속으로 즐길 수 있는
힘이 샘솟길,힘이 모자라면 서로 기를 불어넣으면서 함께
갈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