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날 전날에 태어난 저는 오래전이지만 아무래도 기억하기 좋은 날이라 그런지
부모님이 양력으로 생일을 챙겨주셨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음력생일은 모르고 계속해서 양력생일을 지내고 있지요.
지금까지 10년정도는 늘 연말에 밖으로 나가게 되어서 어떤 때는 아는 사람들과 어떤 때는 생판 낯선 사람들과
생일을 맞고 있습니다.
식구들과는 다른 날 모여서 놀게 되는데,한 해의 마무리하는 기간에 생일이 끼어서 일종의 보너스같은 기분으로
여행을 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곤 하지요.
오늘 아침 맛있는 밥상을 받으면서 제가 민박집의 아주머니께 이야기를 했지요.
혹시 미역이 있으면 내일 아침 미역국을 끓여주실 수 있는가 하고요.
생일이라고,그래서 가능하면 미역국을 그리고 특식으로 김치전을 주시면 감사히 먹겠다고 하니
아주머니가 막 웃으시면서 그렇게 스스로 말하는 사람은 처음 보았노라고,그런데 그렇게 하니 더 좋다고
흔쾌히 들어주시겠다고 하네요.거기다가 찹쌀밥까지 해주시겠노라고요.
그래서 내일 아침 밥상을 기대하고 있는 중인데,오늘 밤 갑자기 민박에 모인 사람들이 추렴하여
케익과 와인,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과자를 준비하여 즉석에서 생일잔치가 벌어졌답니다.

제겐 너무 뜻밖의 시간이기도 하고 기분좋은 시간이기도 했으며 앞으로의 인생에서 나도 낯모르는 사람들과
만났을 때 어떻게 서로 사귀면 좋은가,어디까지 서로를 개방하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 의미있는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떠나고 도착하는 사람들,서로 다른 곳에서 살고 연령대도 다 다르지만 올레길을 걷기 위해 주로 상당한 기간의
휴가를 내서 떠나온 사람들,그래서 미리 생긴 공감대로 인해 아마 더 빠르게 서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올레길에서 세화의 집에서 만나 하루 이틀 사흘 정을 나눈 사람들,밥상앞에 둘러앉아 노래부르면서 함께
시간을 함께 한 사람들,앞으로 올레길에서 만날 낯모르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고른 폴 클레의 그림입니다.
올레란 꼭 제주도의 올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어디선가 인연이 되어 서로 관심있는 일로 만날 수 있는 사람들,그들과의 만남으로
새롭게 마음속에 열정이 생기거나 마음속의 상처를 치유하게 되거나 혹은 마음속에 바람이 스며들어와
전과는 달리 조금은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으로 살 수 있게 되는 그런 만남이라면 그것이 바로 올레길의
만남이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