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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 둘째날-올레길 제 1코스를 걷다

| 조회수 : 3,592 | 추천수 : 151
작성일 : 2008-12-28 01:46:08

올레길에 대한 소개를 피오니님으로부터 받고 나서 제가 한 일은 제주걷기여행을 읽고 마음의 준비를 한 것

그리고 올레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글을 읽으면서 어디를 걸을까 공상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다가 세화의 집 안주인과 통화를 하면서 아무 계획이 없어도 그냥 내려오면 그 날의 날씨나 사정에 따라

도움을 주시겠다는 말을 듣고는 무계획이 계획이란 배짱으로 내려왔습니다.

첫 날은 김영갑갤러리,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같은 집에서 묵은 인연으로 평촌에서 오신 분이 걷겠다는

일코스를 일정부분 함께 걷고 그 분은 전 날 이미 일코스의 절반을 걸었으니 중간에서 헤어져 김영갑갤러리로

가고 저는 계속해서 광치기해안까지 가거나 아니면 성산일출봉에 올라가서 경관을 바라보는 것으로 하자는

것에 의견을 모았습니다.

다섯시나 다섯시 삼십분까지 표선리의 수협앞에서 모여서 집으로 돌아가자는 (세화의 집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없어서 그 곳에 집합하면 차로 데려다주시더군요)약속을 한 다음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시흥초등학교앞에서 내리는데 두 사람의 행색이나 말씨가 외지인이란 표가 났는지 올레길표시가 된

곳을 기사님이 알려주시네요.

이 곳에서 올레길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퍼져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 가지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원래 버스비를 천오백원을 받았던 기사분이 우리가 내리는 목적지까지는

천원이라면서 거스름돈을 거슬러준 일이었습니다.

뜨내기 손님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둘 수 있는 일인데 참 신선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째 하루의 출발이 순조롭다는 기분좋은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도착첫날은 김영갑갤러리 한 곳 둘러본 것에 그쳐서 사실 올레길의 첫 날은 오늘인 셈이라

은근히 걱정이 앞서고 있었거든요,과연 하루 종일 걷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늘상 책상머리에 앉아서 사는 제겐 걷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어서

이번에 새롭게 일주일간 몸을 바꾸어서 일산에 돌아가면 하루에 한 시간정도는 걷는 것이 즐거운 사람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목표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중인데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를 시험하는 장이기도 한

첫 날입니다.



첫날의 느낌을 기록하면서 누구 그림을 볼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화가는 존 콘스터블입니다.

사실 그의 그림을 런던의 테이트 갤러리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터너의 그림에 밀려 제대로 못보고 말았습니다

보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마음을 담아서 그림속의 느낌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일에 실패했다는 뜻인데요

오히려 그 이후에 콘스터블의 그림에 주목하게 되는  계기가 있었고 왜 그 때 조금 더 주의깊게 보지 못했나

애석해하는 화가중의 한 사람입니다.



제주도의 특색이라고 알려진 현무암으로 돌담을 얹은 길에서 아직도 파릇하게 자라는 작물을 보기도 하고

아니 벌써 피었나 놀라운 꽃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둘이서 걷기 시작한 길,여행길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랑

살아온 인생,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해서 서로 서슴없이 말하게 되는 낯선 체험을 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직장생활을 병행하다가 아이가 너무 어려서 결국 그만두고 지금은 전업주부인 그녀는

40살 정도가 되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파트 타임이라도 일을 시작하고 싶다고,그런 저런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아이들을 맡기고 혼자 떠나온 여행이라고 합니다.

아직은 대학생인 딸이 앞으로 인생길에서 만나게 될 삶의 여러 정황을 혼자서 가끔 생각해보는 제겐

그녀의 고민,그녀의 즐거움,그녀의 삶의 방향전환을 향한 모색,이런 것들이 남의 일같지 않아서 더 대화에

몰입하게 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길을 걷다보니 사유지를 지나가는 곳이 있더군요,사유지에 사람을 들이는 것,그것도 한 사람도 아니고

얼마나 올지 모르는 불특정다수에게 공개한 주인에게 놀랍고 고마운 마음을 느끼면서 걸어올라다가 보니

이 곳이 바로 처음 만나는 오름이었다고 하네요.

아,이런 것을 오름이라고 하는구나 말로만 듣던 바로 그 오름하면서 신기해했습니다.

카메라로 풍광을 담으면서 두 개의 오름을 넘었습니다.

앞에 가는 두 여자분을 발견하기도 하고,서로 길이 엇갈리다가 만나기도 하면서 길을 가다가 말 한 마리 서 있는

것,말들이 여러 마리 서서 먹이를 먹는 장면을 보기도 하고,소들이 당근을 통째로 먹는 장면을 보기도 했지요.

순간 이상하게 호스 위스퍼러가 기억납니다,제겐 아주 인상적인 영화여서 집에 돌아가면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말,왜 그런지는 몰라도 이상하게 말에 끌리는 저를 느끼곤 합니다.아마 한 자리에서 머물면서 늘 살아야 하는 제겐

말이 갖는 역동성이 주는 이미지때문인지도 모르지요.

언젠가 누군가가 제게 물었습니다.동물중에서 무슨 동물에 끌리는가 생각하지 말고 본능적으로 이야기해보라고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묻지 말고 그냥 대답해보라고 하네요.그 순간 생각지도 않고 이야기한 동물이 바로

말이었습니다.

왜 말에 끌리는가 생각해본 것은 대답하고 나서의 일인데요,그런 일이 있고 나서는 말을 그냥 지나치게 되지

않더군요.물론 자주 볼 기회는 없으니 주로 그림에서 만나고 있지만요.



두 번째 오름에서 만난 한 그루 달랑 서있는 나무,마치 이란 영화를 다시 만난 기분이 드는 그 나무앞에서

여러 컷 사진을 찍고 오름을 벗어났습니다.

그런데 겨우 한 시간 지났을 뿐인데 벌써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하고 과연 오늘 하루 일정을 다 마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네요.무슨 전투에 나선 것이 아니니 다 못가면 중간에 쉬면 되거나 돌아오면 된다는 편한 마음을

먹기로 했습니다.그래야 앞으로 남은 날들을 즐겁게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길거리에 보이는 간이휴계소에 들러서 오징어 한 마리 구워달라고 부탁하고 커피도 한 잔 마시면서

쉬는 중에 오징어파는 분이 이야기를 하네요.혼자서 올레길에 나선 사람들이 많은데 무슨 재미로

혼자 여행을 하는지 자신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요.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그 이야기를 반복하니 그 사람이 참 신기하더군요.

사람이 사는 일에 이해가능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닌데,그리고 혼자 여행하는 것이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

의아해했지만 그렇다고 그곳에 앉아서 아니다,그 맛을 알면 이런 식의 사설이 가능한 자리인가 싶어서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그래도 오징어 맛은 참 일품이더군요.



중간에 조가비 박물관에 들렀습니다.

개인이 수집해서 만든 박물관이라고 하는데 우선 외관을 장식한 것이 특이한 곳이었습니다.

크게 기대하고 들어간 곳이 아니라서 그런지 오히려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기 어려운 다양한 빛깔과 다양한 모양의 조개들,

이런 색을 일부러 내려고 해도 낼 수 있을까? 화가들은 자연에서 색을 구상하는 것일까

과연 이런 색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일,이층을 돌아보았습니다.

옥의 티라면 이층에서 팔고 있는 수석종류였는데요,그것은 샵에서 해결하고

이층을 순수하게 진열공간으로 했더라면 박물관의 이미지에 더 맞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지요.



그 곳을 나와서 길거리를 걷는 중 만난 바다,제주도에서는 걷다보면 바다를 만나니 정말 신기하더군요.

같으면서 다 다른 ,그래서 어딜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 다닌 시간이었습니다.

그냥 눈으로 보면서 지나가려했는데 일행인 미숙씨가 내려가보자고 하네요.

역시 젊다는 것은 좋은 것이로군 하면서 따라 내려갔습니다.

가까이서 파도가 밀려오는 것,물살이 이루어내는 형태를 보기도 하고 멀리 눈을 돌리니

색깔이 달라서 그것들이 이루는 조화에 눈돌리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곤 성산일출봉앞에서 헤어지게 되었는데 그녀가 어제 걸은 바로는 광치기해안까지 가는 것보다는

성산일출봉으로 올라가보는 것은 어떤가 제안을 하더군요.

고민을 하다가 그 유명한 일출봉에 올랐습니다.

이름값은 한다는 것이 그런 것일까요?

정상에 올라서 한 자리에 앉으니 일어서는 것이 아쉬운 바다가 펼쳐집니다.

한 시간 가량 앉아서 오랫만에 느긋한 마음으로 그동안 적조했던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딸에게 연락해서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가기 전에 꼭 한 번 제주도에 와서 이 풍광을 보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요.

엄마,그렇게 좋아?

그럼,터키를 지나면서 본 에게해가 부럽지 않더라.

바람부는 곳에 앉아서 마냥 바라보는 바다가 좋아서 이 그외의 것은 다 사족에 불과한 그런 날이 되어버렸습니다.

올라가던 길에서 만난 프랑스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그녀들과 우연히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정상에 올라와서 제게 말을 걸더군요.

the view is amazing.is'nt it?

of course .it is beyond description.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바다색앞에서 무슨 그림으로 그때 느낌을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역시 마땅한 그림을 찾을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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