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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의 넷째날-미술관에 가다

| 조회수 : 1,506 | 추천수 : 135
작성일 : 2008-12-29 06:26:55

아침식사를 하면서 오늘은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가 6코스의 중간지점에서 시작하여

미술관을 두 곳 넣어서 걸어보자 그렇게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1951년 한국전쟁이 한창일때 제주도에 내려와서 이중섭이 살았던 집을 중심으로 미술관과 공원이 형성되었단

말을 듣고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이어서 내려서 제일 먼저 그 곳으로 갔습니다.

길치인 제겐 한 집에서 묵고 있는 미숙씨와의 동행이 큰 도움이 되었지요.

1.4평이라,감옥에서 한 사람이 기거하는 평수라고 들었던 그 작은 방에 한 가족이 묵었다고 하니

전쟁중의 생활력이 없는 예술가들의 곤궁이 마음에 와 박히더군요.

사람은 가고 없어도 그 곳에 피어있는 꽃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사람이 한평생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갑자기 아침부터 마음속이 복잡하네요.

집을 보고 (그 곳에 사람이 살고 있어요란 팻말이 있더군요.우리들이야 예술가가 살았던 공간을 보러 가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지만 자주 사람들이 들락거리고 그 곳에서 여럿이서 온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하는 경우

주인에게는 큰 피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미술관에 올라갔습니다.

미술관을 세우기전에 이미 이중섭의 그림은 각각 누군가의 손에 소장이 되었겠지요,그래서 그림을

다시 사서 미술관을 만드는 일이 어려웠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화가의 이름을 건 미술관이 작품이 너무 없어서

마음이 짠했습니다. 그래도 두 갤러리에서 기증한 작품이 몇 있어서 모조품만 보고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우는 해결이 되었지만 일층의 빈약한 컬렉션이 한참이나 마음에 걸리더군요.

들어가기 전 미술관앞에 걸린 특별전 이중섭의 소,흙소(정확한 제목은 기억이 나지않네요)란 전시가 있어서

반가워했는데 이미 기간이 지난 전시네요.아쉽다 ,아쉽네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의외로 이층에 그 도예작가의 작품이 많이 남아있어서 일층에서의 전시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주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피카소미술관에서 본 피카소가 본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그려낸 그림들

그것도 엄연한 창조라고 생각이 들어서 재미있게 보았듯이 이번 전시의 흙소,그리고 다양한 말들이

제 시선을 끌어서 오히려 이층에서 한참을 서성거렸지요.

다 보고 나서 이층 휴식공간에서 들고 온 귤을 먹으면서 평소에 그다지 귤을 좋아하지 않던 제가 제주도에서

귤맛에 끌려서 맛있다,정말 맛있네 하면서 먹었던 귤맛을 기억하게 되었지요.

특히 7-1코스 개장행사때 등성이위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귤을 제공해주었던 마을분들이 주었던 귤맛이란

이제껏 먹어본 귤중에서 최고였지요.그래서 염치불구하고 더 달라고 부탁하여 더 먹고 주머니에 넣기까지

해서 들고다니면서 먹기도 했었습니다.




그 곳을 나와서 이중섭공원을 돌아보았습니다.재미있는 것은 아주 오래된 노래가 어디선가 흘러나왔는데요

알고 보니 서귀포 칠십리란 노래가 누르면 흘러나오는 식으로 되어 있어서 누군가 벨을 누르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지요.

계절을 알 수 없게 피어있는 꽃들,이곳이 남도라는 것을 그것을 통해서 여실히 알 수 있었지요.

수선화,이중섭이 살았던 집에서도 김영갑갤러리에서도 그리고 길가에서도 만난 수선화가 인상적이어서

그 꽃을 보면 앞으로도 제주에서의 멋진 시간을 기억하게 될 것 같은 좋은 예감입니다.

그 다음 찾아간 곳이 정방폭포인데요,아침에 있었던 에피소드가 기억이 나네요.

소정방폭포에서 내린다는 말을 듣고 저는 당연히 당나라 소정방이라고 생각을 하고는 왜 그 사람의 이름이

폭포앞에 붙는 것일까,언제 당나라 군대가 제주도에 온 것이지 순간 착각을 해서요.

알고보니 정방동이라 정방폭포,그리고 그것보다 작은 규모의 폭포라 소정방폭포라고 붙은 모양이더군요.

폭포가 바다와 연이어 있어서 그것이 특이했고요,바다를 바라보는 시간도 좋았습니다.

어디서나 바다가 보여서 지루할 틈이 없는 풍광이라,제주도,제주도 노래를 불렀던 사람들이 이해가 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밤에 비오는 거리를 다시 걸으면서 이중섭거리의 야외미술관에서 본 정방폭포그림

낮에 다녀온 곳이라 더 눈에 띄는 것을 보면서 사람이 이미 보았다는 인연이 깊구나 싶었습니다.



그다음 찾아간 곳은 천지연폭포와 산책길인데요,정방폭포와는 달리 조금 더 아기자기하고

바다와는 상관없는 곳에 위치해있더군요.

그 곳에서 떠다니는 오리들은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에 신나게 달려들어서 즐거운 식사시간을 즐기고 있었고

꼬마들의 밝은 표정을 카메라에 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알고 보니 일요일이라서 더욱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더군요.

이 곳에 내려와 요일 감각을 잃어버리고 살 정도로 하루 하루가 지나고 있습니다.

폭포를 바라보고 벤취에 앉아서 미숙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주머니가 싸주신 주먹밥을

점심으로 먹고 나서 그 곳에서 파는 감귤찐빵이란 말에 현혹되어 그 것도 사서 나누어먹고 앉아있으니

움직이기 싫을 정도로 배가 부릅니다.



마침 세화의 집에서 만난 현주씨가 연락을 해왔네요.

지금 솔빛바다에서 기다리고 있노라고.그래서 우리들도 길을 재촉하여 그곳을 찾아가는 길

그 길이 참 좋았습니다.둘레둘레 바라보면서 걷다보니 어느 덧 솔빛바다,그곳에서 리필도 해주는

값이 아주 착한 커피 두 잔에 군고구마까지 또 먹다니 어디로 들어가는 것일까요?

밖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앉아서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문득 이것이 참 초현실적이란 느낌이 들더군요.

처음 만난 사람들과 만나서 염쟁이 유씨란 연극을 보았는가 물어보는 말에 물론 보았다고 대답을 하면서

무슨 연극을 보는가,무슨 음악을 듣는가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참 즐거운 시간이었지요.



갑자기 비가 오네요.비가 와도 그렇게 힘들지 않은 길,기당미술관을 찾아갔습니다.

그 곳에 제주도의 화가 변시지 화백의 그림을 만나러 간 날,일층에서 문봉선이란 이름을 만났습니다.

제가 알던 문봉선의 그림과 풍이 너무 달라서 바로 그 문봉선인가 의아해했지만 그 그림도 좋아서

한참을 바라보았지요.

일층의 컬렉션은 뭔가 작품의 질이 뒤죽박죽인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몇 점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었지요.

이 미술관의 요점은 역시 이층의 변시지 화백의 그림이었습니다.

말로만 들었던 그림인데요,제겐 처음 만나는 화가여서 기대가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거든요.

한참을 보고 또 보던 시간,그 그림속의 풍경을 잊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그 중에서 한 공간에 화가라고 볼 수 있는 인물과 말이 있는 그림은 화가의 생각을 한마디로 보여주는 그림이라는

생각에 그 앞으로 자꾸 가게 되더군요.

대작도 많았지만 그래도 저는 그 그림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미술관을 나와서 아서원이냐 덕성원이냐 의견이 분분하다가 현주씨가 한 번 쏜다고 하는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요,한 집에서 머물렀던 영미씨,그리고 한라산에 갔던 은경씨까지 다 모여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이런 것도 제겐 참 특이한 경험이었는데 맛있는 탕수육,유명해서 시켜보았으나 너무 매워서 입을 호호 불었던

게짬뽕까지 다 먹고나서 택시를 타고 들어오는 길,완전 까맣게 어둠이 깔린 길을 달려가는 택시속에서

제주에서의 또 하루가 끝나고 있네요.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곰돌이
    '08.12.30 12:31 AM

    변시지님 그림 넘 좋죠? 갖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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