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의 일입니다.
아직 몸에서 잠이 다 깨기 전 누워서 라디오 음악을 듣던 중
카잘스 35주기란 말과 더불어 카잘스 음악이 흘러나오더군요.
카잘스,저는 그를 첼로음악으로 먼저 만난 것이 아니라
우연히 제 손에 들어온 (분명 제가 구한 책은 아닌데
누군가 제게 권하거나 빌려준 것이겠지요?) 나의 기쁨과
슬픔이란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스페인,그중에서도 카탈로니아 지방출신인 그가
악기 첼로와 만나게 된 이야기,어느 날 우연히 악보상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 악보를 만나게 되어 매일
그 곡을 연습하게 된 사연,피아노야말로 악기중의 악기라고
생각하여 매일 연습하는 장면,음악이 자신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의 아름다움에 기여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그리고 무엇보다도 스페인 내전과
그 이후 이어진 스페인의 독재에 항의하는 의미로
자신의 나라를 떠나 스페인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살면서
그 곳에서 음악활동을 하는 점등 연주자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제 가슴을 울렸던 사람이었지요.
그 이후 녹음상태가 좋지 않아도 그의 음반을 구해서
오랫동안 듣고 좋아하고 있는 연주자이기도 한데요
덕분에 어제 오늘 카잘스의 연주로 이런 저런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어제 밤 evertmonth에 짱매님이 올려놓은 이성주의 건강편지에
세잔의 사과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습니다.
알고보니 어제가 바로 세잔이 세상을 뜬 날이라고 하네요.
카잘스와 세잔이라
그래서일까요?
목요일 아침을 카잘스의 음악과 세잔의 그림으로 열고
있습니다.

이브의 사과,뉴턴의 사과,그리고 세잔의 사과
거기에 이제는 스티브 잡스의 사과까지 역사가 진행되면
여기에 또 어떤 사과가 덧붙게 될까 혼자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글을 읽었지요.
스티브 잡스하니까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언젠가 헤이리의 까메라타에 갔을 때 일인데요
음악을 들으러 온 한 사람이 들고 있는 책에 눈길이
갔어요,제목이 아이콘이길래 저는 비잔틴 성화에 관한
책일까? 누가 쓴 책이지? 그런데 제목과는 달리 책표지가
이상하네 궁금해서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 실례한다고
그런데 이 책은 무엇에 관한 내용인가 하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스티브 잡스에 관한 책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아하,그렇구나 그런데 이런 거창한 제목을 붙였구나 하고
그 때는 막연히 생각을 했지만 나중에 빌려서 그 책을 읽고
나니 왜 그런 제목이 붙었나 수긍이 가긴 했었지요.

아침을 먹고 학교가기 전 준비하고 있는 보람이에게
잠깐 앉아 보라고 권한 다음 파블로 카잘스에 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엄마가 어떻게 그를 알게 되었고,그의 음악을 왜 좋아하면서
듣는지
그리고 아침시간 마루에 누워서 이렇게 몸이 깨기를 기다리면서
음악을 듣는 시간이 얼마나 즐겁고 소중한 시간인지를
그랬더니 갑자기 보람이가 말을 하네요.
엄마,나 겨울방학에 대금 배우고 싶어.

어린 시절 동생과 함께 대금을 배웠던 보람이에겐
추억의 악기이기도 하고,배울 때는 너무 등한시해서
제게 잔소리도 많이 들었던 아이가 중학교,고등학교 내내
음악실기 시험에서 대금으로 해결이 가능해서 좋아라하기도
했었지만 어느새 인연이 끊어진 악기가 되고 말았었는데
지난번 덕수궁에서 연주를 듣고 추억이 되살아난 모양이지요?

그 날이후 간간히 사계의 가야금도 듣곤 하는 모양이어서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대금이라니,그렇다면 연습을 제대로 한다는 조건으로
겨울방학부터 배워보라고 말은 했지만 그 조건이 제대로
지켜질지 그것은 의문이네요.
어쨌든 음악회에서의 인연으로 무엇인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마운 일이겠지요?

카잘스가 백악관에서 연주한 실황음반을 우연히 구해서
가끔 듣곤 하는데요,오늘 아침 그 음반을 틀어놓고
즐긴 시간이 끝나고 있습니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의 이 한 시간,그것이 주는 충만한
에너지에 감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