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아람누리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일곱시가 넘은 시간인데 도서관에 불이 환하더군요.
이상하다,여섯시가 넘었는데 ?
혼자서 고개 갸웃거리다가 들어가서 물어보니
도서대출이 열시까지 가능하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내 기억속의 여섯시까지란 무엇이지?
의아해하면서도 일단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연주회에 온 것이라 대출가능한 시간은 약 이십분
부지런히 서가를 돌아다니면서 다섯권을 골랐는데요
그 중 한 권이 바로 반 고흐 컨스피러시입니다.
작가가 누구인지에 대한 기본정보를 하나도 몰라도
고흐에 관한 것을 읽을 수는 있겠지 싶어서요.

오늘 다 읽고 책을 덮은 상태인데 책이 훌륭하다고
그래서 언젠가 다시 읽어보고 싶다 그런 책은 아니로군요.
그래도 역시 이런 종류의 소설에서는 국제적인 ,혹은
역사적인 사실을 엿볼 수 있는 새로운 정보들이 들어있기도
하고 주인공이 겪는 고통과 그것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 감정이입을 하거나 멀찍이 바라보기도 하면서
생각을 하는 시간의 즐거움이 있게 마련이지요.
가장 좋은 부분은 역시 책을 덮고 나서 고흐의 그림을
다시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 아닐까요?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카고,그리고 암스테르담과
네덜란드의 한 시골지방,
암스테르담에 관한 묘사를 읽다보니 우연히
어느 날 하룻밤을 묵게 된 호텔이 생각나네요.
로마여행을 가던 날,비행기가 연착이 되어서
갈아타는 노선을 놓치게 되었습니다.
혼자 가는 길이라 난감하더군요.
그래도 내 잘못이 아니고 비행기의 지연으로 인한 것이니
데스크에 이야기해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가서
사정 설명을 하니 암스테르담의 호텔에서 하루 지낼 수
있는 조처를 해주더군요.
전혀 생각지 못한 상황에서 하루 밤을 보낸 곳
덕분에 언젠가 이곳에 와서 그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다음 날 새벽 공항으로 가는 길에
버스밖으로 바라본 풍경이 제겐 네덜란드 그림을
보는 새로운 눈을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단 하루,하루라고도 할 수 없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일별로도 만날 수 있는 것이 있구나 신기해했던 것이
지금 다시 떠오르네요.

고흐가 그림을 집중적으로 그린 시기는 딱 십년정도라고
보는 견해가 많더군요.
네덜란드에서의 그림은 실제로 프랑스로 건너와서 그린
그림과는 사뭇 달라서 한 화가의 그림인가 의아할 정도이지요.
그래도 그 그림에는 그의 삶이 담겨있어서 아픈 마음으로
바라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하는 일마다에서 실패를 경험했던,이해받지 못했던
사람의 마음을

오늘 집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고흐의 그림을 볼 작정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everymonth에 올라온 캘리님의 음악이
저를 자극하여 그림을 보게 하네요.
그림과 음악의 상관관계,혹은 음악에 관한 글이
촉발하는 이미지때문에 갑자기 마음속이 움직이는 것
요즘 그런 것을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자화상을 보려고 들어와서 엉뚱하게 다른 그림들에
시선이 가서 그렇다면 자화상은 다음에 이렇게
미루게 되는군요.
그러니 단 하루만에도 사람의 마음은 도대체 어떻게
움직이는 것일꼬? 혼자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이번 겨울 프랑스 남부지방에 여행을 가면
고흐의 흔적을 만날 수 있겠지요?

오늘 오전 세계사 수업을 하던 중 코르도바의 대 모스크가
나오니 반가운 마음에 글에 대한 설명을 더 하게 되던
기억이 나는군요.
현장감이 주는 것,그래서 글을 사물이 아니라
생동감 넘치는 실제로 느끼게 만드는 힘이 있듯이
그림을 그 자리에서 보고 나서 그림에 대해 갖는 느낌이
달라지고 그것이 오랫동안 마음속을 움직이는 경험도
있지요.
페르시아 특별전에서 무엇을 만나게 될까 벌써 두근거리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