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랫만에 글을 쓰는 느낌입니다.
확인해보니 14일,보람이에게 축하인사로
고구마케익을 사들고 왔노라 그런 글을 쓴 것이 마지막이니
겨우 5일째인데 그 사이에
하루에 10분정도 방영하는 일본드라마 순정 반짝을
156회 연달아 보느라 남는 시간을 거의 다 쓰는 바람에
다른 일을 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1930,40년대가 배경인 이 드라마는 아마 소설을
일일 극장식으로 개조하여 보여준 모양인데요
처음으로 자막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막 없이
따라가본 드라마이고,더구나 주인공이 음악을 통해서
삶을 느끼는 음악자체가 주인공인 그런 이야기여서
더 그 속으로 빠져든 모양입니다.
어제 밤 마지막 회를 다 보고 나니 길고 아름다운 터널을
통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소년 H란 소설을 읽으면서 일본인의 입장에서 본
1900년대 특히 만주사변과 중일전쟁,태평양 전쟁의 시기에
군국주의적 사고를 지니지 않은 보통사람들의 경우
특히 개성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 그 시기가
얼마나 혹독하고 힘든 시기였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번 드라마에서도 역시 30,40년대가 배경이다보니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지요.
음악하는 주인공들 이외에도 주변에 그림그리는 사람들이
여러명 나오는데 그들을 통해 전시에 예술가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할 기회가 되어서 제겐 참 새롭고
의미있는 드라마보는 시간이었지요.
그 와중에 무엇을 쓰고 싶다거나 다른 일을 하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토요일 아침이 되니 드디어 아,무엇인가 그림을 보고 싶고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네요.

어제 손열음 피아노 리사이틀에 다녀왔습니다.
그녀가 한국에서 공부해서 국제 콩쿨에서 성과를 거두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언젠가 동영상으로 연주하는 모습에서
어라,마치 러시아의 아르게리치처럼 연주가 파워풀하구나
언젠가 직접 연주를 들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다가 마침 아람누리에서 연주가 있다고
해서 간 것인데
우선 프로그램도 이 사람은 참 과감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더군요.
갈루피,스크리아빈,슈베르트,그리고 리스트였는데
일부의 두 사람 작곡가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어서
지역에서 여는 콘서트에서 보여주기엔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은 선곡이었지요.
그래서 더 그녀에게 호감이 갔습니다.

여기저기서 이어지는 잔기침,그리고 특히 옆자리에 앉은
여성이 계속 가늘게 혹은 큰 소리로 코골면서 잠드는 바람에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연주자가
연주에 돌입한 순간,저는 새로운 음의 세계로 빠져드는
강렬한 경험을 했습니다.
특히 슈베르트의 즉흥곡은 집에 음반을 갖고 있으면서 가끔
듣기도 한 곡인데도 그렇게 현장에서 만나니 갑자기
슈베르트가 제게 말을 걸면서 나를 제대로 들어봐
이렇게 나는 음표가 갇힌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존재라고
소리지르면서 저를 깨우는 기분이 드는 희안한 경험을 했지요.
합창석에서 연주를 들었기 때문에 저렴한 표로 입장을
했지만 그 곳에서의 경험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저절로 하게 되는 시간이었지요.
토요일 아침 켈리님이 올려놓은 리스트를 들으면서
어제 밤의 시간을 다시 회상하고 있습니다.
음악의 힘,사람을 진정으로 생기넘치게 만드는 그 힘에
감사하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