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님이 방문 앞에 벗어 놓으신 고무털신
올 김장때나 동네 미장원 다니실때 너무 잘 신고 다니시네요.
뭐가 묻어있으면 물걸레로 쉬이~ 잘 닦이고 물도 잘 안젖으니
편하게 신으시는것 같아요.
미처 제가 여기까지는 생각도 못했으니
며느리인 저보다 훨 낫습니다.
내복도 사주셔서 올 겨울 잘 입으실 거예요~
오늘 어머님과 동네 목욕탕을 다녀왔어요.
예전에는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가야만 목욕탕이 있었는데
목욕탕이 가까운 곳에 있으니 차 안타고 갈 수 있어 참 좋습니다.
김장 전에
막내 시누님이 어머님께 목욕가자고 하니
김장 끝나고 차분하니 가자~ 그러시며 사양 하시더군요.
그러더니 결국 때를 놓쳐 오늘에서야 저랑 다녀왔습니다.
"어머님 목욕 가실래요?."
"목욕? 현숙이가 가자던데 전화가 올라나 모르겠다~."
"아마 진즉 혼자 다녀 왔을 거예요~그냥 오늘 저랑 가셔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서둘러 준비하시고 앞장 서십니다.
마음 편하게 따라 나서 주시는 것만 해도 저는 감사하지요.
집에서 대충 씻는다 해도 옛날 집이라 온몸이 오그라 들 정도로 춥습니다.
돈을 주고 때를 밀어 드릴까~ 망설이다
그냥 둘이 앉아 목욕을 했어요.
탕 속에 한 번 들어가자하니 답답해서 싫으시답니다.
저 역시 답답함을 싫어하여 오래도록 탕안에 있지 못하지만
그래도 잠시 혼자 들어갔다 나왔답니다.
어머님과 저와 공통점이 있다라면 답답함을 싫어한다는 것! 입니다.
느긋하니 목욕탕에 앉아 냉욕에 온탕에 습탕에 건조탕을 들랑 달랑 하면
좋으련만 이 마저도 못 누리는 촌닭 시어머니에 촌닭 며느리 랍니다.
40분 정도 지나 목도 마르고 숨도 차고 답답하여
목욕탕 안에서 발가 벗은채
어머님과 나란히 앉아 귤 하나씩을 벗겨 먹었어요.
한번 이 장면 상상해 보세요.
먹긴 먹지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더만요.
어머님과 둘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감귤을 먹었거든요. ㅋㅋㅋ
목도 시원하니 그리 맛있더라구요.^^
나 참 철이 없지요?
몸무게 1키로 그람은 빠진 듯 가볍습니다.
"어머니 시원하죠?"
"시원하지~ 따땃하니 원없이 따순물에 목욕했다~." 그러십니다.
우리 둘 목욕비가 4,500원씩 9,000원 입니다.
탕 안에서 전신 목욕비는 15,000원.
"목욕비는 따로냐?."
"네에~ 4,500원은 별도예요~."
"그럼 20,000원 돈이네~."
"그렇죠? 그래도 다음엔 돈주고 한 번 밀어봐요~."
어머님 웃고 마십니다.
며느리가 밀어 준다고 몸 맡기실 분은 더더구나 아니지요.
"그렇지 않아도 현철엄마가 힘드니 돈주고 밀어라 하더라~."
"그러게요~ 이번엔 우리가 많이 밀었으니 다음엔 한 번 밀어봐요~."
다음 목욕때 이 약속 지키려 합니다.
편안하게 목욕 한 번 해보셔야지요.
목욕탕 1층
농협에서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우유등
이런 저런 먹거리를 사들고 돌아오는데
어머님이 숨을 헐헐 거리십니다.
이런 어머님을 뵈면
날 풀리면 정말 걷기 운동이라도
해야 할까부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건강관리도 하면서 말이죠.
이래 저래 함부로 놀린 몸도 이제는 풀어 주며 살아야 겠구나~ 라는 생각.
아주 작은 것
할 수 있는 것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었음 좋겠어요.
2008년에는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