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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하루

| 조회수 : 2,123 | 추천수 : 30
작성일 : 2007-11-12 15:47:12
아침상을 물리면서 촌장은 그런다.



시골일이란게 매번 똑 같은 일의 연속이지만  오늘은 내겐 색다르다.
도시에서의 삶의 여유가 친구들 만나 차 한 잔하고 문화생활을 누리고하지만..
시골에서 내 삶의 여유는 밖으로 내어놓지않는 작은 먹을거리를 마련하는 일이다.



양파 수확할 때나 벼 수확할 때는 일로 느껴지지만 아카시아꽃잎을 딴다거나
조그마한 밭에 고구마를 수확한다든가 이렇게 감나무의 감을 따는 일..
이런 일들은 일로 느껴지않고 무슨 소풍가는 마음 마냥 달뜬다.

우리집에 있는 감나무 두 그루..
우물가에 있는 감나무는 집을 늘린다고 베어졌었고..
뒷 곁에 있는 감나무는 해걸이 한다고 작년에는 열리지도 않았고..
그나마 밭가에 있는 이 감이 올해 제대로 달려 곶감용으로는 안성맞춤이다.


서리도 맞았고 이젠 깍아 곶감 말리면 제격이다 싶어 벌써 내 입안은
달콤한 곶감내음이 머문다.

우리네 주변에 있는 감나무는 이웃같다.
바쁘다는 핑계로 지네들 얼굴 한 번 아니 몸뚱아리 한 번 쓰다듬은 적 없는데
우리들을 위하여 그 더운 여름 열매 맺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이럴때 우리 어머님 하시는 말씀



우리부부 손 많이 가는 먹을거리는 수확하면 당연한데
이렇게 우리 손 가지않는 이런 일들을 대할 때는 사실 조금 나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촌장과 긴 대나무 막대기에 양파망을 씌워 만든 감따기 도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지..
팔은 또 얼마나 아픈지..
촌장은 따고 아낙은 망에 든 감을 꺼내고..
나중에는 안되겠는지 촌장이 나무에 올라가 땄다.

옛말에..
ㅡ감나무에서 떨어지면 죽음이다ㅡ는 소리를 얼핏 들은 기억이 나
촌장이 나무에서 내려오기까지 목을 뒤로 젖혀 보니라고 목이 아직 뻐근하다.

오전에 시작한 감따기는 점심시간을 훨씬 넘기고 까치밥 한 개 달랑 남겨 두고 내려왔다.



점심을 먹고는 아낙은 감을 깎고 촌장은 낚시줄에 감을 주렁주렁 메달아 햇살 바른곳에 걸었다.
깎고 걸고..쉬운것 같아도 꽤 시간이 걸린다.
옆에서 어머님은 춥다고 어서 걸고 들어가야겠다는 아낙에게..



라고 말씀하신다.
어머님 말씀이 아니라도 뼈저리게 마음에 와 닿는 시골살이다.

감을 모두 걸고 눈이 서산마루에 머문다.
시골은 시간을 보고 저녁밥을 하는게 아니라 서산마루에 걸린 해를 보고 저녁준비를 한다.



아낙의 부엌에서 바라본 서산마루..
바알간 해가 너무나 발갛게 걸려있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냥냥공화국
    '07.11.12 5:46 PM

    와.. 그저 부럽다는 말밖에 안나오네요. 사과도 부럽고~ 감도 부럽고~
    이런 먹거리들을 훌륭하게 가공할줄 아는 시골아낙님 손맛도 부럽습니다. ^^

  • 2. 따뜻한 뿌리
    '07.11.12 8:32 PM

    시골아낙님..저도 어제 감 깍아서 늘었는데.. 감도 예쁘게도 깍으셨네요.^^
    토요일에 쌀 잘 받았어요. 입으로 들어가는것 어느 하나가 공짜가 없지요. 공감해요~
    부지런하고 손끝 매운 아낙님 늘 건강하세요~~

  • 3. 금순이사과
    '07.11.12 8:40 PM

    시골아낙님 안녕하세요.
    얼굴을 처음 뵙네요.

    저두 사과농사 해서 그런지
    그사과보니 한여름의 땀방울이 생각나네요.

    곶감도 많이 깍으셨네요.

    저희집 곶감은 사과 수확하면서
    간식으로 먹고 지금 몇개 대롱대롱 메달려 있답니다.

    쌀쌀해지는 날씨에 옷 따뜻하게 입고 일하셔요.

  • 4. 시골아낙
    '07.11.12 9:25 PM

    공화국님도 아낙 부럽지않을만큼 좋은데 사시네요.
    벽난로 불 지피면 한결 겨울이 훈훈해지겠습니다.

    뿌리님..
    시골살이하면 곶감은 겨우살이의 좋은 간식거리죠?
    금순이사과언니도 뿌리님도 우리 모두 곶감 깎는 여인네입니다.

    금순이언니 저희도 곶감은 겨울나기 간식거리입니다.
    사과 수확 모두 하셨죠?
    올 해 저희 사과가 5박스가 모두입니다.
    우리 식구 겨울나기용입니다.

  • 5. 현석마미
    '07.11.18 1:41 AM

    저도 예전에 시댁에 가서 곶감 깎아봤어요...정말 힘들더라구요..
    그런데 조금이라도 껍질이 붙어있으면 이뿐 곶감이 안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다음해엔 제가 아주 잘 드는 감자깎는 칼을 여러개 사들고 갔답니다..
    손가락이 아프지 않아서 좋긴 했지만...
    그래도 곶감은 칼로 돌려가며 깎는게 제일 이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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