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일이란게 매번 똑 같은 일의 연속이지만 오늘은 내겐 색다르다.
도시에서의 삶의 여유가 친구들 만나 차 한 잔하고 문화생활을 누리고하지만..
시골에서 내 삶의 여유는 밖으로 내어놓지않는 작은 먹을거리를 마련하는 일이다.


양파 수확할 때나 벼 수확할 때는 일로 느껴지지만 아카시아꽃잎을 딴다거나
조그마한 밭에 고구마를 수확한다든가 이렇게 감나무의 감을 따는 일..
이런 일들은 일로 느껴지않고 무슨 소풍가는 마음 마냥 달뜬다.
우리집에 있는 감나무 두 그루..
우물가에 있는 감나무는 집을 늘린다고 베어졌었고..
뒷 곁에 있는 감나무는 해걸이 한다고 작년에는 열리지도 않았고..
그나마 밭가에 있는 이 감이 올해 제대로 달려 곶감용으로는 안성맞춤이다.

서리도 맞았고 이젠 깍아 곶감 말리면 제격이다 싶어 벌써 내 입안은
달콤한 곶감내음이 머문다.
우리네 주변에 있는 감나무는 이웃같다.
바쁘다는 핑계로 지네들 얼굴 한 번 아니 몸뚱아리 한 번 쓰다듬은 적 없는데
우리들을 위하여 그 더운 여름 열매 맺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이럴때 우리 어머님 하시는 말씀

우리부부 손 많이 가는 먹을거리는 수확하면 당연한데
이렇게 우리 손 가지않는 이런 일들을 대할 때는 사실 조금 나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촌장과 긴 대나무 막대기에 양파망을 씌워 만든 감따기 도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지..
팔은 또 얼마나 아픈지..
촌장은 따고 아낙은 망에 든 감을 꺼내고..
나중에는 안되겠는지 촌장이 나무에 올라가 땄다.

옛말에..
ㅡ감나무에서 떨어지면 죽음이다ㅡ는 소리를 얼핏 들은 기억이 나
촌장이 나무에서 내려오기까지 목을 뒤로 젖혀 보니라고 목이 아직 뻐근하다.
오전에 시작한 감따기는 점심시간을 훨씬 넘기고 까치밥 한 개 달랑 남겨 두고 내려왔다.


점심을 먹고는 아낙은 감을 깎고 촌장은 낚시줄에 감을 주렁주렁 메달아 햇살 바른곳에 걸었다.
깎고 걸고..쉬운것 같아도 꽤 시간이 걸린다.
옆에서 어머님은 춥다고 어서 걸고 들어가야겠다는 아낙에게..



라고 말씀하신다.
어머님 말씀이 아니라도 뼈저리게 마음에 와 닿는 시골살이다.
감을 모두 걸고 눈이 서산마루에 머문다.
시골은 시간을 보고 저녁밥을 하는게 아니라 서산마루에 걸린 해를 보고 저녁준비를 한다.



아낙의 부엌에서 바라본 서산마루..
바알간 해가 너무나 발갛게 걸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