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서관의 박혜정씨가 만날 때마다 여러번
저보고 작업녀라고 놀려먹더군요.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무엇을 하자고 부추긴다는 의미에서
작업녀,특히 여자들에게 작업을 거는 사람이라고 해서
한참 웃었습니다.
오늘도 그 소리를 듣고는 이것을 칭찬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지요.
사실 오늘도 작업을 걸 일이 있었는데요
무슨 일인고 하니
백석동에서 현악기를 가르쳐주는 곳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설레는 마음으로 전화를 했지만 역시 일반인들을 위한
시간표에 맞추기는 어려웠습니다.
제가 이미 벌여놓은 많은 일들을 책임을 맡고 있거나
아니면 너무 하고 싶은 일이라 빠지기 어려운 사정이라서요.
그래서 담당하는 선생님에게 부탁을 했지요.
정규수업시간 말고 따로 시간을 낼 수는 없는가하고요.
그랬더니 토요일에 다른 멤버가 조금만 더 있으면
가능하다고 하네요.
한국사 시간을 시작하기 전에 음악을 하나 틀어놓고
분위기를 잡은 다음 이야기를 하니
의외로 현악기에 대해서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시작하고 싶다고 의사표시를 한 사람들도 여럿 있어서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지만 과연 가능할까
의구심만 갖고 있던 일이 내년부터는 가능할 것 같네요.
그러니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뜻도 모이고
함께 할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것을 마음깊숙이
느낀 날이어서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더구나 오늘부터 일본어에 합류한 권희자씨 덕분에
그저 텍스트를 읽고 해석하는 수준의 일본어시간이
갑자기 활기가 생겨서 이런 말은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물어볼 수 있는 사람,갑자기 일어로 말을 걸어서
대답을 생각해보게 되는군요.
역시 능력을 갖고 그 능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자
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즐겁고 유익한 일이란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집에 들어와서 피로를 풀기도 할겸
어제 산 음반을 제대로 듣기도 할겸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고 음악을 듣는데
첼로와 피아노의 대화가 너무나 정겨워서
잠이 멀리 달아나버렸습니다.
그래도 음반 한 장이 다 끝날 때까지 누워 있었더니
어느새 몸의 피로가 달아나버렸네요.

어제 밤 아람누리에서 만난 파리 오케스트라와의 행복한
만남을 기억하면서 고른 르노와르입니다.

표를 사면서 지출이 조금 과한 것은 아닌가 많이
망서리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래도 걸어나오면서는 앞으로 예비비를 조금은
비축했다가 오케스트라 연주가 좋은 곳에서 오면
조금 무리다싶어도 들으러 가야지 하고 마음먹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소리가 다 좋았지만 특히 관악기의 매력을
발산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마침 옆자리엔 프랑스인들이 앉아서 불어로 이야기를 합니다.
쉬는 시간에
그 소리를 하나도 못 알아들어도 그들이 음악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묻어나서 역시 언어란 감정의 전달에 있어서
꼭 의사전달이 되는 것은 아니라해도
느낌은 참 생생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요.

오늘 일어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어떤 분이
제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같다고 과분한 찬사를
보내주어서 깜짝 놀랐습니다.왜요?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살고 있다고 보는 모양이더군요.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사는 것도 아니고
마음속에 고통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2007년은 현장에서 음악과 만나는 정말 최고의
해였다고 할 수 있네요 하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중 한 사람이 말을 하네요.
선생님,왜 우리는 음악회에 데리고 가지 않나요?
아,.데리고 가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 가고 싶으면
함께 가는 것이지요.
일일이 물어볼 수 없으니 함께 가고 싶으면
,everymonth에 들어와서 음악회 소식이 올라오면
함께 가겠다고 신청하면 표를 예매해주는 분도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녀가 그 곳에 들어와서 함께 하겠다고 할지 어떨지
그것은 미지수이지만
그렇게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현장에서 듣는 음악으로 생활이 조금 더 행복해지면
좋겠지요?


그러고보면 이 곳 저 곳에서 작업녀가 많아져서
행복한 모임이 많이 생겨나고
그 곳을 통해서 서로 알고 있는 것,알고 싶은 것을 나누기도하고
새로 에너지를 충천하여 일상이 조금 더 윤택해지는 것
기분좋은 일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