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목요일 수업하러 간 날, 오랫동안 못 보던 사람들이 함께 등장하여 화기애애한 수업이 되었습니다.
그 중 한 명은 독일과 스위스, 이탈리아에 여행갈 계획인데 필요한 것 있으면 말해달라던 바로 그녀였는데요
이제는 올 때가 지났는데 책을 못 구한 것일까 왜 연락이 없지? 그렇게 궁금해하던 진숙씨였습니다.
제게 내민 두 권의 책, 하나는 베토벤에 관한 것, 다른 하나는 미술에 관한 책이었는데요 독일어판이었습니다.
혹시 너무 어려운 것 아닌가 걱정하면서 그녀가 제게 내민 책, 들추어보니 이 정도면 사전들고 읽을만 하다 싶어서
얼마나 반갑던지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인연이란 상당히 묘하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요즘
혈연 지연 학연을 넘어서 하고 싶은 일이 같은 사람들, 혹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고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소개해서 다시 모이고
마치 다단계 판매같다고 해서 웃었던 적도 있었지요. 그렇게 모이면 새로 온 사람들도 쉽게 이야기속으로 들어오고
그들의 관심사를 펼쳐보임으로써 그런 세계를 몰랐던 사람들에게 또 다른 자극이 되기도 하고요
어제는 크레타 미술과 데카르트에 관한 공부를 마치고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지만 역시 가장 큰 관심거리는
다음 토요일 열리는 음악회와 (도서관에서 모이는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이 함께 만드는 음악회) 오카리나, 그리고 첼로 재능기부에
대한 것이었지요. 음악에 대한 열망이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상당한 힘으로 내재해있다는 것,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망서리다가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 나도 이 기회에 하고 반짝이는 눈빛을 보이기도 하고요. 이런 이야기들이 나중에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진숙씨와는 사실 82cook의 쪽지를 통해 알게 된 사이였는데 아무래도 도서관에서 만나 이름을 부르다보니 그녀의 아이디는 잊고
말았습니다. 쪽지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을 보면 다른 곳에서 만나면 여전히 아이디를 부르고 있지만 도서관에서 만나면 이름을 부르게
되어 그런 것도 공간에 따라 다르구나 ,그러니 공간이 주는 다른 힘이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요.
목요일 오후 중세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라는 주제로 책을 함께 읽는 아이들, 그리고 그들의 엄마가 함께 참여하는 모임이
있습니다. 그리스와 로마를 거쳐 중세까지 오게 되었는데요 그 중에 한 명인 의정씨가 수업이 끝나고 살며시 포장을 한 상자를 내놓습니다.
알고 보니 화요일 모임후에 집에 와서 먹는 밥시간, 각자 집에서 쓰지 않는 수저를 한 벌씩 보태달라고 한 말을 기억하고 수저 세트를
선물한 것입니다. 화요일 문화사 시간의 막내인 그녀는 마음쓰는 것에 있어서는 전혀 막내가 아니더라고요.
그녀가 가고 나서 수업에 새롭게 합류한 민식이의 어머니가 (아직 그녀와는 통성명을 못해서요) 남아서 묻습니다. 제가 공고한
수요일의 오카리나 모임에 흥미가 있다고 그런데 문제는 그 시간에 교회에 가야되서 10분만 일찍 시작하고 일찍 끝나면 함께 하고
싶다고요. 음악에 관심이 많은데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자신을 위해서 레슨비를 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그래서 무엇이든 하고 싶어도
시작을 못하고 있었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있으니 이렇게 참여하고 싶어서 10분만 조정해달라고 하는 그 마음이 참 귀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오카리나를 가르쳐주기로 한 희진씨에게 연락을 해서 좋다고 하면 같이 하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어제 밤 영어공부하러 온 소영이가 물어봅니다, 선생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빌려가고 싶어요. 그래?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가 않네요. 아마 다른 아이에게 혹은 어른에게 빌려준 모양인데 생각이 잘 나지 않습니다.읽고 싶다는 아이의 마음을 존중해서
다른 방도를 찾다가 강유원의 인문고전 강의가 생각나서 그 안의 군주론 편을 읽어보라고 권했더니 순식간에 읽더군요.
그러더니 제목을 씁니다. 아무래도 이 책은 사서 다른 것도 읽어야 될 것 같다고요.
그렇다면 이 책은 사기로 하고 다른 책 하나 빌려줄테니 엄마랑 함께 읽어볼래?
그 아이가 주섬주섬 책을 챙기면서 우리 엄마는 정말 다양한 책을 읽더라고 자랑스러운 마음을 담아서 이야기를 하더군요.
고등학생이 너처럼 집에서 공부 스트레스없이 엄마랑 이야기가 되는 아이들이 많지 않은데 고맙다고 생각하는가 물었더니
자신은 자신의 집이 그렇게 특별한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공부문제로 부모와 겪는 트러블을 지켜보다보니
우리집이 얼마나 특별한지 그리고 얼마나 자신이 행복한 사람인지 알겠더라고 하네요.
유형의 선물, 무형의 선물로 마음이 흘러넘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