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간을 보내고 나면 불현듯 beyond description이란
말을 떠올리게 되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밤 매튜본의 백조의 호수를 보고 있다가
문득 beyond imagination이란 말을 떠올렸습니다.
지난 제헌절에 군산에 갔다가 장항쪽에 있는 바다에서
바다위에 비친 햇살이 반짝이는 것을 보면서
아하,인상주의 화가들이 담고 싶었던 빛이 바로 이런
것이었겠다 고개를 끄덕였는데
오늘 남자 무용수가 연기하는 백조를 보고 있으려니
그의 근육이 바로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스케치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바로 그것이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원래의 백조의 호수라는 텍스트를 갖고 이런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그저 놀랍고 신기해서
손바닥에서 불이 나도록 박수를 친 날
예술이 하는 역할이란 한 순간에서 영원을 보게 만드는 것
혹은 한 순간이 정지되어 마음속 깊이 박히고
오랫동안 잊을 수 없는 경험을 각인시키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 날이었습니다.
아마 이 공연은 평생 잊기 어려운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네요.

늦은 밤 집에 들어오니 그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네요.
바로 잠들기 아쉬운 시간이라
그림을 찾아서 보고 있는 중인데 렘브란트의 아들 티투스입니다.
덕수궁에 온 렘브란트 그림 딱 한 점이 바로 티투스의
독서하는 모습인데 이 그림은 조금 더 어린 나이의 티투스입니다.

모델이 렘브란트의 어머니로 알려진 여자예언자 안나입니다.
이 그림 참 강렬하네요.
어둠속에서 성경책을 읽고 있는 할머니라..

오늘 공연보러 가기전에 아람누리 도서관에 들렀습니다.
책 반납할 마지막 날이라서요.
미리 미리 했더라면 다섯권 다시 빌려서 무겁게 들고 나갈
일도 없었겠지만 어찌 하다 보니 사정이 그렇게밖에는
되지 않았습니다.
한 삼십분 정도 여유를 두고 마음을 끌어당기는 책을
골랐는데 그 중 한 권이 웬디 수녀의 명상입니다.
오래 전 교보문고에 영어판이 들어왔을 때 선 자리에서
그림만 다 본 적이 있는 책인데 번역이 되어 나왔네요.
유대인 신부,이 그림에 대한 설명도 있어서
집에 와서 읽어보았습니다.
실제로 보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지는 작품이네요.

어린 예술가같은 모습의 티투스가 또 있군요.
로마 황제가 같은 이름인 티투스라니,조금 무거운 이름이
아닌가 ,공연히 그런 생각을 해보면서 초상화를 바라봅니다.
병약해서 아버지를 조마조마하게 했다는 아들
첫 부인과의 사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들
그 아들을 바라보았을 렘브란트를 생각하게 되는군요.

책상앞에 앉은 늙은 사도 바울이네요.
바울,제겐 참 버거운 사람입니다.
사명감에 자신을 내던져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이 주는 압박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일까요?
제 삶이 변하면서 바울에 대한 생각도 변하는 것을 느끼는데
이 그림속의 바울은 다시 그를 생각하게 하는군요.
그림 보는 일,오늘은 여기서 족하다 싶습니다
동대입구까지 차를 함께 타고 오면서 everymonth의 켈리님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누리게 되어서 감사하다고
오늘 정말 행복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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