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밤에 구해서 잠깐 맛보기 시작한 책
이덕일의 유성룡을 어제 짬짬이 그리고
오늘 하루 종일 시간이 날 때마다 읽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책장이 얼마 남지 않자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책
그리고 징비록의 저자이자 이순신을 천거한 사람
임진왜란 당시 나라 살림을 맡아서 고군분투했던
상당히 열린 시각의 사람이었다는 막연한 인상밖에는
없었던 한 인물에 대해서
하루 종일 그의 뒤를 쫓으면서 감탄하고
어떤 때는 선조라는 임금에게 분노하고 화를 내다가
전쟁이 끝나고 나서 그를 내치고 마는 상황에서
안타까워 하다가 마지막까지 삶의 자세를 제대로
견지하는 한 인간에게 공감하기도 하면서
보낸 시간이었습니다.
양명학이 사문난적으로 취급되던 시대에
이 책은 17살 나이의 유성룡이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북쪽 어디였던 모양인데 역시 생각이 나지 않네요)
여행을 갔다가 그 곳에서 중국에 사신으로 갔던 사람이
구해왔다가 짐의 양이 많아서 버리고 간 짐꾸러미에서
양명학 서적을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을 합니다.
성리학이 모든 것의 판단기준이 되던 시기에
양명학에서 배울 것이 있다고 판단하고 기피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가 앞으로 어떤 인물로
성장할 것인지를 미리 알려주는 예화라고 할까요?
조광조에서부터 시작되는 백성을 위한 정치에서
대동법에 준하는 정책에 대한 제안이 이이에 이어서
유성룡으로 이어지는 상황에 대한 설명
왜구의 침입에 대비한 임시적인 체제였다가 굳어진 군제인
제승방략이 왜 실효성이 없는가를 지적하면서
지역 방어체제인 진관체제를 계속 주장하는 문관 출신
유성룡
모택동의 전술보다 500년 앞선 전법을 구상하고
훈련도감을 설치하여 병사를 기르는 일에 공을 들이고
명나라가 요구하는 둔전설치를 강력하게 항의하여 저지하고
신분제의 모순이 첨예하게 드러난 세법을 뜯어고치는 일에
뚝심을 갖고 달려들어서 시행을 하고
국제무역의 필요성을 깨닫고 실제로 실행을 하기도 하고
소금을 만드는 과정에서 만드는 사람들에게 반절의 이익을
보장하여 땅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먹을 것을 구할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해주었던 인물
그래서 그가 죽었을 때에는 나라에서 지정한 날보다
하루 더 철시를 하면서 마치 어버이를 잃은 아이들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울었다는 조선 초유의 장례식을
치루게 되었다는 유성룡
사람의 힘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날이었습니다..

한 권의 책에서 만난 많은 이야기들
오랫동안 제 안에서 떠돌면서 향기를 풍기게 될 것 같은
강력한 예감이 드는 날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운동을 마치고 들어오니 몸이 많이 가볍고
내일은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날이라
조금은 느긋한 마음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모네를 찾아서 보고 있습니다.
`원래는 그림만 올리려고 했으나
마음속에 들어있는 유성룡에 관한 이야기들이 차고 넘쳐서
우선은 그 이야기가 먼저 쏟아져 나왔네요.
생각을 제대로 가다듬지 않아서인지
이것저것 순서없이 뛰어나온 감은 있어도
그래도 그것대로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놓아두었습니다.

유성룡을 읽게 되면 당연히 만나게 되는 것이
선조임금,그리고 그 시대의 인물들
이이,이덕형,이항복,정철,이산해
그리고 정여립의 옥사,그 일로 인해서 고초를 당하고
죽게 되는 사람들
이순신,원균,
광해군,인목대비,허균,
명나라의 이여송,심유경
그리고 일본의 여러 인물들이 있지요.
그들이 엮어가는 드라마속에 수없이 많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중의 하나가 유성룡의 실각이 결정된
날,바로 이순신이 죽는다는 것인데요
아마 그래서 이순신의 자살설이 불거져 나오고
계속 유포되고 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민중들에게 신뢰받았던 의병들이 선조임금에게는
아픈 가시였다고 하더군요.
늘 전쟁터에서 피해 도망가려고 했던 그에겐
의병들의 눈부신 활약에 대한 찬사가 그에 대한 비난으로
느껴졌을 테니까요.
그래서 이몽학의 난이 일어났을때
김덕령이 수괴였다고 몰아서 죽게 만들었고
이순신에 대해서도 심한 양가감정을 느꼈다는 선조
지도자 한 사람의 무능력이 혹은 잘못된 판단이
얼마나 많은 비극을 낳는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날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문무를 겸비했다고 할 경우
무술에 대해서 알거나 그 기술적인 부분을 습득한 사람에
대해서 쓰기 쉬운 말이지요.
그런데 오늘 저는 무란 기술을 습득한 것많이 아니라
'
전술에 대한 이해와 전쟁에 대해서 판단을 내리고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거나 전략을 세울 수 있는 힘이
참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새록새록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실제적인 전쟁만을 말하는 것은 물론 아니겠지요?


이 글을 읽다보니 율곡 이이에 대한 제대로 된 책도
한 권 출간이 되면 좋겠다,그리고 광해군을 제대로
조명하는 책도 읽어보면 좋겠네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이렇게 한권의 책에서 다른 것으로 관심이 확산되는 독서가
바로 좋은 책의 기준이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