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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모네를 만나러 가는 길

| 조회수 : 1,646 | 추천수 : 20
작성일 : 2007-06-16 13:38:06


   다음 월요일부터 수업시간에 모네를 읽습니다.

꼭 그래서는 아니더라도 새로 시작하는 수업에도 맞추고

보람이가 마침 목요일 밤에 기말고사도 (저녁에 보는

시험이 있더라고요,거참 이상한 시험이로군,그래도

발상이 재미있네하면서 웃었지만 ) 끝났길래

지나가는 말로 엄마가 금요일에 모네 보러가는데

너도 갈래? 하니 반색을 합니다.

전시회자체가 좋아서라기 보다는

엄마랑 함께 하면 아무래도 입장권도 스스로 사지 않아도

되고 편하게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라서

앤디워홀전을 시작으로 그렇게 다니기로 마음을 정한 것

같더라고요.

그렇다해도 이것이 큰 발전이라

저도 기쁜 마음으로 오후에 시립미술관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오전중에는 요즘 보고 있는 NHK대하드라마 요시츠네를

여러 편 보았습니다.

요시츠네가 누구지? 아무리 생각해도 일본역사에서

본 적이 없는 이름인데 49부작으로 대하드마를 방영한 것을

보니 뭔가 중요한 인물이었나 보다

그런 마음으로 보기 시작한 드라마

알고보니 가마쿠라 막부를 세운 미나모토 요리토모의

이복 동생이더군요.

덕분에 일본의 중세사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오늘 아침 일본사 책을 꺼내서 뒤적여보니

그 시기에 단 한 번 이름이 언급된 사람이었습니다.

단노우라 해전을 지휘해서 크게 이기고나서

요리토모에 의해 제거되었다고요.

그런데 저는 이 인물의 일대기를 보면서

인간의 크기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하게 되는 편이라

요리토모가 아니라 요시츠네를 주인공으로 대하드라마를

만든 방송사의 의도가 돋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점심을 간단히 먹고

가방에 어제 밤 구한 책 유성룡을 챙겨넣었습니다.

설득과 통합의 리더 유성룡

이 책은 이덕일의 신작인데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읽히는

그의 글이라 혹시 시간이 되면 읽어보고 싶어서

가방안에 넣은 것인데

역시나,버스속에서는 속이 울렁거려서 책을 못 읽는 제게도

이 책은 역시 울렁거리는 속보다 더 흡인력이 강했습니다.

십만양병설,그렇게도 철썩같이 교과서에서 여러 번 보았던

이이의 양병설,그것을 일축했던 유성룡이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했다는 것이 사실은 이이의 제자

김장생의 창작이었다는 것을 선조실록을 조목조목 분석해서

설명하는 이야기를 읽다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의 실상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물론 저자 이덕일은 이이를 깍아내리려고 이 말을 한 것이

아니고 당시의 백성들의 삶이 너무 힘이 드니

양병에 앞서 양민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었습니다.

원래 버스에서 잠을 자야 모자라는 잠을 보충할 수 있는데

유성룡을 읽는 재미에 머리가 약간 띵한 상태로

덕수궁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그런데 눈에 번쩍 들어오는 플래카드가 있습니다.

렘브란트와 바로크 거장들이란 부제로

빈 미술사 박물관의 그림이 온다고 되어 있네요.

6월 26일부터 9월말까지라

다음 주 화요일에 바로크 강의가 끝나는데 마치

미리 예비한 것처럼 이런 전시가 오다니

이것이 무슨 호사인가 하는 즐거운 마음이 드네요.

모네,제가 그림을 보기 시작한 계기가 된 두 화가가

바로 모네와 렘브란트입니다.

귀한 인연인 화가의 그림이 온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무슨 그림을 만나게 될 것인가 설레는 기분이었는데

드디어 2층부터 시작하여 두 바퀴를 돌았습니다.

그리고 영상물을 보았고요.

그림은 생각만큼 많이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그의 말년을 담은 사진을 볼 수 있었던 점

그리고 영상물에서 보여주는 지베르니에 반해서

보람이랑 앉아서 이야기를 많이 한 것이 큰 수확이었습니다.

엄마,프랑스어 배우고 싶어라고 일전에 말을 하길래

영어도 제대로 못하면서 다시 언어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제고해보라고 했었습니다.

들은 척도 하지 않던 아이가 사촌언니,그리고 이모랑

이야기를 하고 나서 다시 마음을 바꾸어 그렇다면

이번 여름에는 토플 준비를 해보겠노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프랑스어 타령이 쏙 들어간 상태였는데

지베르니를 보더니 프랑스 여행이 하고 싶노라고

아르바이트 열심히 해서 내년 여름에 엄마랑 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혹시 가더라도 이번에는 엄마가 파리는 가지 않을 거야

지베르니와 프랑스 남부에 가고 싶거든

아이가 말을 하네요,

그렇다면 딱 하루만 파리에 있고 퐁피두에 다시 가보고

싶다고요.

어린 시절 두 번 간 파리에서 그 아이의 인상에 가장

뚜렷하게 남은 공간이 바로 퐁피두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제안을 했습니다.

이번 여름에 불어를 배우고 내년에 프랑스에서 엄마를

가이드 할 정도로 언어에 정진을 하면

비행기 표 값은 엄마가 내주는 것으로 하겠노라고.

이런 이야기가 가능한 것을 보니 대학생이 역시

좋긴 좋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얼핏 했습니다.

모네의 그림에서 압권은 역시 오랑주리 미술관에

붙박이로 있어서 나들이를 할 수 없지요.

처음 오랑주리에서 모네의 수련연작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두번째 갔을때는 수리중이라 못 들어갔었는데

이제 재 개관을 했노라고 영상에서 보여주네요.

첫 번째 여행때 이 곳에 데려다 준 동생은

제게 어떤 문을 열어주었는지 알지도 못 할 겁니다.

그렇게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는 .혹은 씨를 뿌려주는 역할을 하면서

살고 있는 셈이겠지요?

모네를 만나러 가서 오히려 마음이 충만했다기 보다는

열망만 증폭되어서 돌아온 것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그 공간에서 본 그림들의 색과 빛의 출렁임을

잊기 어려워서 토요일 도서관에 나가기 전

모네를 보려고 들어와 있습니다.

어제도 역시 모네 전시를 보고 일층에 내려와서

미술대전 판화전을 구경했습니다.

보람이는 이 전시가 더 마음에 든다고 하면서

사진을 찍느라 바빴고

저는 마침 설명중인 도슨트를 따라서 한바퀴 돌고

다시 한 번 찬찬히 구경을 했는데

이번 도슨트옆에서 설명을 듣고 있던 지난 번의

제게 감동을 주었던 도슨트를 만났습니다.

제가 알아보았다는 표시로 인사를 하니

everymonth? 하면서 알아보더군요.

신기했습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날 텐데.

판화라는 매체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니

매번 전시장에 갈 때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의

경계를 허무는 사람들,작업들을 만납니다.

그것이 바로 전시장으로 가게 만드는 힘이겠지요?

시립미술관을 나와서 덕수궁 길의 벤치에 앉아서

보람이랑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아이가 말을 하네요.

엄마,남자친구가 생기면 이렇게 사진도 찍을 수 있고

그림도 함께 보러 다니고 소프트한 클래식도 감상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인줄 처음에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러게,처음에 관심이 없어도 기회가 되면

개발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자 친구의 관심사라 따라서 다니는 사람보다는

자신이 좋아서 함께 하는 것이 더 좋겠지,

그래도 그것만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으니

어려운 문제로구나

그렇겠만 이야기하고 말았습니다.

입시를 넘기고 나면 한 고비가 끝난 것같아도

더 큰 결정,더 큰 감정적인 문제들이 산적한 것

그것이 인생이겠지요?

모네 전시장에서 한 파트는 세느강변의 그림을 전시했습니다.

세느강이라고 해도 지역마다 상당히 널리 퍼져있어서

파리를 중심으로 세느강변의 도시를 지도로 표시해놓았더군요.








어제 본 그림을 찾아서 다시 보는 일은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더구나 어제 원화로 본 다음은 그 느낌때문에

싸이버상에서 보는 그림은 맛이 덜해서 보기 곤란하지요.

그래서 구하기 쉬운 그림 위주로 보고 있는 중입니다.




디자인과 의류에 관심이 많은 보람이는

그림을 보면서도 신기한 말을 하더군요.

엄마,그림속에서 이 색은 참 멋지지만

아마 이 색으로 옷을 한다면 글쎄 과연 사람들에게

먹힐 수 있는 색일까?

한 번도 그런 쪽으로는 생각을 못 해본 저로서는

참 신기한 일이었습니다.그렇구나

그림을 그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고요













어제 저녁 보람이랑 헤어진후 혼자서 덕수궁 밖 벤치에

앉아서 한 시간 정도 유성룡을 읽은 다음

호암아트홀에 갔었습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온 스크린

두번째 공연을 보러요

차이코프스키의 에프게니 오네긴을 공연했었는데

그 느낌을 살리려 지금 음악을 찾아서 듣고 있는 중입니다.

모네와 음악이 어우러져 마치 어제를 되돌려

다시 사는 기분이 드네요,참 묘한





모네에겐 눈밖에 없었으나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눈인가

이렇게 세잔이 말했습니다.

미술관 입구에 세잔의 이 말이 인용이 되어있더군요.

우리의 인생에서 각자는 무엇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만든 시간이 되었습니다.




미술관에서 새롭게 발견하는 보람이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완전히 집을 떠나서 새로운 삶을 살기 전에

가능하면 많은 시간,이렇게 낯선 공간에서 아이를 느끼고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마련해야겠구나

그런 생각을 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지베르니
    '07.6.16 3:25 PM

    몇년 전 몽쉘비셀다녀오면서 파리로 들어오는 길
    지베르니를 들렸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마을이였어요.
    모네의 정원은 관람이 시간이 지나서
    직접 보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답니다.
    지베르니!
    꼭 가 보시길....

  • 2. serena
    '07.6.20 2:12 AM

    꽤나 인상적이군! 루이르르와의 냉소적인 비평이 갑자기 생각나네요ㅋ
    역시나 밝은 색채의 작품들 잘 보고갑니다... ^^
    시간이 없어 아직 모네전 가보지 못했는데 어서 가서 보고싶어졌어요

  • 3. 영심이
    '07.6.20 2:39 PM

    모네의 이름다운 그림을 님을 통해 만나니 더 새롭습니다. 모네는 감상하는 이를 그림 안으로 초대하는 묘한 매력이 있지요. 모네의 그림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모네의 뜰을 걷게 됩니다. 아ㅡ름다운 글과 그림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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