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아주 특별한 금요 나들이

| 조회수 : 1,597 | 추천수 : 33
작성일 : 2007-05-26 13:19:02


금요일,늘 새로운 만남으로 마음 설레는 날이지요.

그런데 어제는 보람이가 엔디 워홀 팩토리라는 이름으로

리움 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엔디워홀전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해서 (깜짝 놀랄만한 발언이어서 즐거운 마음에

원래의 제 계획을 바꾸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놀랐습니다.

더구나 승태도 수업이 없는 금요일이라

정말 오랫만에 세 사람이 함께 갈 기회가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함께 전시장에 가서의 쓰라린 경험때문에

승태가 리움에 가겠다고 하는 것이 가능할까 기대도 하지 않고

물어보았는데 이대 앞에서의 점심,그리고 엄마 여름옷

준비하러 쇼핑을 하는 계획도 있다는 말에 제사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있는 승태가 오케이를 하는 바람에

셋이서 하는 금요 나들이가 되었습니다.

출발하는 발걸음이 사실 조금은 불안했지요.

돌아오는 순간까지 잘 지내다 올 수 있을까?

이런 나들이가 조금 무모한 것은 아닐까?

두시에 이대후문에서 약속한 보람이랑 만나서

정문까지 걸어가는 길에 승태는 대학교가 왜 이렇게 큰가

하고 놀라더군요.

고등학생이 느끼는 감이 다르구나 해서 웃었습니다.

우리는 이 학교 교정이 너무 협소하다고 느끼는데

승태는 크다고 느끼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지요.

보람이는 이 기회를 잡아서 고대 캠퍼스에 가보면 너는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아무래도 남자는 고대를 가는 것이

좋으니 공부좀 하라고 잔소리를 하네요.

물론 듣기 싫어하는 동생,그 사이에서 큰소리가 날까봐

언제 시간나면 고대에 놀러가보자고 하고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대학원 시절 친구들과 무던히도 자주 가던 오리지널 분식점이

아직도 있더군요.

이름만 똑같지 내부는 완전히 달라진 분식집에서 정말

오랫만에 튀김을 비롯한 이런 저런 음식을 시켜서 함께 나누어

먹고 이대앞에서 머리를 자르고 싶어하는 승태의 머리 손질도

하고 리움에 갔습니다.

아하,왜 앤디 워홀 워홀하는지 제대로 처음 알게 된 날이었습니다.

지난 번 시립미술관에서도 도슨트가 정말 제대로 설명하는구나

고맙다,그리고 참 도움이 되었다 싶었는데

이번에도 앤디 워홀을 통해 팝 아트를 제대로 설명하는

도슨트를 만났습니다.

이미 3시에도 한 차례 설명을 한 상태로 목이 쉬기 시작하는

그녀는 그래도 마이크를 써 가면서

아주 열성적으로 한 시간 가량 설명을 하더군요.

1962년작 캠밸 수프 시리즈가 나오기 전

이미 1950년대에 한 작품씩 캠밸 스프를 그렸는데

왜 우리에게 그 작품은 익숙하지 않은가 하는 질문부터

시작한 그녀는

영국에서 시작한 팝 아트가 왜 미국에서 꽃을 피웠는가

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더군요.

대량생산,대량 소비체제의 미국이 바로 나는 기계가 되고 싶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앤디 워홀의 그림 경향을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나라였고

이차대전 이후 추상 표현주의의 꽃을 피었던 ㅣ미국화단이지만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캔버스에 친밀감을 느끼지 못하던 대중들에겐

일상적인 오브제를 다룬 팝 아트가 훨씬 친근감 있는

그림이 되었다고요.

언뜻 보면 실크 스크린으로 똑같게 찍어낸 것 같은

캠밸 스프 시리즈도 사실은 자세히 보면 하나도

같은 작품이 없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대량생산체제라고 흔히 이야기되는 현대도

기본 골격은 비슷한 삶이지만 그렇게 다른 부분에서

각 개인은 독창성을 발휘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 것에 대한 은유인가 하는 생각을 혼자서 하게 되더군요.

누구나 수퍼마켓에서 대량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을

눈으로 보지요.

그러나 그런 현상에서 뽑아내어 그것을 작품속에

도입할 수 있는 눈,그것이 바로 화가를 우리와 다른 존재로

만드는 것이겠지요?

박스를 배치해놓은 작품이 있더군요.

뒤샹이 변기를 전시장에 놓고 샘이라고 이름 붙이자

그것은 용도를 잃어버린 작품이 되었듯이

전시장안에 여러겹으로 쌓인 상자들은 더 이상

그 안에 상품을 담고 있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상자들 역시 워홀이 만든 상자였고

그 중에서도 브릴로라는 상품명이 실린 상자의 색은

하얀 바탕에 빨강 파랑의 조화가 두드러진 상자였는데

도슨트 말로는 당시가 냉전이 심한 시기였으므로

자본주의의 생산력과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는 면

성조기의 색과 닮은 색을 차용함으로써 애국적인 모티브도

보여주고 있다는 발언을 들으면서는 과연 앤디 워홀이

거기까지 생각을 했을까,생각을 하지 않았다 해도

대상을 보여주는 것까지가 작가의 몫이고

그것에 반응하는 것은 평론가가 대중의 몫이니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지요.

사실 지난 번 리움에 갔었을 때 이 전시가 아니라

현대미술상설전을 택한 이유는 이미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열린 엔디 워홀전에 가보았기 때문에

또 갈 필요를 못 느꼈기 때문이었는데

어제 보니까 전시의 규모도 다르고

이번 경우에는 그의 미술사에서의 중요성뿐 아니라

그가 무명인 시절,아니 무명이 아니라

광고 디자이너로 할동하던 시절의 작품부터 마지막까지

제대로 다 볼 수 있는 귀한 전시였습니다.

엔디 워홀 사망이후 2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라

미국의 위홀 미술관과 공동으로 열린 이 전시는

200점이 넘는 작품을 볼 수 있어서

한 작가의 시초,발전,정체기,그리고 새로운 출구를 다

볼 수 있는 귀한 전시였습니다.

못 보았더라면 후회했겠다 싶다가

못 보았으면 무엇을 놓쳤는지 알 수 없으니

그것은 말이 되지 않는구나 속으로 웃기도 했습니다.

대공황기를 어린 시절에 경험한 사람들에겐

영화가 일종의 도피구 역할을 했다고 하더군요.

특히 말론 블란도를 좋아했던 워홀은

그가 피츠버그에서 뉴욕으로 올 때 말론 블란도 사진을

들고 오기도 했다고 하는데

그런 스타들을 캔버스에서 재현한 여러 점의 작품이 있었습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마릴린 몬로

그러나 사실은 우리가 그녀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는가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표피적인 것을 넘어서

어디까지일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의문을 던져주는 작품들

그것은 몬로뿐만이 아니겠지요?

재키라는 제목의 작품에서는 한 인간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줌으로써

역사에서 신화가 되어 버린 사람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고

늘 사진기와 녹음기를 들고 다녔다는 워홀이 역사의 순간을

나름으로 형상화해서 작품화한 캐네디의 암살을 다룬

작품도 보았습니다.

자동차 사고로 뒤집힌 차에 깔린 사람들을 찍은 사진은

우리에게 사고마저도 사물화되어 하나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는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었고

마오를 실크스크린 기법위에 색을 입힌 작품으로는

1972년 당시 미국과 중국의 수교로 인해서

벌어진 정치적인 파장을 보여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시 신문을 도배하다시피 하면서 등장했을 마오의 사진속에서

그것을 작품으로 뽑아낸 사람은 사실 앤디 위홀 한 사람이었다는 것이

참으로 상징적이더군요.



처음 전시장을 다 둘러보고 다른 층으로 가기 전에

실버 클라우드란 제목으로 설치미술이 있었습니다.

한 방안에 떠다니는 은색 구름들

그 안에 공기와 헬륨을 넣어서 자연적으로 떠다니다가

가라앉기도 하는 구름들이 상징하는 것이 바로

인생 자체가 아닌가 하고 도슨트는 상당히 비중있게

설명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인생에 대한 비유인가 아닌가를 떠나서

움직임이 주는 느낌이 좋아서 한참을 바라보았지요.

다른 층에는 그의 초기작품들,그리고

사진,자화상,초상화등이 있었습니다.








특히 군복을 입은 모습으로 카모풀라쥬를 한 작품이

제 눈길을 끌었지요,오랫동안

우리는 스스로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고 싶을 때 어떤 방법을 쓸 수 있을까

거기에 더하여 과연 내가 누구인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한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방이었습니다.

빌려놓은 책 김광우님의 워홀과 친구들을

즐거운 기분으로 오늘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예감이 드네요.

돌아오는 길

다음 스케쥴을 어떻게 할까 상의 했더니 서로 의견이

갈려서 그렇다면 그랜드 백화점 지하에서 저녁을 먹고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의견일치를 보았습니다.

오랫만에 승태가 노래부르는 음식 초밥을 함께 골라서 먹고

시간이 없어서 고르지 못했던 축구화도 하나 골라서

기분이 좋은 아들이 누나랑 함께 집으로 가고

저는 여름을 날 동안 입어야 할 옷을 한꺼번에 고르고

서점에 잠시 가서 새로 나온 책구경을 한 다음

마지막 시간으로 예매한 영화 밀양을 보고 들어왔지요.

밀양에서 본 송강호의 너무 자연스러운 연기에 놀라서

(전도연이 압도하면서 이야기를 끌고 가고 있다면

송강호가 없었더라면 과연 이 영화의 완성도가 이렇게

높을 수 있었을까 놀랍다 놀랍다 하면서 보았거든요)

그가 나온 영화중에서 아직 못 본 것들을 찾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금요일나들이 중에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보람이가 원하는 전시회에 가자고 이야기를 했는데

벌써 커서 엄마에게 전시회에 가고 싶다고 청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에 놀랐고

어린 시절 전시장에서 그렇게 애를 먹이던 승태도

이제는 제법 달라진 모습에서 세월의 힘을 느낀

참 특별한 금요일 나들이가 되었네요.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작은 제비꽃
    '07.5.29 12:23 AM

    부럽고 보기 좋은 나들이네요.

    테이드 모던에서 앤디 워홀의 박스랑 뒤샹의 샘이 한 방에 있었어요.

    아이들이 이것도 작품이냐고 신기해하며 또 좀은 어이없어 하며 웃던 일이 생각나네요.

    저도 샘이 꼭 보고 싶었었는데 너무 명료한 변기여서 오히려 좀 멋적은 기분이었죠.

    아이들이 커서 엄마랑 전시회 나들이하고 참 좋습니다^^

    와~~밀양 보셨군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7450 천상으로 내 영혼을 보냈더니~~ 2 안나돌리 2007.05.28 1,300 19
7449 오미자 밭에서 3 오후 2007.05.28 1,235 17
7448 이만큼 자랐어요~ 1 싱싱이 2007.05.28 1,104 13
7447 어느 토굴 산사의 초파일 풍경 3 오후 2007.05.28 1,404 26
7446 이 소설-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intotheself 2007.05.27 1,203 49
7445 너무 반가운 꽃 4 binjaree 2007.05.27 1,197 27
7444 6개월된 울 아들 콩세~ 7 달파란 2007.05.27 1,399 22
7443 산골편지 -- 산골의 특급 분만실 2 하늘마음 2007.05.27 1,772 62
7442 프로방스에요. 우주인 2007.05.26 1,302 34
7441 속초 아바이동네 냉면 1 하늘담 2007.05.26 1,205 9
7440 아주 특별한 금요 나들이 1 intotheself 2007.05.26 1,597 33
7439 어떤 개인 날~ 3 밤과꿈 2007.05.26 1,063 13
7438 의성김씨학봉종택 9 도현맘 2007.05.26 1,985 53
7437 공작선인장~ 4 무늬만20대 2007.05.26 1,251 7
7436 리움미술관 노니 2007.05.26 1,747 37
7435 법과 규제 그리고 질서~~~~~~~~~~~~~~~~~ 2 도도/道導 2007.05.26 900 51
7434 함께 가실래요? 아카시아향을 따라서~~ 8 안나돌리 2007.05.25 1,362 33
7433 또 그냥요~ 1 왕사미 2007.05.25 1,021 25
7432 장미의 계절 1 binjaree 2007.05.25 1,002 22
7431 사오정...(1) 4 노니 2007.05.25 1,120 29
7430 예술의 전당(로버트 카파전) 4 모니카 2007.05.25 1,154 13
7429 호야꽃 3 장미 2007.05.25 2,446 76
7428 모두 복 많이 지읍시다... 야생화 2007.05.25 1,610 71
7427 비오는 날...... 4 강두선 2007.05.24 1,294 42
7426 꽃밭에서 4 밤과꿈 2007.05.24 1,02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