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10일
긴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면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신비롭다.
신비롭다는 말로는 성이 안차고 모든 것이 기적이다.
그 얼어 붙은 땅을 뚫고 나오는 파릇파릇한 새싹의 힘이 그렇고,
도저히 새싹이 솟구칠 것같지 않은 오래된 앵두나무에 싹이 나오고 꽃이 피는 것이 그렇고,
새들이 떠나버려 쓸쓸했던 숲이 그들의 소리로 시끄러워진 것이 그렇고,
수많은 꽃들이 자기 차례를 잊어버리지 않고 순서대로 피고 지는 것이 그렇고.....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그런 5월의 기적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생명 탄생의 기적이 이루어지는 계절이라는 점이다.
산골로 둥지를 틀고 나서 깨닫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정말이지 자연의 성은이 하해와 같다는 것이다.
그러니 초보농사꾼이 매번 큰소리를 칠 수밖에 없다.
"선우 엄마, 그렇게 귀농을 반대하더니 남편 잘 만나서 산골로 왔으니까 그런 체험을 하고 이런 삶을 살지,서울에 눌러 붙었으면 어림도 없다."
사실 그렇게 목에 힘주는 소리가 듣기 싫어 못들은척하지만 여기서 말이지만 맞는 말이다.
악을 쓰고 귀농을 반대한 사람이 코 앞에서 인정하기 존심이 거시기해서 그렇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여간 산골 오두막으로 올라오는 초입에 큰 돌과 외등 그리고 빨간 우체통이 있다.
어느 날 우편물을 꺼내러 가보니 이게 웬일인가??
새가 알을 낳은 것이다.
그것도 우체통 깊숙한 곳에....
늘 우체통에 비가 쳐들어 갈까봐 문을 닫아 놓았었는데 어디로 들어가서 몸을 풀었을까??
우체통 뒤를 보니 이해가 갔다.
우편물을 넣도록 옆으로 길게 뚫어 놓은 곳으로 들락날락거리며 몸을 푼 것이다.
그것을 보고 바로 우체부 아저씨께 이제부터 당분간은 우체통에 우편물을 넣으시면 안되고, 죄송하지만 집까지 가져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얼마 뒤에 가보니 새끼들이 한 둥지에 다툼없이 옹기종기 들어앉아 눈도 못뜨고 졸고 있었다.
다섯 마리는 족히 되는듯 보였지만 그들의 잠을 깨워서까지 그 출산 수를 헤아릴 생각은 없었다.
요즘 우리네가 아무리 출산을 장려하는 추세라지만 생명있는 것을 헤집어가며 머리 수를 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지금 막 몸을 풀고 쉴새도 없이 새끼들에게 벌레를 잡아다 먹이는 산모는 어디로 갔을까??
우체통이 있는 주위를 한참을 둘러 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소나무 가지 위에서 갑자기 출현한 이방인이 새끼에게 해코지를 할까봐 잔뜩 긴장한 얼굴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그래, 새끼때문에 얼마나 걱정되니..걱정마라. 털도 안건드릴테니...나도 자식키우는데 아무렴 네 새끼를 건드리겠니??"
새구경이고 뭐고 이제 새끼들 품어야 하는 어미를 생각해서 서둘러 집으로 들어왔다.
우체통뿐이겠는가.
산중의 모든 것은 다 분만실이 될 수 있다.
그들도 자연의 일부이니...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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