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양의 비가 내린 어제.
아니 그저께라고 해야 옳겠습니다.
비 온 뒤의 삼각산은 반드시 찾아볼 만한 필요하고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요~
제일 먼저 반겨주는 건 길섶의 핀 메꽃^^
한 송이는 수줍은 듯 얼굴을 가렸네요.
빗물로 촉촉해진 포근한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란 참...
게다가 공기는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있어
온갖 나무와 풀들의 생기 넘치는 냄새로 온 산이 진동합니다~
송추길로 가다 산성입구에서 하차한 후 까메오는 늘 그러하듯
큰 길을 버리고 원효봉 아래로 난 조그만 길을 선택합니다.
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인지라 바짓단은 흠뻑 젖었습니다.
올려다 뵈는 원효봉 대슬랩은 흘러내리는 물로 함뿍 젖어있군요.
원효릿지길 입구에서 슬쩍 방향을 바꿔 덕암사로 향합니다.
절 앞마당을 차지한 빗물 머금은 매발톱꽃도 싱싱한 모습입니다~
이제 계곡을 만났습니다.
오늘 산행의 테마는 두 가지입니다.
그 하나는 물소리를 듣기 위함이고요...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요 녀석입니다.
노적사 아래 탐스럽게 피어난 수국 한 그루...
얼마나 예쁜지요~.~
오월의 꽃 중엔 수국만한 놈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앞에 정자가 있어 많은 이들이 보고있는데
어느 한 사람 "그 수국 한번 장관이네..."라고 하는 사람 아무도 없네요.
열심히 카메라 셧터를 누르는 까메오만 민망한 건지요?
또 다시 물구경에 소리까지 가세한 오늘의 산행을 계속합니다.
연초록의 숲은 나날이 그 빛을 더 해가며...
여울져 흘러가는 폭포의 계곡물이 아깝게만 느껴지는 건
먼 옛날 어릴 적부터의 느낌이었습니다.
물소리를 함께 들어보셔요~
중흥사지 앞 산으로 가는 길은 요렇게 포장이 잘 되어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대남문으로 직접 올라가는 길은 버려두고
행궁지로 향하여 가는데 커다란 나무에 '애기똥풀'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 샛노오란 꽃의 애기똥풀에 대한 기억을 풀어놓아야겠습니다.
작년에 '꽁치통조림의 추억'이란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제 외할아버지 별장이 있던 성북동의 녹천정~
그러니까 까메오가 초딩 2-3학년쯤 열 살도 되기 전의 오래 전 이야깁니다.
여름방학 내내 그 곳에서 지내다보면 벌에도 쏘이는데 그럴 때면
할아버지께선 바로 이 애기똥풀의 노오란 진액을 발라주십니다.
그럼 신통하게도 붓기가 금방 가라앉고 가려움도 없어지지요^^
하루는 할아버지께 여쭈어보았습니다.
"할아버지~ 그 꽃(당시엔 꽃이름도 몰랐으니까)의 즙이 벌에 쏘인 데 낫는 다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
"으응~ 하루는 여기 마루에 앉아있는데, 저기 처마 밑에 큰 거미가 있지?"
"네에~"
"어느 날 벌이 날아가다 저 거미줄에 걸렸지.
그런데 거미가 다가가서 벌을 감는데
갑자기 거미가 땅바닥으로 뚝 떨어지는 거야.
벌에게 쏘인 거지.
아 그러더니 한 이십분을 꼼짝도 않고 있더니
엉금엉금 기어가선 댓돌 아래 핀 저 풀을 입으로 끊더니
제 몸을 비벼대는 게 아니겠니? 그래서 알아냈지~"
"에이 거짓말~ 거미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아 이눔아 내가 너한테 왜 거짓말을 하겠니? 허허~~~ 믿지 못하겠으면 말거라."
지금도 저 애기똥풀만 보면 그 때 기억으로 추억에 잠깁니다.
그런데 정말 애기똥풀의 노오란 진액은 벌에 쏘인 데는 특횹니다^^*
남장대지로 올라가는 길은 연둣빛의 숲으로 눈이 시워~언합니다.
멀리 뵈는 삼각산의 모습.
가장 높은 백운봉은 구름속에 졸고 있군요...
다시금 코스는 문수봉으로 향하여 오늘의 행선지를 바라봅니다.
비봉 ~ 향로봉 ~ 족두리봉까지...
허걱^&*()*_)+!~
이런.....
문수봉의 바윗길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군요.
말로만 들었는데 올해 초에 관리공단에서 철구조물을 설치했는데 처음 봅니다.
능력 없으면 오르내리지 말아야지 산을 이렇게 망가뜨리다니..
정 위험하다 싶으면 밧줄을 한 두개 걸어놓아도 될 것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개발했다고 할 것 아닙니까?
이제 문수봉은 릿지 코스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문수봉에서 갈 길을 바라다 봅니다.
오랜만에 비봉엘 올랐습니다~
저런...
비봉 중간에 있는 하마바위라는 것인데
한 여자분이 끄트머리에 올라서서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습니다.
거긴 뭣하러 올라가 서있을까???
새로 설립한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의 앞뒷면입니다.
이제 향로봉으로 올라서 비봉과 함께 문수봉까지 조망을 합니다.
여기가 그 유명한 향로봉의 정상인데 사진이 흔들렸지요?
죄송합니당~
휴우~ 겨우 내려왔습니다.
오늘은 이상하리 만큼 바위하는데 자세가 잘 안 나와서
몇 번인가 바꾸어가면서 주춤거렸는데, 오랜만에 이 곳엘 왔더니 자주 찾아주지 않았다고
바위들이 삐쳤나 봅니다~
마지막 코스.
족두리봉입니다~
중간 중간에 물이 흐르고 있어 조심 또 조심하여 오르고
마지막으로 저 너머의 50미터 대 슬랩을 내려가며 오늘의 산행 끝~
족두리봉에서 오늘의 산행 코스를 되짚어봅니다.
올라올 땐 물과 함께 귀가 즐거웠고,
내려올 땐 바위와 함께 손 맛을 본 매우 근사한 산행이었습니다^^*

** 들으시는 음악은 Claude Choe가 연주한 'Travel'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