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때 아이들이 단체로 구경하러 오면
사람에 치여서 제대로 그림을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여
그동안 미루고 있던 전시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니 마음이 급해서
아직 몸이 다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역시나 무거운 몸이
곤란해,오늘은 그냥 쉬지 하고 제게 속삭이는 느낌이 들더군요,
순간 어찌 해야 되나 고민하다가
그래도 지하철에서 자고 가면 조금 편해지지 않을까
그래도 힘이 들면 정말 보고 싶은 작품만 골라서 보고
그냥 오면 되겠지 하고 마음을 고쳐 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이촌역이 나올때까지 가방에서 한 번도 책을 꺼내지 못한 것을
보니 아무래도 몸이 무리인 모양이네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표사는 곳까지 갔지요.
그래도 안으로 들어가서 그림을 보던 중
마음을 확 잡아당기는 그림들을 만나기 시작하니
갑자기 그렇게도 무겁던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입니다.
날개가 생긴 것도 아닌데 참 희안한 일이군
하면서 새롭게 눈뜨게 된 코로의 그림들,도비니,
오래 전 테이트 갤러리에서 볼 때는 터너에 밀려서
제대로 감상을 못했던 컨스터블의 그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발소 그림이라고 오해하기 쉽게 너무나 복제화가 나도는
밀레그림들,그러나 원작앞에 서면 다른 무게로 다가오는 그의
그림도 두 점이 걸려 있네요.
책에서 보면 느낌을 제대로 감상하기 어려운 부쉐와 프라고라르의 그림도 좋았습니다.
들라클로와와 앵그르의 그림이 무엇이 다른가를 보여 주는
두 점 옆으로 나란히 걸린 그림도 비교하면서 보는 것이 좋았고
새로 알게 된 풍경화가 보닝턴의 그림에 관심이 가기도 했지요.
전혀 몰랐던 화가이지만 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던
피에르 앙리 드 발랑시엔
이 화가의 그림도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걸린 터너의 그림앞에선 차마 발길을 떼기 어려워서
여러 차례 보고 또 보고 했지요.
풍경화란 장르가 어떻게 배경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되었는가를 우리에게 보여준 전시였습니다.
전시를 보다가 중간에 반쪽이님의 전화로
교육관에서 영상으로 설명하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 곳에서 30분가량 설명을 들은 것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별로 없는 화요일이라 점심 먹으면서 간단히 이야기하고는
따로 따로 그림을 보고 헤어지게 된 것이 아쉬웠지만
오전에 처음 와서 그림을 본 것과
설명을 듣고 다시 들어가서 그림을 본 시간
다 나름대로 좋아서 돌아오는 길
몸이 불편하다고 느꼈던 오전의 나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혼자 신기하게 생각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집에 와서 다시 보는 코로입니다.
마침 전시장에서 만난 코로작품중의 한 점은
곰브리치 미술사속에서 본 도판속의 바로 그 그림이라
얼마나 반갑던지요.
자주 가는 싸이트에서 코로 작품이 300점 이상 실려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중 베네치아 여행에서 그린 그림 시리즈입니다.
오늘 전시장 전시순서중에 화가들의 이탈리아란
항목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베네치아 풍경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역시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보았는데요
집에서도 다시 베네치아와 만나는군요.
제가 생각하는 베네치아 풍경의 압권은 역시 모네입니다.
코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색은 역시 은회색인데
베네치아에서는 그런 색을 볼 수 없으니 아무래도
그림에 몰입하는 것이 조금 힘이 드네요,
그런 것이 일종의 편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림을 찾아보고 있으려니 언젠가 그의 그림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릴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를
갖게 되네요.


정작 루브르에 갔을 때는 다른 것들을 보느라 바빠서
오늘 전시에서 본 작품중에서는 제대로 본 그림이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덕분에 새로운 눈으로 그림들을 만났는데요
언젠가 다시 기회가 되서 간다면 미리 공부를 하고
무엇을 보고 싶은가 리스트를 정해서 제대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다른 화가들은 오늘 한꺼번에 다시 보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될 것 같으니
천천히 시간나는대로 되새김질 하면서 보아야 할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