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번 일월에는 한겨레문화센터에서 하는 미술사 강의를
들을 예정이었습니다.
남의 강의를 통해서 어떻게 설명하는가
무엇을 못 보고 있었나
다른 관점을 볼 수도 있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일이 몰아닥치는 첫 주에 정신이 없어서
등록을 못하고 시간이 지나버렸네요.
그렇다면 대안으로 집에서 내가 정한 텍스트로
찾아가면서 읽어보자 싶어서
오래 전 구해서 읽은 웬디수녀의 american masterpieces를
뽑아놓았습니다.
알파벳 순서로 화가 한 명에 작품 하나를 골라서
간단한 설명과 더불어 소개하는 책인데요
간단한 설명속에 녹아있는 것들이 좋아서 가끔
들여다보는 책이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이번 겨울에는 한 명씩을 따라가면서
조금 더 찾아보고 그림을 제대로 보는 기회로 삼자싶어서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하고
올 들어 처음 그림보는 시간을 갖고 있는 중입니다.
처음 만나는 이름은 알버스,조셉 알버스인데요
이름에서 풍기는 것처럼 그는 미국에서 활동한 화가이긴
한데 독일출신이지요.
사각형을 겹쳐서 표현하면서 각 사각형이 색을 미묘하게
같은 계열로 통일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색을 표현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초기 작품에서는 그런 흔적이 별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가 어떤 계기로 이런 작품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나
조금 더 찾아보고 싶네요.


두 작품 다 하얀 선이 그려진 가운데 사각형을 보여주고 있는데
실제로 하얀 선이 들어 있을 경우와 없을 경우는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낍니다.
시선이 그곳에서 한 번 정지하는 것과 시선을 일단 정지시키는
선이 없는 경우를 상상해보면 되지 않을까요?


색도 그 자체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색과 어울려 그 나름의 의미를 형성하듯이
사람도 그 자체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란 것
그림을 보면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림을 조금 더 찾다가 만난 작품인데요
이것은 이제까지 보던 그림들과는 다른 변종이네요.
그렇게 변화되어가는 지점을 따라가보는 것도
그림보는 즐거움중의 하나가 아닐까요?
오랫만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보고 있으니
정말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느껴집니다.
그동안 너무 많이 찍은 사진 정리하느라
여행기 쓰느라
그리고 늦바람이 불어서 보람이의 도움으로 다운로드해서
보기 시작한 일본 드라마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알아듣기 어려운 말에 집중하느라 멀미가 날 정도로
바쁘게 살았는데
그래도 이제는 조금씩 귀에 들어오는 표현이 생기니
그렇다면 이번 여름까지는 일본 드라마로 일본과
사귀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게 다른 한 가지 관심이 생기니 아무래도 바빠서
차분하게 앉아서 일상적인 일을 하기 어렵게 되더군요.
떡을 손에 들고 과감하게 결정하기 어렵다고 느낀 날들을 보내고 나니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균형감각을 찾고 있는 기분입니다.
한가지에 몰두하면 다른 것을 뒤돌아보지 못하는 것을
성격상의 결함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그 힘으로 이제까지 살아왔다고 해야 하나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된 일월의 첫 주가 지나고
다시 맞은 월요일
이래야 한다,저래야 한다는 정해진 관념에서 조금 벗어나서
그 때 가장 중요하다고 혹은 가장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하면서 사는 2007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보람이가 추천해서 본 조금 지난 드라마 톱캐스터에서
여주인공 두 명이 하는 대사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할머니가 되어도 새로 시작한다
인생은 이렇게 새로 시작한다는 것에 포인트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하 참 멋진 대사네 하고 자극을 받았지요.
저도 모르게 무엇을 시작하고 싶을 때 지금 이 나이에
하고 제동을 거는 제 안의 목소리를 만날 때가 있거든요.
그 때 주춤하는 마음이 들면 바로 그 대사를 떠올리고 싶네요.
할머니가 되어도 새로 시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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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듣는 음악은 볼프강의 선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