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이렇게 쓰고 나니
상당히 오래된 날처럼 느껴지지만
어제 국립중앙박물관에 갔었습니다.
일본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삼국시대관을 제대로 보고
싶었고 그 이전 고고미술관에도 들러서
대륙에서 출발한 문화의 교류흔적을 살펴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 곳에
북한국보전시때도 왔었지만 그 때는 밖에서 사진찍으면서
돌아다니느라 정작 내부의 건축물을 제대로 살펴 볼 기회는
없었지요.
하루 종일 있으면서 이런 저런 전시도 보고
내부도 제대로 살펴보고 그동안 조금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을 바깥 풍경도 카메라에 담아보자
그렇게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출발해서
지하철을 4호선으로 갈아타고 들고 간 책을 읽고 있던 중
갑자기 중학생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한꺼번에 타는 것을
보고는 혹시 이 아이들이 다 국립박물관에 가는 것
아닌가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이촌역에서 다같이 우루루 내리는 아이들을 보는 순간
가는 날이 장날인가 싶어서 걱정이 되더군요.
문제는 이 아이들만이 아니라
박물관안에도 얼마나 학생들이 많은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습니다.

everymonth의 반쪽이님이 전시에서 PDA를 빌려서
설명을 들으면서 보면 더 좋다고 미리 예약을 권해서
오라토리온님과 만나서 이미 예약된 PDA를 빌려서
들어갈 때만 해도 심란한 기분이었지만
조금 지나니 아이들은 후다닥 다 지나가버리고
어느새 다른 방으로 갈린 오라토리온님과 샤론님을 만나지 못한채
반쪽이님과 저는 나란히 서서 설명을 귀로 듣다가
서로 할 말이 있으면 이야기를 나누다가 하면서
전시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전시설명을 자세히 들으면서 하나 하나 다시 보는 유물들
경복궁에서 전시장을 여러 번 가서 본 유물들인데도
느낌이 사뭇 다르더군요.
그래서 카메라를 꺼내서 플래쉬터뜨리지 않은 상태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생각도 못하고 계속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나와보니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여기 저기 촬용하는 현장을 보고나서야 아 카메라
하면서 드디어 저도 찍기 시작을 했지요.
천장이 높아서 복도가 시원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구석기시대부터 신석기를 거쳐 청동기,철기에 이르는 과정
원삼국기와 고구려,백제 신라까지 유물을 보던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가야였습니다.
최인호의 제4의 제국이란 소설에서 본 자료화면속의
유물들이 이 곳에 오니 많아서 반가운 것도 있었지만
가야란 나라의 실체를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지요.
가야하면 생각나는 것은 그 곳이 철의 산지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나라,중국,일본을 잇는 무역의 중심지가
되었다고 하고 그 곳에서 나는 철이 낙랑,대방군에까지
수출이 되었다고 책에서 읽을 때만 해도 크게 실감을
못 했었는데 철정이 다량으로 나온 것뿐만 아니라
철로 된 갑옷,말에 씌운 철로 된 마구들을 보고 있으니
정말 철의 나라였구나 하는 실감이 왔습니다.
위의 사진을 가야관에서 본 화살통인데요
화살을 다량으로 넣고 다니면서 전투에 임했던 모양이더군요.

가야의 무덤에서 발굴된 환두대도들인데요
환두대도라고 말하니 어렵게 느껴지지만 풀어서 보면
칼끝이 둥그런 큰 칼이란 뜻이겠지요?
장식이 다양한 큰 칼들이 다량으로 출토된 무덤은
당시 지배층의 무덤이었을 것이고요.

말의 재갈을 찍은 것입니다.
늘 앉아서 일하는 제가 유난히 말에 집착하고 말을 좋아하는 것
그것도 일종의 보상심리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 웃기도 했습니다.


이 물건은 무엇에 쓰는 것인고 궁금해서 읽어보니
깃발을 꽂았던 것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전쟁에 출전했을 때 필요해서 만들어낸
것이겠지요?

철갑옷을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것이라고 하네요.
와,소리가 절로 나서 한 컷 찍어보았습니다.
6가야로 이루어진 가야라고 하지만
그 지역이 그다지 넓지 않아서 문화의 교류에서 받아들인 것의
변형이 얼마나 심하랴 싶었는데
토기들을 전시한 것을 보니 상당히 차이가 나서
신기했습니다.



문화의 전파와 수용이란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귀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청동기가 실용성이 모자라서 제의와 의례에 사용된 것이라면
철은 다량으로 나와서 무기와 농기구로 사용되었고
농기구의 경우 생산력의 비약적인 발전을
무기류의 경우 그것을 소유한 지역이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여 정복된 지역에서 노비를 징발하게 되고
세금을 받을 수 있게 됨으로써 고대국가의 발전에
큰 계기가 되었다는 글이 이 곳 전시장에서 실감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자세히 보고 또 돌아보고 하다 보니
결국 원래의 생각과는 달리 신라관에서 전시마감시간이
다 되고 말았지만 참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오늘 어제의 기억을 살려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와
유물로 보는 우리 역사를 다시 읽었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의 자료도면이 거의 다
어제 본 것들이라 눈이 다 시원해지면서
갑자기 종이가 아니라 살아있는 느낌이 드는
신기한 경험을 한 날이기도 했지요.
고대에서 삼국시대의 마감까지 두 권의 책을 통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어제의 after를 실컷 한 날
이 느낌으로 일본에 가서 다시 새롭게 보고 배우고
돌아와서 한,중,일 삼국의 역사를 횡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키우고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