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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맛있는 기억들

| 조회수 : 2,224 | 추천수 : 45
작성일 : 2006-11-15 21:00:13
#1 닭칼국수

일병시절....토요일 부대 내 간부들의 점심메뉴가 늘 닭칼국수....
늘 주변에서 군침만 삼키던 나날들...
어느덧 병장이 되고 간부식당에서
후임에게 닭칼국수 한그릇을 몰래 얻어 먹으려던 찰나....
인사계에게 걸려 맛도 못보고 쫏겨나던....아....

다음주 토요일 치밀하게 계획하여 결국 한그릇의 닭칼국수를 먹었을 때의 그 맛....
다음날 부터 난 상사병을 앓았다....차라리 맛보지 말것을....

지금도 일산의 유명한 닭칼국수집에 틈틈히 갑니다...
지금도 군침을 질질....생각만해도...

#2 연어스테이크

지금은 식사조절을 그나마 좀 하지만
개념없이 먹던 시절....
스테이크에 빠져 헤메던날....
후배 결혼식에 준비된 부페를 마다하고 빠져나와 같은호텔 양식당에서
안심스테이크를 시켰으나 때마침 광우병때문에 스테이크가 안된다고....
그래서 그냥 나갈까 하다가 옆테이블의 연어스테이크를 발견!!!
스트라이프 그릴자국 선명한....그 위에 이름모를 하얀소스....

그 맛은 집나간 며느리....가출한 막내동생....월북한 큰아버지....이민간 고모....
외항선 탄 삼촌까지 모두 불러들일 수 있는....

난생처음 연어스테이크를 먹었고 그날 난 안심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죠...
아....썰고싶다....

#3 이동갈비

10년 전 생일 전날....
친구가 생일날 스키장 개장하니까 놀러가자고해서
포천베어스타운에 갔습니다....

혹시나 콘도가 예약이 될까 해서 전화했는데 바로 예약되더라구요
도착하니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눈 만드는 기계만 열심히 눈을 뿌리고 있고....
물어봤더니 내일모래가 개장이라고....어쩐지....
그래도 거기까지 간 수고가 아까워 맥주를 홀짝홀짝마시다가
밤을 새우다시피하고  아침무렵 잠들었죠...

12시쯤 깨어나 집으로 돌아가는데 눈이 엄청 왔습니다...
친구가 운전을 하고 저는 잠들었죠...

차는 정말 엉금엉금...몇 시간을 갔는지...친구가 힘들었나봅니다....
이름모를 이동갈비집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는데
멀리서 종업원이 아주 큰 우산을 들고 달려옵니다....

식당안 방으로 안내되었고 방바닥이 얼마나 뜨끈뜨끈한지...
저는 계속 잠에 취해 계속잤고
친구도 그대로 잠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먼저 깬건 저 였습니다...
창밖은 이미 어두어졌습니다...
음식도 먹지 않고...무려 4시간 정도를 잠든 것 같습니다...

날씨 탓에 손님이 전혀 없어서 다행이더라구요...
눈을 비비고 일어나 먹은 갈비는 예술이었습니다...
자다 일어난 그 자리에서 먹었던....
제 추측에 식당에서 4시간 자고 일어나 밥먹는 사람은 없을 듯합니다...

#4 쫄면

시험을 망친 나는 어두컴컴한 민박집에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그리 기대도 하지 않은 터라 크게 괴롭거나 하지는  않았더라도
맘이 무거운 건 사실이였다...

아침....점심도 굶은 채 어느 덧 해가 지고 있었고
2층 민박집에서 본 시골의 논 위에 소복히 쌓인 눈이 햇살에 반사되어 눈부셨다....

멀리서 여자친구가 오고 있었다....아름다웠다....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아침부터 아무 것도 먹지 않았느냐고 물어보았고
나는 시험은 잘 보았나고 물어보았다...
나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했고
친구는 시험에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가 나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쟁반에 음식을 직접 가지고 왔는데...
그게 쫄면이란 것이였다....
너무 매웠던 기억....분홍색 무...
이걸 멀리서 들고 왔을 그녀의 고마움에 감격해서인지...
아니면 빈속에 매운 것이 잘 받지 않은 탓인지...
난 한 젓가락만 먹고 더 이상 먹지 못했다....
어떤 복잡한 감정이었는지....괜히 눈물이 날것 같아서
먹는 걸 포기하고 담배나 하나 태울까 해서 춥지만 창문을 열었다....
어두운 방 그녀의 얼굴에 창문모양 그대로 빛이 들어왔다....

첫 키스.....

어색함....

그녀는 말라버린 쫄면쟁반을 들고 도망치듯 나가고 난 다시 혼자....

창 밖으로 쟁반을 들고 종종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았다...
한참 후 다시 쫄면이 먹고 싶어졌다....

당시 학력고사....그리고 실기...면접과 쫄면에 대한 아른한 기억들....

내일이 수능....
그들에게 희망이 있습니다....

그들은 재미없게 부동산이야기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부동산을 아껴 여행에 투자하고
자신의 감성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고민 할 것입니다...

제가 본 요즘 학생들은 현재의 기성세대보다 아주 많이 현명하고 합리적입니다...
그들이 기성세대가 되면....뭐 또 다른 이슈가 생기겠지만...

수능에 최선을 다하고 꿀같은 휴일을 맞이하길....
그동안의 수고가 헛되지 않길...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준&민
    '06.11.15 10:56 PM

    엉클티티님 사진과 글은... 언제 읽어도 참 맛나요 ^^

  • 2. 앤 셜리
    '06.11.15 11:59 PM

    가을 타신거 확실하군요.
    음식에 대한 추억이 많은 티티님!!!!
    부럽사옵니다.
    먹는데 급급한 제가 갑자기 한심스럽습니다.
    저두 그릴자국 선명한 연어스테이크 먹구 싶어라~~~~

  • 3. 지원
    '06.11.16 10:56 AM

    선로를 보니 기차에 몸을 실어떠나고싶습니다
    이동갈비^^
    정말 많이 피곤하셨던 모양입니다 ㅋㅋ

  • 4. 후레쉬민트
    '06.11.16 11:52 AM

    저 이동갈비 앍고 뒤집어 졌어요
    두남자가 식당에 불쑥 들어와서는 밥도 안시키고 4시간이나 자버리다니..
    혹시 숙박료는 따로 안받던가요 ?? ㅎㅎㅎ
    그나저나 첫키스 이야기까지,,,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 5. 오이마사지
    '06.11.16 1:09 PM

    마지막 글과 사진을 보니..왠지 god의 '길'이라는 노래가 생각나네요..
    속으로 불러봅니다...(사실 가사를 정확히 몰라서...ㅎㅎ)

  • 6. 저녁바람
    '06.11.16 4:55 PM

    아~쫄면 양념장에 은근히 마늘많이 들어가는데......
    저는 왜 이런생각만 ㅠㅠ;;;;

  • 7. 루이*^^*
    '06.11.16 8:01 PM

    글 잘읽었습니다..
    이동갈비집 주무신거 너무 웃겨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쫄면 구해오신 그 여자친구분 이랑 계속이어지시는 상상을 해 봅니다 *^^*

  • 8. 잠비
    '06.11.17 8:09 PM

    닭칼국수 먹고 싶다......아!!!

    저 철뚝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오늘은 그림만 봅니다.

  • 9. Harmony
    '06.11.19 11:58 AM

    백마로에 있는 그 닭칼국수.
    넘 먹고싶네요. 막 비빈 양념 많은 김치. 으~ 사진이 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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