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도서관 수업에 나가려고 버스 정류장에 갔습니다.
그런데 열시도 못 된 시간에 이미 길거리에는
교복 입은 아이들이 다니고 있더군요.
물어보니 고등학교 3학년들이라고 하네요.
벌써 끝났는가 물으니 그렇다고 합니다.
자기들끼리 시험 잘 보고 만나자고 인사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보람이도 학교에 가서 후배들이 열어주는
모임에 참석하고 예비소집 갔다가 집에 오면
정말 내일이 입시날이로구나 싶더군요.
와락 실감이 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수업 마치고
어제 못한 미술시간에 맞추어 점심도 거르고 화실에 갔는데
선생님이 약속을 잊었는지 화실문이 닫혀있습니다.
그 자리에 앉아서 한 이십분정도 들고 간
self masters를 읽었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fictional self가 아닌 authentic self로 사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자신의 경험담에서 비롯한 중요한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는 책이라 실감있게 읽고 있는 중이지요.
기다려도 선생님이 오실 기미가 없어서
그냥 일어나서 대진고등학교쪽을 지나 내려오는 길에
책가방을 들고 다니는 아이들이 정말 많아졌네요.
내일 날씨도 흐리고 춥고 바람도 많이 분다고 하니
공연히 으슬으슬한 느낌이지만
수능대박이라고 쓰여있는 아이 책표지처럼
대박을 바라는 것은 이상한 일이겠지요?
그냥 한대로만 제대로 하길 바라고 있는 중이랍니다.
어제 승태 학원 등록하러 가는 길에 어느 교회앞에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습니다.
열흘이면 뒤집을 수 있다고
아마 새벽기도의 힘으로 라고 말하고 싶었겠지요?
그냥 뒤집기 이런 것말고
아이들이 자신의 실력대로만이라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
설령 시험에서 자신의 기량을 다 못 발휘했다해도
성적이 바로 자기 자신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게
그래서 새로운 출발앞에서 자신에 대해서
긍정하는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게 그렇게 빌어봅니다.
주변의 고 3 아이들 모두가
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온전히 쓰고
웃으면서 뒷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침 보람이가 학교에서 왔네요.
나가서 콩나물 국밥을 먹고 싶다고 해서
보려던 샤갈 그림은 이것으로 접고 밖에 나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