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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해미읍성에 가다

| 조회수 : 1,400 | 추천수 : 46
작성일 : 2006-10-28 11:57:46


  해미읍성에 가기 전

everymonth에 올라온 다바르님의 시를 먼저 만났습니다.


해미읍성에 가시거든이란 제목의 나희덕님의 시



               해미읍성에 가시거든





                                                                  나 희 덕





해질 무렵 해미읍성에 가시거든

당신은 성문 밖에 말을 잠시 매어두고

고요히 걸어 들어가 두 그루 나무를 찾아보실 일입니다

가시 돋힌 탱자울타리를 따라가면

먼저 저녁 해를 받고 있는 회화나무가 보일 것입니다

아직 서 있으나 시커멓게 말라버린 그 나무에는

밧줄과 사슬의 흔적 깊이 남아 있고

수천의 비명이 크고 작은 옹이로 박혀 있을 것입니다

나무가 몸을 베푸는 방식이 많기도 하지만 하필

형틀의 운명을 타고난 그 회화나무,

어찌 그가 눈 멀고 귀 멀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당신의 손끝은 그 상처를 아프게 만질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더 걸어가 또 다른 나무를 만나보실 일입니다

옛 동헌 앞에 심어진 아름드리 느티나무,

그 드물게 넓고 서늘한 그늘 아래서 사람들은 회화나무를 잊은 듯 웃고 있을 것이고

당신은 말없이 앉아 나뭇잎만 헤아리다 일어서겠지요

허나 당신, 성문 밖으로 혼자 걸어나오며

단 한번만 회화나무 쪽을 천천히 바라보십시오

그 부러진 나뭇가지를 한번도 떠난 일 없는 어둠을요

그늘과 형틀이 이리도 멀고 가까운데

당신께 제가 드릴 것은 그 어둠뿐이라는 것을요

언젠가 해미읍성에 가시거든

회화나무와 느티나무 사이를 걸어보실 일입니다


그래서 해미읍성에 가기도 전에 시로 먼저 만난 공간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개심사에서 나와서 시골지기님은 수원에 볼 일이

그리고 이왕 수원까지 동행할 사람이 있으면

그 곳에서 바로 지하철로 집에 가는 것이 편한 것 같다고

은옥님은 먼저 출발을 하고

남은 우리들은 차를 따라 가면서 해미읍성을 향해서

갔습니다.

옆으로 길게 성곽이 보이는 이 곳이 바로 해미읍성이로구나

눈으로 먼저 인사를 하고  안내판을 읽어 보았습니다.

이 곳은 낙안읍성처럼 일반인이 함께 생활한 공간은 아니고

병영으로 나중에는 행정구역으로 쓰인 곳이로군요.

안내판을 읽고 안으로 들어서서 일단

문화재를 해설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습니다.

그랬더니 한 여자분이 나와서는 해설시간이 끝났다고

미리 예약을 하고 와야 한다고 하더니

아무래도 기본적인 설명을 해주긴 해야 한다고 느꼈는지

정문쪽 지도있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열변을 토하면서 설명을 하는 그녀는 나름의 자신감으로

프라이드가 하늘을 찌르는 사람이더군요.

처음에는 자신은 일반인보다 주로 교수들을 상대로

혹은 학교 선생님들을 상대로 가이드를 하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이 곳 지형을 설명을 하길래

그래? 일반인은 그렇게 무시당해야 하는 존재인가

하는 불뚝하는 마음이 생겨서

그녀의 설명도중에 (지리학자들이 연구하는 방법론과

자신의 방법론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거든요)

제가 중간에 끼어들면서 터키의 에페수스에 간 이야기

그 때 느낀 감상을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그녀의 태도가 달라지네요.

관심이 많은 사람들같아서 자신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겠노라고요

이런 ,나도 참 많이 타락했네?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이런 곳에서 만나는 해설사들은 이 쪽에서 아는 패를

조금 열어보이면 대접이 달라진다는 것을 요즘

경험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거든요)

이렇게라도 해야 이야기를 더 많이 자세히 들을 수 있는 것

이니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 반반이었는데

이 방법이 통했는지 그녀의 이야기가 한참을 이어졌습니다.

풍수라는 소설속에서 만난 가야산이 바로 해미읍성 맞은 편의

산이란 것,이 곳의 지리적인 여건,그 곳에 있는

대원군 아버지 남연군의 묘에 관한 이야기

추사 고택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가

이 읍성의 해자에 대해서,그리고

이 시기의 성 구조를 보면 중세의 서양 성과 어떻게 다른가

우리가 우리 것을 업신여기는 것의 한심한 작태는

어느 정도인가에서 비약하여 자신이 어린 시절

국회도서관에 있다는 자료를 읽고 싶어서

고등학교 다닐 무렵 고서를 읽는 공부를 했다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그 짧은 시간동안 수없이 많은 이야기

이야기가 흘렀습니다.

조금만 더 겸손하면 향기가 흐를 수 있는 사람인데

아쉽다 아쉽다 공연히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역시 문을 두드리길 잘 했다 싶었습니다.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 안으로 들어가 처음 만난 것이

바로 나희덕님의 시에서 본 회화나무입니다.

마침 동행한 이해정씨가 대학에서 조경학과에 다녔고

나무에 관한 한 지금도 박사란 말을 듣는다는 그녀와 함께

한 여행길 참으로 귀가 즐거웠습니다.







지금 해미읍성은 한창 발굴중이어서 들어가지 못하는 공간이

많더군요.

그래도 눈으로 한 번 쭉 훓어보고 나서

갈 수 있는 공간에만 다녔습니다.

이 곳 옥사를 재현한 곳에 들어가보니

이 곳에서는 천주교 신자들에 대한 취조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공간에서 만난 조선시대의 천주교의

순교현장,불쑥 마주치는 신앙의 현장에서는

마음이 한결 엄숙해집니다

본 적이 없는 신앙의 대상,당시에는 개념조차 생소했을

유일신을 구세주로 삼아서 순교했던 사람들이라니

인간은 얼마나 불가사의한 존재인가..






당시의 하급관리의 집,상인의 집,그리고 농부의 집을

재현한 공간에 들어가보았습니다.

아주 작은 규모의 집이지만 마당이 있어서

그렇게 답답하게 보이지는 않더군요.

요즘이라면 이런 공간이 있다면 내려와서

가끔 혼자 묵으면서 쉬고 공부도 하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했습니다.볕이 드는 뜨락에 서서요




떠나기 전 문위의 누각에 올라가보려고 하는데

문에 흰 옷을 입고 머리에 풀관을 쓴 사람들이 어울려서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입니다.

누굴까 처음에는 이상했지만 아하,천주교 성지를 찾아온

사람들인가 혼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안에서 밖으로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누각에 올라가니 성안과 밖이 다 보여서 한참 내려다보다가

빛이 들어오는 공간의 아름다움에 카메라를 여러 번

눌러댔습니다.














정말 신기합니다.

자리를 조그만 옮겨도 그 공간이 달라 보인다는 것이

마치 신기한 장난감을 새로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카메라를 누르고 또 눌렀습니다

그 순간은 이 공간이 놀이터가 된 느낌이라고 할까요?






사진을 찍다가 내려다보니 아까 그 일행이

해설사와 더불어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읍성을 나서니 다섯시 반

그래도 저녁을 먹고 올라가는 것이 좋다고 정하고

그 근방에서 유명하다는 칼국수집에서 저녁을 먹은 다음

일산으로 출발하고 얼마 있지 않아서

은옥님이 길이 막히니 더 있다가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는

전갈을 보냈지만 이미 들어선 길

늦어지면 차안에서 이야기하면서 가자고 계속 갔지요.

집에 오는 시간까지 상당히 걸렸지만

앞자리에 앉은 두 사람의 이야기,.제 이야기

하다보니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에 차안이

넘쳐납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음악이 없었다는 것

그 것이 옥의 티였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즐거운 나들이였습니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강아지똥
    '06.10.29 11:45 PM

    작년 초여름에 젖먹이 아기데리구서 가보았던 곳이에요^^
    다시금 그때 추억이 새록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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