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효성(초1)이가
"엄마 눈밑에 피부가 다 쳐졌쟎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이젠 마흔이라는 나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생일이지만,
남편은 오늘도 출근하였고,
두 아이들은 내가 생일인지도 모른다.
아들 우성(초5)이가 스타크래프트 게임하고 싶어서
친구집에 가겠다는 것을 못가게 했더니,
속이 상한 모양이다.
수학문제를 풀라하여도 뾰로통하자....
갑자기 오늘이 내 생일임이 떠올랐다.
실은 아침에 일어나고나서 점심이 다 되도록 생일임을 잊어버렸었다.
"우성아, 효성아!"
"엄마가 오늘 속상하구나. 생일이라도 누구하나 미역국을 끓여주기를 하나,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하기를 하나, 그런 것 아니라도 너희들이 자기 할 일 충실히 하기만 해도 좋으련만,
게임이나 하겠다고 그러니......"
둘 다... 아! 오늘 엄마생일 맞네.
효성이는 돈이 500원밖에 없다고 그러구.
우성이는 용돈을 줘야 돈이 있지, 돈도 없는데 어떻게 생일 선물을 사나?
하면서 오히려 화를 낸다.
작전실패였다.
억지로 아이들을 협박하여 공부를 조금 더 하게하고,
나는 낮잠을 잤다. 주말이면 꼭 자는 낮잠!
너무 깊이 자버렸다.
눈을 뜨니 저녁 5시.
아이들이 없다.
내가 낮잠자면 놀러나가는 두 아이들...
밖에 비는 오는데............
5시 반쯤 되자 아이들이 들어왔다.
갑자기 비닐봉지를 내놓는다.
빗물이 듬뿍 묻은 봉지 안에는
작은 물건들이 몇 개 들어 있었다.
엄마 선물인데, 포장은 못했어요. 죄송해요.
시계, 핀, 핸드폰 고리 등등...
세상에 도대체 무슨 돈으로 산거야?
엄마가 내 영어공부 잘 했다고
한달전에 문화상품권 5천원 준것으로 샀어.
생각해보니깐 그 돈 밖에 없어서.
그런데 근처 문방구가니깐 살 것이 없어서,
걸어서 멀리 있는 "천원의 행복"에 다녀왔어.
(거긴 걸어서 왕복 1시간은 걸리는 곳인데...)
비가와서 바지랑 운동화가 다 젖어버렸어.
순간 눈물이 왈칵 나올뻔.......
내 핸드폰을 찾아오더니, 물건들을 풀어서 쫘악 보여준다. 하얀색과 검정색의 머리핀, 핸드폰고리 2개, 시계...
한 개에 천원씩 모두 5천원어치란다. "천원의 행복"에서 샀단다.
분홍색은 효성이가 산 핸드폰 고리
물속에 들은 캐릭터.... 이것은 우성이가 산 핸드폰 고리
둘이서 한꺼번에 내 핸드폰에 달아준다.
내 시계가 없는걸 생각했는지 사왔다. 비록 천원짜리 중국제라도, 너무 예쁘다.
검정색 핀은 우성이가 고른 것이란다. 핀을 꼽아보니, 안정감 최고였다.
독특한 하얀색 핀은 효성이가 고른 것인데, 숱이 적은 내 머리엔 붙어있질 않았지만....
예뻤다.
이건 뒤늦게 집에 온 남편의 선물이다.
내가 원래 특이한 것을 좋아하다보니...
갑자기 시계가 2개나 생겨버렸다.
둘다 남자로부터 선물 받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