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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하루의 꽉찬 나들이 (1) 호림 박물관

| 조회수 : 942 | 추천수 : 17
작성일 : 2006-06-24 12:46:06


  신림동에 호림박물관이 있다는 소문



그 곳의 전시물이 보통이 넘는다는 소문을 들은지 오래였지만



이상하게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네요.



너무 멀어서였을까?  국립중앙박물관과 간송에서 보는 것으로 충분하지



도자기를 보러 거기까지 가기엔 도자기에 대한 내 관심이 그렇게까지 큰 것은 아니란 것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한 것일까 혼자 생각하면서 길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신림동에 있다는 것만 알았지 어떻게 가는지 몰라서



성도 길씨이지만 길을 정말 잘 알아서 (물론 길만 잘 아는 것이 아니고 역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지닌 사람이 있어요)



길박사라고 불리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호림미술관에 가려고 하는데 교대에서 내려서 어떻게 가면 되나요?



어,교대에서 내릴 것이 아니라 집앞에서 차라리 87번 좌석버스를 타고 당산역에서 내려



2호선으로 갈아타고 신림역에서 내리면 남서울중학교 출구로 나가서 그 학교만 찾으면 그 근처에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집앞에서 87번을 타고 졸다 깨다 하면서 가다가 뒷자리에서 전화로 수다가 길어지는 어떤 남성의 목소리에



(누가 수다는 여성이 이렇게 말하는 것일까요?  남성의 수다도 장난이 아니더군요) 잠이 깨서 문득 창밖을 보니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근사한 경치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약속이 아니면 내려서 사진도 찍고 그 길을 걸어보고 싶을 만큼 근사하네요.



그 길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가는지 좀 알려줄래요?



신림동에서 물어물어 찾아간 호림박물관



개인의 소장품을 모은 곳이라 해서 작은 규모의 아담한 박물관을 예상했는데



막 들어선 건물이 상당히 잘 지어진 곳이어서 일단 어리둥절한 느낌으로



11시 설명회에 약간 늦은 시간,헐레벌떡 들어갔지요.



그런데 설명을 맡은 젊은 학예사가 거의 두 시간에 걸쳐 설명을 해주는 덕분에



아주 교육적이고 도움이 되는 감상이 되었습니다.



일층은 이미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유물이



이층은 미래의 국보라고 명칭을 붙인 막 수장고에서 나와서



일반에게는 처음으로 전시되는 그런 유물들이 선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다른 도자기류는 그래도 여러 번 보던 것들이라 (작품이 같다는 의미가 아니라)  충격이 덜했지만



제일 인상적인 것은 불경을 사경한 것들이었습니다.



금니,은니로 사경한 내용을 전혀 짐작할 수 없는 scroll들



그래도 그 과정을 담당했을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시간이 되더군요.



종교는 그 자체의 효능보다도 그것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면 세속에서의 일상을 살면서도



초월의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날이기도 했습니다.



라마교의 영향이 느껴지는 금동불상하나도 설명하는 사람이 이 분은 하고 살아있는 사람처럼 호칭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이런 저런 질문을 하면서 보았는데



반쪽이님 말고는 모르는 일행이었지만 서로 너무나 친밀한 분위기에서 전시를 함께 보러다닌 것도 좋았지요.



설명도중에 학예사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인용하면서 한 문화의 말기 현상에 대해 말하는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집에 꽂혀 있는 그 책의 줄을 읽어보다가 다시 한 번 제대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 연상이 되어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문화의 전성기에는 엑기스에 해당하는 선으로만 표현을 하는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지만



이상하게 말기에 이르면 장식이 많아지고 현시적인 작품들이 나오게 되는 것



그것은 아마 정신이 허한 사람들이 그것을 현란함으로 채우려고 하는 탓일까요?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도 깊이 생각할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날이기도 했지요.



일층에서는 연적 하나가 이상하게 시선을 오래 끌었고



이층에서는 너무나 단순한 백자 대접 하나,그리고 삼국시대라고는 하지만 가야에서 출토된 토기들과

'

장구를 도자기로 만든 것이 자꾸 돌아다보게 만드네요.



학예사가 내려가고 나서 반쪽이님과 다시 한 번 찬찬히 유물을 돌아보고 나와서



박물관 뒤쪽으로 가보니 이 곳이 바로 야외박물관이라고 부를 만큼 유물이 정돈되어 정원속에



여기 저기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각자 원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이제 다 되었다 싶어서 정자에 앉아 들고 나간 진중권의 레퀴엠을 읽고 있는 시간



책안의 내용과 이 곳의 평화가 상반되어 마치 꿈을 꾸는 기분이었습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어떤 전시회를 가기 전에 무엇을 볼 것인지 예상에 불과한 마음으로 가게 되지요.



그러나 다시 나오는 시간에는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던 것과의 만남으로 인해서



조금은 다른 내가 되어서 나오는 기분이 듭니다.



어제 그 곳의 아트 샵에 들어가서 대원사에서 나온 책의 제목을 읽어가다 마곡사에 관한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분명히 다른 때에도 그 책 제목을 보았으련만 기억에도 없는데



가을에 마곡사에 가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으니 그 제목이 떡하니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학예사가 이 곳 박물관과 통도사의 박물관의 불화에 관한 차이를 설명해주자



오래 전 그 곳에 가서 약간은 지루한 기분으로 보던 불화가 생각나고



통도사란 책 제목에 손길이 가더군요.














사실 야외박물관도 학예사가 시간을 내어 함께 다니면서 설명을 해준다면 더 좋은 시간이 되련만



매번은 어려워도 한 주일중 어느 시간에 이런 제한이 있더라도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지금은 예술이라고 일부러 찾아가서 즐기는 이런 유물들이 사실은



이 일을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맡아야 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



그들은 마지 못해 한 일이 역사의 시간이 흐르고 미의 대상,완상의 대상이 되어



감탄사를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 역사의 아니러니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그냥 뒤뜰이라 하기엔 너무나 잘 다듬어진 공간에서 여기 저기 배치된 유물을 보고 찍고 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유물들이 원래 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이 더 좋았겠지만



이렇게 모아 놓으니 관람하는 사람들에겐 이 것도 하나의 기회가 되는구나 싶기도 했고요.


















전시 기간중에 유물의 교체가 있다고 하네요.



그러니 한 번 더 가서 전시물을 보자고 반쪽이님하고 약속을 했는데



오늘 올려놓은 호림박물관 유물울 보니 우리가 본 것은 빙산의 일각이나 마찬가지란 것을 알았습니다.





마음속으로 살며시 들어온 유물들이 아마 제게 유혹을 할 것 같네요.



나에 대해서 우리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고 싶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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