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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 본 꽃박람회
intotheself |
조회수 : 1,258 |
추천수 : 22
작성일 : 2006-05-03 09:16:30
어제 밤 everymonth에 쓴 글인데요
사진을 그대로 다 올릴 수는 없지만 함께 나누고 싶어서 올려놓습니다.
일산에서 산 지 십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꽃박람회가 있다고 해도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마침 디카모임에서 꽃을 찍으러 가게 되었네요.
문제는 호수공원이나 정발산,혹은 도서관 가는 뒷길
이렇게 자연스럽게 지나다니면서 보는 꽃과는 달리
인위적으로 꽃을 모아둔 공간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제게 허락된 시간이 한 두시간 정도 되니
그 시간을 제대로 쓰고 싶어서 이리 저리 다니면서 꽃도 많이 보고
사진도 많이 찍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기다리고 있는 장미꽃을 많이 보게 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도 제 철에 제대로 크는 장미가 더 아름답겠지요?
오전중에는 강의가 있었습니다.
두 번째 듣는 강의라 그런지 조금씩 알아듣는 말이 늘어났지만
막상 실전에 들어가면 강의의 내용은 어느새 멀리 사라져버리고 옛날 버릇이 나오지요.
그래도 스며든 말들이 남아 있어서 전보다는 조금 달라진 나를 느낍니다.
그것이 바로 사람이 배워야 할 이유인지도 몰라요.
지금 사진을 보면서 음반을 하나 틀어놓았는데요 폴 사이먼이 혼자 부른 노래입니다.
제목이 old인데 wisdom is old,bible is old,god is old
이런 가사가 귀에 들려오네요.
그렇지,오래된 것이 귀한 것이지,그런데 꼭 모든 것이 그런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오래 전에 산 앨범인데 왜 이제야 이 가사가 귀에 들어오나,그동안 얼마나 건성으로 들었으면
이 앨범에 들어있는 이 노래들이 이렇게 다 새로운가
새삼 놀라고 있는 중이랍니다.
오늘 도서관에서 오랫만에 영국의 친구가 쓴 글을 읽었습니다.
대학원에서 밀턴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이대에서 시간강사를 오래 한 친구인데
제가 보기엔 born scholar라고 할 수 있는 친구이지요.
그녀는 지금 영국에서 살면서 저술가로 살고 있는 셈인데
그동안 한국에서 펴낸 책이 이젠 제법 여러 권 있기도 하고 쓴 글중에서 여러 권이
청소년 권장도서로 올라있기도 하지요.
마침 이번 목요일에 공부할 부분이 낭만주의 시,소설이라
영국을 돌아다니면서 문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쓴 세 권의 책을 낸 그녀의 책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다시 읽었는데
책의 행간에서 친구를 느끼기도 하고,어떤 때는 이런 점이 있었나
새롭게 발견하는 모습에 놀라기도 했지요.
오늘 밤은 늦은 시간 오랫만에 국제 전화를 해서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고
마음먹기도 했습니다.
그 책에서 다시 엘리엇을 만났습니다.
엘리엇의 시를 어렵다고 투덜거리면서 마지못해 시험답안을 메꾸던 시절에서 멀리 벗어난 지금
그 시들이 얼마나 새롭던지요.
그러니 젊은 시절,아직 인생에 대해서 뭐가 뭔지 잘 모를 시절에
수업으로 공부하는 문학이란 얼마나 제한적인 시각밖에 주지 못할까
지금 다시 문학수업을 들을 수 있다면 조금 새롭게 텍스트를 대하지 않을까
공연히 마음이 들쑤셔지는 경험을 하기도 하고요.
밀턴이 늙어서 눈이 보이지 않던 시절 딸들에게 구술해서 받아적게 한 실락원
그 안에서 그 친구가 인용한 이브가 아담에게 하는 대사
늙고 완고한 밀턴의 입에서 흘러나온 대사는 마치 젊은 여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독백처럼 절박합니다.
그래서 그는 모짜르트와는 다른 의미의 천재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밤이기도 했지요.
학교를 떠나고 나서는 가능하면 영문학이나 미국문학의 세계와는 마음에서 멀리 있고 싶었는데
그렇게 막았던 마음이 다시
어느새 스스로 녹아버리는 경험을 한 밤,마음이 이상하네요.
서양문화의 역사 그 책 자체는 조금 허술한 구석이 있는 책이었지만
그 책을 따라가면서 읽다보니 그동안 잊고 있었던 세계와 도망다니던 세계도 만나고
몰라서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경험을 하는 음악사와도 만나고
사상과 건축의 세계와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바로 이런 책이 좋은 책이로구나 감사하는 마음이 드는 밤이기도 하네요.
음반에서는 아직도 폴 사이먼이 노래하고 있네요.
시간이 나는대로 예전에 공부로 읽었던 문학작품들을 다시 꺼내어서
이제는 조금 혹은 많이 다른 시각으로 읽힐 인물들과 만나고 싶기도 하네요.
얼마전 읽은 탐독에서 이정우님이 소개한 책들중에서도 몇 권이 읽어보라고
나를 만나보라고 저를 유혹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아,왜 나는 이리도 잘 흔들리면서 어딘가 모를 세계로 쫓아다니면서 살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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