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박재동의 스케치 - 아들의 바벨탑

| 조회수 : 1,098 | 추천수 : 13
작성일 : 2006-03-03 12:44:00


▲ 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아들의 바벨탑

3, 4년 전인가 아들 시현이가 고1 때 내가 프랑스에 갔다 올 일이 있어

선물로 편지 찢는 작은 칼 하나를 사왔다. 그걸 보던 시현이의 말,

-아빠, 이런거 말고 뭐 좀 실용적인 거 없어?

-아차! 아빠는 아직도 널 초등 학교 6학년으로 생각하고 있었어, 이런!

-아빠, 나 고1이야.

그렇게 말하는 시현이의 목소리는 변성기를 지난 어른의 목소리.


순간 내 고 1 때가 휘이익 스쳐 지나간다. 그 때부터는 나는 시현이를

친구로 대해야 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인도의 성현 마누의 ‘아들이 16살이

되면 친구로 대하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많은 괴로움이 성인이 된 아이를

친구로 대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고 여기면서….


그러나 아들을 친구로 대하는 것에는 여러가지 애로가 따른다.

학교를 땡땡이 치거나 특히 담배를 피우다 학교에서 들켜 전화가 온다든가.

이럴 때 꾸지람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친구에게 꾸지람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시절 담배를 나도 피웠기도 하고. 하여 공범이 되는 길 밖에.

그럼에도 처음 아들의 이 꽁초탑(나는 바벨 탑으로 부른다.)을 처음 봤을 때는

저으기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찬찬히 보면서 차차 새로운 시각으로

이 작품(?)을 감상하는 눈을 가지게 된다. 역시 아들의 창조물이라 애정이

가서 그런 건지.

꽁초를 하나 하나 나름대로 정성들여 침으로 단단하게 붙여가며 쌓아 올린 것이

가만히 보면 우선 참신하고 또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고….

적어도 나 보다는 정결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렇게 혼잣말 한다.

-시현아, 너는 감각이 있어!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857 부석의 노을 박빙 2006.03.03 924 25
    4856 힘든과정 1 박빙 2006.03.03 1,416 130
    4855 용담댐 1 박빙 2006.03.03 904 14
    4854 **아네모 출석을 불러야 하나요??? 보충수업이 있을 예정입니다.. 안나돌리 2006.03.03 921 58
    4853 몸이 회복되는 기미를 느끼면서 보는 그림 6 intotheself 2006.03.03 1,103 7
    4852 2005년 한국 가족의 풍경은 …나의 생각을 이끈 주제 2 반쪽이 2006.03.03 1,336 13
    4851 박재동의 스케치 - 아들의 바벨탑 반쪽이 2006.03.03 1,098 13
    4850 장독대 그리고 장 항아리.. 8 볍氏 2006.03.03 1,502 10
    4849 많은 이름을 가진 생선~~~~~~~~~~~~~~ 4 도도/道導 2006.03.03 1,158 31
    4848 김이 모락모락 가마솥 7 경빈마마 2006.03.03 1,666 19
    4847 떠난 카메라가 갑자기 보고싶어졌어요.... 4 엉클티티 2006.03.03 1,190 73
    4846 <아네모 출사후기> 강원도로 1박2일 출사다녀 왔어요.. 3 안나돌리 2006.03.02 1,225 13
    4845 옥상 6 엉클티티 2006.03.02 1,444 56
    4844 오긴오셨는데 고민중입니다. 2 커피러버 2006.03.02 1,331 10
    4843 싸락눈 내린 풍경 3 안나돌리 2006.03.02 1,026 18
    4842 입학 5 강두선 2006.03.02 1,396 29
    4841 꽃샘추위 7 여진이 아빠 2006.03.02 1,301 60
    4840 17세기 네덜란드 그림에 빠지다 1 intotheself 2006.03.01 1,739 118
    4839 봄 볕의 사랑~~~~~~~~~~~~~~~~~~ 2 도도/道導 2006.03.01 939 24
    4838 "수국"이라는게 말이죠~~~ 17 soogug 2006.03.01 2,606 14
    4837 **82디카동호회 아네모의 4차 정모예정일은 3월 7일(화)입니.. 안나돌리 2006.02.20 1,147 31
    4836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3 candy 2006.02.28 1,714 40
    4835 경주에서 찍은 몇컷입니다. 4 강물처럼 2006.02.28 1,599 30
    4834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8 반쪽이 2006.02.28 1,179 14
    4833 2월 28일 반쪽이 2006.02.28 944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