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김용희(왼쪽)씨가 생전에 남편 김명식씨와 함께 팔짱을 끼고
화천 5일장에서 생필품들을 사기 위해 길을 나서고 있다.
감동스런 글 한편이 가슴을 울립니다.
용기가 무엇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서 망설이는 자 앞에
순수한 자연에로의 귀의에 대해 전해 주는 드라마적인 삶입니다.
현대 만물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감히 있을 법한 일인가?
다시 한번 숙연해지는 느낌입니다.
상대적 빈곤을 느끼는 도회인의 삶보다
'가난의 풍요'를 안 그들의 삶이 더욱 빛나 보입니다.
자연으로 돌아간 ‘선이골 다섯아이의 엄마’ 김용희씨
“내 무덤엔 나무 한그루만 심어주길”
“이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겠는가. 참으로 빌고 빌 뿐이야.
그 사람을, 용희를 제발 돌려줬으면 좋겠네.”
환갑을 넘긴 한 사내의 시선은 빈소 앞에 놓인 영정사진에 고정되어 있었다.
마른 어깨는 결국 무너지듯 들썩거렸다.
애써 참았던 눈물은 눈가의 주름을 타더니 이내 굵은 마디가 되어 흰수염을 덮었다.
자신과 함께 이룬 다섯 아이들의 엄마이자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슬픔을,
김명식(61)씨는 그렇게 흐느껴 드러냈다.
고 김용희(45)는 그에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했던 인생의 반려자이자 동지였다.
그의 흐느낌은 오래도록 지속됐다.
7년 전 도시 떠나 화천 외딴집에 온가족 둥지
‘가난의 풍요’ 글로 다큐멘터리로 전해 큰감동
문명을 거부하고 자연그대로의 삶을 살고자 했던 한 중년의 부부와
다섯 아이의 삶을 다뤄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2003년 한국방송 다큐멘터리
<선이골 다섯아이를 품다>의 주인공 김용희(45·여)씨가
지난 9일 오후 영원한 안식처인 자연속으로 돌아갔다.
그의 가족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죽음이었다.
버거웠던 도시의 삶을 벗어나 온 가족과 함께 강원도 화천의
깊은 산골인 ‘선이골’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지 7년.
전기도, 버스도 들어오지 않는 산간 외딴집에서
숲이 전해주는 꾸밈없고 따듯한 기운을 전해주려 애쓰던
그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필요에 넘치는 모든 것을 버리고
단 몇 권의 책과 공책, 연필 한 자루, 두 벌 옷과 한 짝의 신발,
이불 한 채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곳에서 조차 ‘가난의 풍요로움’을 배우지 못한다면 우리는 실패라 하겠지?
자연과 유리된 대도시에선 가난이 재앙이고 큰 불편이겠지만
이곳에선 가난은 자유이며 축복이지.”라며 적극적인 자연귀의적 삶을 갈구했다.
다섯 자녀들은 ‘하늘평화학교’라 부르는 그 외딴집에서
부모에게서 글을 배우며, 선이골 품 안에서 대자연의 섭리를 익혔다.
같은 제주도 출신으로 박정희 독재정권에 맞서 온몸을 던져 싸우다
두 번이나 옥고를 치렀던 역사연구가 남편과 더불어
그녀는 자연과 만나는 대안적 삶을 따르며
‘똥이 오물이 아닌 거름’이 되기를 갈망했다.
선이골에서의 삶을 오랜 글쓰기로 남겨놓았던 그녀는
지난 2004년 여름 부부와 다섯 아이의 삶을 진솔하게 담은 책
<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도서출판 샨티)를 펴내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선이골에 와서 참 만남의 의미를,
빛과 어둠의 아름다움을, 외식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과 나를 다시 만나고 있다.”
80년대 우울했던 시대를 치열하게 살고자 했던 ,
직접 약국을 운영하면서도 사람들의 체질과 질병에 따라
양약 대신 민간요법을 권해왔던 그녀는 인위적인 문명의 혜택을
거부하고 선택한 선이골에서의 삶에서 깊은 만족감을 얻었다.
그는 그 감사함을 책을 통해서 이와 같은 말들로 표현했었다.
조금은 더 이어졌어야 할 그녀의 죽음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그가 숨진 다음날인 지난 10일 밤.
8년만에 처음으로 선이골에 전깃불이 밝혀졌다.
산아래 이웃들이 여러곳에서 찾아오는 조문객들을 위해
농삿일에 쓰던 발전기를 들여와 불을 밝혀준 것이다.
햇빛이 머금어준 달과 별의 천연의 기운만으로도
그 밝음이 도시의 차가운 빛에 모자라지 않던 선이골의 밤은
홀연히 하늘로 떠난 안주인과의 작별을 위해
요란스런 문명의 기기에게 자리를 내줬다.
다섯 아이들 중 장남 선목이(17)는 의연한 표정으로 잠 한숨 자지 않으며
손님들의 뒷바라지에 나섰지만 그들의 시선이 닿지 않을 때마다
소리없이 눈물을 훔쳤다.
아직 엄마의 부재가 실감이 나지 않는 네 동생들은 온 집안을
가득 채운 손님들 틈에서 시선 둘 데를 찾지 못하는 듯했다.
골짜기 나무숲을 휘감는 솔바람도,
이름모를 돌틈사이 잡풀도,
얼음 밑 작은 개울물도 소리를 거두어
떠난 이의 죽음을 슬퍼했다.
평소 건강한 몸을 이루라고 권했던 그녀이기에 급작스런 죽음은 뜻밖이다.
그러나 오히려 자연의 일부가 되는 영원한 삶을 희망했기에
가장 그다운 이승과의 이별일지도 모른다.
평소 그는 가족들과 삶과 죽음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혹시 내게 일이 생기면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고 조용히 보내주길 바란다”면서
“무덤엔 나무 한 그루 정도 심어달라”고
예언과도 같은 희망을 말했다고 한다.
그의 희망대로 남은 가족들은 고즈넉하고 양지바른 언덕에
그의 영원한 안식처를 마련했다.
화천/사진.글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 ?s장례식을 마친 김명식(62·오른쪽부터)씨와 장남 선목이(16) 3남 일목이(13) 막내 원목이(10)
4남 화목이(12) 차남 주목(14)이가 고 김용희씨의 봉분 앞에서 함께 손을 잡고 기도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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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
반쪽이 |
조회수 : 1,618 |
추천수 : 12
작성일 : 2006-01-13 09: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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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annabellee
'06.1.13 9:57 AM그랬군요!
예전에 tv에서 가족 이야기를 본적이 있습니다.
참 행복하고 따스한 가족이었는데.......
가신분의 명복을 빕니다.2. 맘
'06.1.13 1:08 PM어쩌다가 그리 되셨다나요?
전에 TV에서 보면서 참 행복을 지켜가는 사람들 이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아직 젊은 나이이신데 마음이 아프네요3. 젊은 할매
'06.1.13 4:16 PM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4. 그린
'06.1.13 6:42 PM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5. hippo
'06.1.13 6:51 PM가슴이 찡한 글입니다.
엄마 없이 산골에서 살아갈 다섯 아이가 자꾸 떠오르네요.
아마 하늘에서 엄마가 잘 돌봐 주시겠죠.....6. 비타쿨
'06.1.13 8:44 PM왜 돌아 가신거예요? 자식들을 저리 두고 눈이 안감아 졌을거 같아요
7. 핑크하트
'06.1.13 9:02 PM마음이 아프네요..
8. 봄이온
'06.1.13 10:48 PM가신 분에게는 명복을...
남겨진 사람들은...
가슴이 멍해지네요.9. 따뜻한 뿌리
'06.1.14 9:57 AM저도 몰랐는데..
갑자기 사는게 뭔가.. 하는 생각에..
자연으로 돌아가는 일목이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10. 느낌
'06.1.14 10:26 AM하늘나라에서 행복하세요
11. LOVO
'06.1.16 6:00 AM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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