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에 주의를 집중시키려면 글을 읽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서
집에서 읽고 있는 책 읽기를 포기하고 리움 미술관에 들어왔지요.
저는 간단히 전화 예약을 하면 다음 주에 갈 수 있을 줄 알고
도서관에서 만나는 사람들 몇몇이서 다음 화요일에 가자고 구두로 약속을 해놓았는데
어제 만난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니 예약이 장난이 아니라고 하네요.
그 사람이 제 이야기를 듣더니 막 웃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서서히 알아보기로 하고 먼저 사이버상에서 그림 구경이나 해보지 하는
마음에 오늘은 작정하고 시간을 내어 들어온 것인데
좋은 작품이 많아서 눈이 호강을 하고 있습니다.

이종상인데요 그의 그림은 인사동 전시회에서 한 번 제대로 감상한 적이 있어서
기억에 남는 화가랍니다.

장욱진입니다.
불루전에 가서도 그의 그림 두 점을 보았는데 향수가 몰려오는 느낌이었습니다.
한동안 그의 그림을 자주 본 적이 있었는데 요사이는 통 볼 새가 없었거든요.

김종영의 조각을 여기서 보네요.
지난주에 갤러리 현대에 갔을 때 사실은 김종영 조각전 하는 줄 잘못 알고 갔었던건데
알고 보니 덕수궁에서 전시를 하고 있더군요.

이인성입니다.
아마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화가인데요 저는 우연히 호암 미술관에서 그의 전시를 본 적이 있어요.
1912-1950년이 생몰연대이니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화가이지요.
일제시대와 육이오를 겪은 화가답지 않게 삶의 고난보다는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의 세례를 받은
흔적이 많은 화가라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이 작품말고도 눈길이 가는 작품들이 많았는데 언제 다시 찬찬히 찾아보고 싶어지네요.

볼수록 마음이 싱그러워지는 김환기의 블루입니다.

권진규의 지원의 얼굴입니다.
너무나 유명한 조각이지요.
그의 그림과 조각을 언젠가 인사동 전시장에서 본 적이 있는데
함께 간 사람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어느 그림이 더 자기를 끌어당기는가에 대해서.
저는 비구니를 그린 그림에서 고독하다는 것과 수도자의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되어서 그 그림을 수작으로 뽑았었지요.

지금 보고 있는 전시장은 한국 근현대 미술이 있는 2층의 전시장인데요
서세옥의 군무입니다.
아침에 마치 surprise 선물을 받는 기분이네요.

하종현이라고 처음 만나는 화가인데 질감이 좋아서 눈길을 끕니다.
그가 누군지 궁금하여 찾아서 읽어보았지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를 졸업한 하종현은 1960년대부터 한국 현대미술운동의 중심에서 활동한 작가로, 특히 1970년대 한국 모노크롬 회화의 전개와 정착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60년대 말 실험적 작업을 펼치던 젊은 작가들의 모임인 AG그룹에 가담하면서 그는 철사, 스프링, 나무, 마대 등 오브제를 이용한 실험적 작업을 시도했고, 이후 1970년대 중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물감과 마대천이 이루어 내는 재료의 물질적 특성에 대한 탐구를 기반으로 한 연작을 지속하고 있다. 그는 올이 굵고 성긴 마대천 뒤에 물감을 두텁게 바르고 이 물감을 천의 앞면 쪽으로 밀어낸 후 올 사이로 비어져 나온 물감을 다시 앞면에서 나이프나 흙손, 또는 손가락으로 누르거나 긁어 낸다. 마대와 물감, 그리고 밀어내는 물리적인 힘이 자아내는 우연적인 효과와 여기에 가해지는 작가의 조형적인 마무리로 완성되는 그의 작품은 그리거나 묘사하는 전통적인 회화이기보다는 물감과 마대천이 결합된 ‘오브제’의 느낌을 강하게 드러낸다.
은 연작 중 초기작으로, 물감을 밀어내는 힘의 차이로 만들어진 얼룩과, 표면을 전면적으로 스치듯이 긁어 내린 흔적이 매우 독특한 질감을 준다. 또한 그는 똑같은 방법으로 제작된 세 개의 마대천을 나란히 잇댐으로써 시각적인 반복의 효과를 더하고 있다.

최종태의 조각입니다.
그의 조각중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 성북동의 길상사에 있어서
일년에 한 두 번 간송미술관에 갈 때 들러보지요.
절의 숲속도 좋지만 저는 그의 조각앞에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서성이게 되더군요.

박서보라고 제가 좋아하는 화가입니다.
널리 알려진 화가는 아닐 것 같아서 그의 그림에 대한 해설을 복사해서 올려놓습니다.
박서보는 한국 현대미술운동의 중요한 시기와 맥을 같이하면서 현대미술을 이끌어 왔다. 1954년 홍익대학교 미술학부 회화과를 졸업한 그는 1957년 한국 앵포르멜 미술을 주도한 현대미술가협회의 주요 멤버로서 활동했다. 그는 파리 비엔날레와 상파울루 비엔날레, 베니스 비엔날레 등 각종 국제전에 참가하여 한국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으며, 홍익대학교 교수와 미협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그의 작품세계는 크게 세 시기로 대별되는데,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는 실존주의적 시각에 입각한 연작을 제작하여 앵포르멜 미술을 한국에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다. 1960년대 중반에는 잠시 연작을 통해 기하적인 경향의 구체미술을 시도했으나, 196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서구 미니멀리즘을 한국적으로 해석한 연작을 제작하고 있다.
연작 초기에 해당하는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는 모노크롬 형식의 드로잉 작업을 했으며,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후기 묘법 시기에는 한지의 물성을 이용한 작업을 하고 있다. 은 초기 연작 중 하나로 마포에 칠해진 단색조의 유화물감층 위에 연필로 단순한 드로잉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선을 반복해서 긋는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 그리는 행위의 호흡과 캔버스를 이동할 때의 리듬만 남는 상태, 즉 자동기술적인 혹은 무위자연 상태에서 작가가 무명성에 도달하여 진정으로 작품과 합일하려는 의도에서 탄생한 결과이다.

설명이 필요없는 화가 박수근이지요.
저는 그 화가에 대해서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이 박완서님의 나목이란 소설을 통해서였지요.
궁금하게 생각하던 중 우연히 전시회에서 그의 그림을 보게 되었지요.
그 뒤로는 여기 저기서 자주 그의 그림을 보게 되는데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힘이 있는 그림같아요.

이중섭이지요.
앗 소리가 절로 날 만큼 이 미술관에서는 귀한 그림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네요.
송영수라고 일찍 작고한 조각가인데 김종영의 제자이기도 하고
한국에 철조 조각을 처음으로 도입한 상당히 초월적인 주제에 관심을 두고 작품 활동을 한 사람이지요.

이우환입니다.
블루전에서는 점으로부터를 만났는데 여기서는 면을 보게 되는군요.
그렇지 않아도 그의 그림을 찬찬히 찾아보려 했는데
불쑥 우연하게 만나니 아주 좋습니다.

유영국의 산입니다.
한국 추상회화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화가인데 볼 때마다 새롭습니다.

존 배가 누구지? 궁금하여 찾아보니 한국계 미국인이로군요.
다른 작품들도 물론 그렇지만 조각은 특히 실물을 보는 것이 훨씬 좋은데
다음에 전시장에 가게 되면 다시 자세히 보고 싶네요,
전시실을 다 구경하고 나니 (물론 작품들을 다 소개한 것은 아니고)
마음속의 배가 부른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