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하고 성실하지 못한 내 생활 스타일은...
청소도 몰아서 하고...
일도 몰아서 하고...
책도 몰아서 읽고...
잠도 몰아서 자고....
영화나 드라마도 몰아서 본다...
10여년 동안 남편의 한결 같은 불만은...
이 몰아서 하는 내 생활 스타일이였다....
제발 꾸준하게...한결같이 하라는 남편의 주문도
내게는 늘 불만이기도 하다...^^
남편은 쉬염 쉬염...스코틀랜드의 이곳 저곳을 둘러 보자고
하지만 이곳에선 식구들 밥해주는 것이 이땅에서의 사명(?)인양...
집을 떠나 여행하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물론 평소의 게으른 성격 탓도 있겠지만...
분명한 목적이 아니면 잘 움직이려 들지 않는 까닭이기도 하다...
몇번의 집을 떠나 여행의 기회가 있었지만..
짜투리 여행은 싫고...
가족들과의 함께인 여행은 절대로 여행이 아니라..
시끌벅적한 일상의 연속인지라 그것도 싫고...
그래서 벼르고 별러서 얻어 낸 3월 비수기 시간동안의
여행은 정말 오랫만의 나만을 위한...나만의 시간을 갖게 해 주었다...
다글 다글 식구들과의 일상이 이미 몸에 벤 듯...
길 떠난 몇시간째의 허전함은 자꾸만 전화기에 눈을 두게 만들었다..
지금쯤 이사람은 청소를 해 놓았을까..?
유니는 학교에서 돌아 왔을까..?
간식이나 먹었나...? 4시엔 승범이 돌아 올텐데...
아침에 늦잠 자는 녀석 깨우지 않고 그냥 왔더니..
엄마~ 하는 목소리가 귀에 쟁쟁한데....전화를 한 번 해 볼까..?
그러나 굳게 마음 먹었다...
그래...이제 나 혼자 만의 시간들...
그렇게 일상을 벗어나서 갖고 싶었던 시간들..
이제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보고....무엇을 먹고...
무엇을 기억하고....무엇을 느끼게 될까..?
자~ 이제부터 나 만을 위한 시간....
나 만을 위한 공간....나 만을 위한 거리들...
나 만을 위한 느낄 내 느낌들....
혼자라고 외로워 하지 말고....무서워하지 말고..
쑥쓰러워 하지도 말고....
아줌마라는 현실도 잊어 버리고...
마흔 줄에 들어선 한 사람으로...
야호~ 떠나보자....어떻게 되나....^^
첫날 뉴 캐슬까지 gner 기차를 타고 1시간 30분 동안 바다도 보고...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국경지역을 지나며 양들도 보고....여전히 푸른 잔디도 보고...^^
느낌... 아~좋다~~ 20분후 끄덕 끄덕 졸다...zzz
눈 떠보니 내릴때가 다 된 듯....ㅡ.ㅡ;;
뉴 캐슬에서 프라하까지 1시간 50분 비행...
저녁 5시 20분 도착....
영사님가족이 나와 계심...
영사님댁으로 가서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 회포를 풀었다...
4년만에 만났지만....어제의 일처럼 너무 생생하고 사모님도 여전하신데..
이렇게 생생하고 똑 같은데...어떻게 세월은 가는건지....시간은 흐르는 건지..
밤 9시쯤 영사님댁 둘째 아들을 보고 나니...
아~ 이렇게 세월이 흘렀구나....
벌써 저 녀석이 고3이라니...더벅머리 총각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크는 아이들을 보면 가는 세월이 보이는가보다...
난 여전한것 같은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