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내일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네요.
제겐 그것이 너무나 희소식인것이 매일 새벽 5시 50분에 아이를 깨우는 일이
부담이 되기 때문이지요.
깨우는 일 자체가 부담이라기 보다는 그 시간에 일어나기 위해
밤에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자제하고 자야 한다는 것이 부담인 것이지요.
그래서 그 학교가 쉬는 날이거나 조금 늦게 가도 되는 날
그런 날은 제게 일종의 보너스가 되는 날이라고나 할까요?
오늘 낮에 도서관의 서가에서 찾아보니 일전에 사서 읽은 드가에 관한 책이 한 권 있더군요.
오래전에 읽어서 잘 생각도 나지 않는 바람에 다시 시간을 내어 천천히 읽었습니다.
그 덕분에 어제 본 로마의 거지 여인이란 제목이 이해가 가더군요.
드가가 20대에 이탈리아 여행을 했었고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 세례를 받아서
고전미술에 대해 경도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인상파 화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아,그래서 roman beggar란 제목이 붙었구나 이해가 갔습니다.
그가 이태리를 여행하면서 조토,프라 안젤리코.라파엘로,미켈란젤로등을 만나면서
깊은 감동을 받고 쓴 글들도 인용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떤 성당에 가서는 일생을 그 곳에서 보내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기도 하더군요.
저도 마침 이태리의 투스카니 지방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한 편 본 후라 그런지
상상하면서 보는 글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집에 오니 자연히 마음이 드가에게로 가서 그림을 보고 있는 중이지요.
이 그림은 알렉산더와 그의 유명한 말 부케팔라스를 그린 것입니다.
왜 아주 드물게지만 그에게 역사화가 있었나를 설명해주는 것이 바로
이태리 여행의 영향이라고 하더군요.
아,그래서로구나 이렇게 조금씩 이해하는 맛이 그림을 보는 것과 읽는 것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이 그림은 드가가 어머니의 고향인 미국의 뉴올리언스에 갔었을 때
그곳에서 본 목화에 대한 강한 인상으로 그려진 그림같군요.
다른 작품은 본 적이 있지만 이 그림은 처음이네요.
드가는 선과 색채 두 가지의 조화를 추구한 화가였다고 합니다.
그에게 뎃생은 너무나 중요한 것이었고 그 점에서 인상파 화가들과 길이 달랐다고 할 수 있겠지요?
정확한 선,그 다음 색으로 깊이를 추구한 화가 드가
특히 파스텔을 쓰는 그의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드가의 그림중에서 특히 좋아하는 분야는 그의 초상화입니다.
이 그림도 그 중의 한 점이지요.
이 그림은 드가가 그린 마네로군요.
드가가 그린 마네,마네가 그린 모네.르노와르가 그린 모네
이런 식으로 그 시기의 화가들은 서로가 서로를 그려서 우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하네요.
아마 이 그림은 눈에 익은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요.
그의 그림을 소개하는 책에는 대체로 들어있는 그림중의 하나거든요.
풍경 그 자체보다는 인물에 더 끌려서 풍경화는 별로 그리지 않았다고 알려진 드가이지만
그래도 그의 풍경화에는 눈길을 끄는 색이 있어서 바라만 보아도 좋군요.
오늘 드가의 풍경화를 발견한 것
그것이야말로 제겐 뜻밖의 수확입니다.
그림을 보는 내내 새로 가입한 카페 우리소리 여울에서 보내주는 대금 연주를 듣고 있습니다.
늦게 배운 도둑질 밤새는 줄 모른다더니 제가 바로 그런 상태같군요.
집에도 많은 음반이 있는 편이지만 주로 클래식이라
재즈나 크로스 오버,국악 이렇게 다양한 음악이 산더미처럼 있는 카페를 만나니
이것 저것 골라 들어보느라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중이지요.
그런데 음악 올리는 소스를 몰라서 안타깝게 여기고 있습니다.
해금,소금,대금.태평소,클라리넷,섹소폰,트렘펫
무엇보다도 첼로의 음색을 여기서 기대해도 될까요?
(이것은 음악을 올리는 분들에게 드리는 부탁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으로도 충만한 시간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