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과가 다 끝나고 음악을 들으면서
좋아하는 그림을 찾아보는 시간의 평온함을 누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누구의 그림을 볼까 하다가
드가의 파스텔을 좋아한다는 말이 기억나서 드가를 보고 있는 중이지요.
흔히 드가하면 아,무용수들을 주로 그린 화가라고 기억하고 있겠지만
그가 그린 소재는 경마장도 있고 카페에서 고독하게 앉아 있는 여자,
그리고 세탁부의 삶을 그린 것도 있지요.
이 여인의 표정에서 고단한 삶이 묻어납니다.
'
우리가 살면서 다른 이의 고단한 삶에 대해 직접적으로 돕는 일은 어렵다해도
그 삶의 피로에 대해 함께 아파하는 마음만이라도 있다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까요?
박물관을 방문한 한 여성의 시선을 잡은 그림입니다.
잊혀지지 않는 장면중의 하나
내셔널 갤러리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혼자서 그림을 구경하고 다니는 중년 여성을 보았습니다.
그 때 저는 그림을 보는 행동을 중지하고 그녀를 멀리서 오랫동안 지켜보았지요.
아,저렇게 휠체어를 밀면서 당당하게 그림을 보러 오는 사람이 있구나...
이 그림은 처음 보는 그림이로군요.
색이 매혹적이어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입니다.
아니,드가를 보여준다더니 이게 뭐야?
모르는 그림 투성이네 하고 속으로 불평을 하고 있을 분들에게 이제야
조금 낯익은 그림이 등장했지요?
이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문득 로트렉의 그림이 생각납니다.
영화 로트렉을 보니 드가와 로트렉이 서로 알고 있는 사이더군요.
역사와 신화 그리고 성서에서 주로 소재를 따오던 그림의 세계에 등장한
이런 장면들,처음에 관객들에겐 얼마나 낯설고 이상했을까요?
모자가게에서 모자를 써보고 있는 여자,카페에 앉아서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들
무용수들이 발레하기 직전의 포즈
우리들이 좋아하는 인상파 화가들이 살아 생전에 받았던 그 많은 수모를 견디고
계속 자신의 길을 고수하여 이룬 그림의 세계를 보고 있으면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군요.
늘 앉아서 하는 일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그럴까요?
저는 말을 타는 일은 못하지만 말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멋있는 말이 나오는 영화는 무조건 여러번 보는 편입니다.
호스 위스퍼러,씨비스킷,히달고
다 좋아하는 영화이지요.
그러니 그림에서도 말이 나오면 자주 눈길이 가는군요.
발레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도서관 바로 옆에 발레하우스란 발레학원이 있지요.
그곳에는 어린 꼬마들도 오지만 대학교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여학생들도
상당히 늦은 시간까지 연습을 하더군요.
음악 소리가 방음이 잘 되지 않아서 도서관에도 선명하게 들립니다.
함께 공부하는 아이들이 말합니다.
선생님 그래도 발레가 공부보다는 쉽겠지요?
정말 그럴까?
저 곡에 맞추어 하루에도 한 두 시간 이상 연습한다고 생각해봐.
물론 좋아서 하는 일이긴 하지만 어느 것이 더 쉽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겠네요.
그림을 보다 보니 좀 더 설명이 있는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는 갈증을 느끼는 분이 있다면
웬디 수녀의 1000마스터 피스란 책을 권합니다.'
아마 번역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요
미술사 모임에서 일년이 넘게 그 책을 해석해가면서 함께 읽으면서
우리들이 이야기했습니다.
야,그림을 천 점이나 알게 되다니 굉장하다고요.
그 책을 다 읽고 보고 나니 그림에 대해서 낯설다는 느낌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도 정말 눈에 익은 그림들이 많아서 얼마나 반갑던지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의 감격이란...
오늘은 여기까지만 보아야 할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올빼미과라 늘 잠을 늦게 자고 잠이 모자라 고생하면서
줌인 줌아웃과의 인연으로 한가지 일이 더 늘어나서 점점 잠자는 시간이 늦어지네요.